출시된 이후 화장품 계에 유행을 크게 바꿔 놓았던 한국의 쿠션 파운데이션이 글로벌 브랜드 랑콤, 입생로랑, 맥 등에서도 연이어 출시되어 한 때 전세계적으로 쿠션 파운데이션 붐이 일어났었다. 하루에 하나의 시트마스크로 스킨케어를 하는 ‘1일 1팩’ 은 깊은 수분감을 주면서도 간편하다는 장점 덕에 한국에서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유명한 관리법이다. 그러나 이젠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10~20대들도 쓰는 단어로, 시트마스크는 미국의 스킨케어 문화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렇게 한국에서 만들어진 화장품이나 관련 문화를 글로벌 브랜드가 후발 주자로서 따르게 된 이유는 바로 한국 화장품만의 기술력 때문이었다. 파운데이션을 쿠션 형태로 만들어서 간편함과 밀착력을 동시에 높인다는 독창적인 발상은 한국의 신기술을 통해 제품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또한 타국에 비해 한국의 시트마스크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점으로 최근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추세이다. 특히나 미국 시장 내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기술 보유와 빠른 대응력이라는 강점으로 K-뷰티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서 점점 세력이 확보해 나가는 시점에서, 이와는 다르게 자연 친화적인 화장품 성분으로 미국 화장품 업계에 또 다른 자극을 주고 있는 한국의 코스메틱 브랜드가 있다. 바로 LG 생활 건강의 “빌리프”.

LG생활건강의 스킨케어 브랜드 "빌리프" (출처 = 빌리프 홈페이지)

빌리프는 LG생활 건강에서 2010년 런칭한 브랜드로, 피부에 자극이 없는 천연 성분으로 좋은 효능을 내는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철학인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이다. 메이크업 제품보다는 스킨케어 라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우수한 보습력과 촉촉한 기초제품 라인이 강점으로 작용하여 한국 내 인기를 끌고 있는 인지도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빌리프에서 꾸준히 인기있는 스테디 셀러는 수분 크림 라인인 ‘더 트루 크림’ 2종이다. 그 중에서도 수분감과 산뜻한 느낌을 강조한 ‘더 트루 크림 – 아쿠아 밤’ 은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대표 제품이다. 출시 6개월만에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의 온라인몰인 세포라닷컴 모이스처라이저 카테고리에서 판매 최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미국에서 아쿠아 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 성격과 뛰어난 효능 덕이다.  최근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과 이너 뷰티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스킨케어 제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을 따져보면서 식물성 제품이나 유기농 식물 성분을 담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이다. 또한 아직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에 비해 스킨 케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품 효과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적혀 있는 제품을 원하며 수분 크림, 시트 마스크 등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니즈를 적절히 충족해줄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빌리프의 제품이었다. 천연 허브를 주로 사용하고 유해성분을 최소화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기반하여 각종 공해와 자극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건조한 피부에 즉각적인 수분을 부여해주는 빌리프의 기초 제품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지난 2013년 세포라 임원들이 신규 브랜드 발굴 차 한국에 들렸다가 우수한 품질을 갖춘 빌리프에 반해 먼저 러브콜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빌리프 제품 설명 사진. 제품 전면에 성분과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있다. (출처 = 빌리프 홈페이지)

빌리프는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패키지와 제품 설명, 비주얼 자료를 기획할 때는 한국에서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현지화에 공들이고 있다. 패키징의 경우, 패션 모자인 페도라를 모티브로 한 뚜껑 모양은 미국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직접적인 제품 설명을 위해서 제품 전면에 성분과 효능·효과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인쇄했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에, 제품의 효과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디자인은 '셀프 피킹(Self-picking)'이 일반적인 미국 세포라 매장에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사드의 영향으로 최대 해외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주춤한 상태이다. 이 때 빌리프를 포함한 한국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면서 이에 대한 돌파구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장기적인 해외 시장 고객층 확보를 위해 앞으로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유통 채널 확장, 소비자 니즈 분석은 물론 한국 화장품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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