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의 영화 시장 한국, 영화 마케팅의 현주소는 어디에?
최근 영화 <군함도> 논란이 뜨겁다. 개봉 전부터 지적되었던 스크린 독과점 논란 뿐만 아니라 ‘군함도’와 ‘위안부’라는 다소 민감한 역사를 이용해 영화를 홍보하였지만 정작 실제 영화는 클리셰한 탈주 영화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만연하다. 또한, 영화의 마케팅 과정에서 배우와 감독의 말실수와 같은 크고 작은 논란이 대두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대중들에게 영화가 가진 힘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는 마케팅은 영화의 성공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적절한 홍보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비판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영화 마케팅은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규모와 이슈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립되었다.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이 높은 파급력을 지닌 ‘이슈메이킹’ 채널로 부상하면서 영화 마케팅과 인터넷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영화가 상영되었던 20세기 초, 영화는 영미연초회사의 담배 판매를 장려하는 일종의 ‘사은품’이었다.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영화는 해방과 전쟁을 거친 1950년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독자적인 분야로 성장한다. 당시 영화 홍보는 신문 광고와 포스터가 전부였는데 아직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뿐더러 빈곤층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한국 사회에서 텔레비전과 라디오라는 신시대의 발명품을 소유한 가정을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까지 이와 같은 홍보 방식은 지속되었고 대부분 극장에 소속되어 활동하였던 선전부장과 포스터 디자인 및 영화 카피 제작을 도맡았던 도안사들은 영화 마케팅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이른 것은 1990년대 초였다. 영화 홍보의 모든 것을 독점하였던 극장에 소속된 전문인력들이 영화의 기획부터 제작, 홍보, 배급 등을 아우르는 큰 규모의 전문영화사를 설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인물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던 영화 마케팅은 영화 전문 마케팅 대행사가 설립되고 싸이더스, 씨네2000과 같은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영화사들이 전문적인 홍보 인력을 배치하면서 그 체계성과 전문성을 갖추어 나간다.
21세기의 영화 마케팅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또 한번의 획기적인 전환기가 맞게 된다. 특히, 한국 영화 전성기의 신호탄을 쏜 <쉬리>의 성공에 고무된 투자자들이 충무로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풀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적은 비용이 책정되었던 영화 홍보와 마케팅에 훨씬 더 많은 돈과 인력이 투입되었다. 또한, 인터넷의 보급과 발전으로 다양한 매체가 우후죽순 탄생하며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때마침 기존의 극장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대규모 멀티플렉스 사업에 유수의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영화 산업과 마케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 영화 마케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용되는 와중에 기발하고 획기적인 마케팅 아이디어의 격전지이다. 특히, 공룡 포털 사이트의 등장과 대중들의 삶에 깊게 스며든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정형화된 홍보 전략이 아닌 ‘이슈메이킹’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영화 홍보를 위한 TV프로그램 출연, 소셜 미디어 홍보, 제작보고회, 무대 인사 등의 일정은 순전히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고차원적인 담론이 아닌 단순하고 화제성이 높은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슈메이킹’과 흥행은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여론몰이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댓글 알바’와 ‘평점 조작’ 등의 행위는 이러한 규모와 이슈의 마케팅의 어두운 그림자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 영화 시장은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오늘날 영화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기에 인구수와 경제 규모에 비해 영화 시장의 규모가 굉장히 큰 편이다. 특히, 2013년에 연간 관객수 2억명을 돌파했으며 그 성장세가 굉장히 빨라 최근에는 유명 외화의 홍보 코스로 한국 방문이 자주 포함된다. 영화 마케팅 역시 한국 영화 산업이 고도화되고 점차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탄생할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네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영화 산업과 이를 대중들과 이어주는 영화 마케팅의 긍정적인 변화와 진화가 지속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