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현대인들에게 '여행'이 갖는 의미, 그리고 감성 마케팅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날개를 단 듯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또한 비슷한 환경 속에서 매일을 바쁘게 보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에 점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제 여행은 현대인에게 있어 단순한 이동이나 휴식의 수단을 넘어, 각자의 일상에 지친 마음을 회복하게끔 하는 정서적 탈출구로써 기능하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특별한 장소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치유이자 재충전이며, 오래 간직되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프랑스 항공 시장에서는 에어 프랑스(Air France)를 비롯한 전통 국적 항공사부터 저비용 항공사, 외국계 항공사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환경과 여행의 정서적 가치가 맞물리면서, 프랑스 항공사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 감성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고자 한다.
감성 마케팅이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과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를 전략으로 삼는 것으로, 이번 기사에서는 저비용 항공사 트랜스아비아(Transavia)와 에어 프랑스 HOP의 대표 캠페인을 통해 프랑스 항공업계의 감성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록 두 캠페인은 2010년대 중반에 실행된 사례들이지만 사람 간 감정과 스토리로 브랜드를 각인시킨 선구적 시도로써 여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트랜스아비아(Transavia) - 'Bye-Bye' 캠페인
트랜스아비아는 에어 프랑스-KLM 그룹 산하의 저비용 항공사로,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유럽 및 북아프리카의 주요 휴양지를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다. 2007년부터 운항을 시작한 이 항공사는 합리적인 가격과 간편한 서비스로 레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트랜스아비아는 2014년, 소비자와의 감정적인 연결을 시도한 캠페인으로 소비자에게 저렴한 항공권을 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전달했다. 이는 바로 중고 거래 플랫폼 '이베이(eBay)'와 협업한 'Bye-Bye' 캠페인으로, 이 캠페인의 핵심은 '가지지 말고 떠나라(Don't own, go)'는 슬로건에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베이에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이 구조는 단순한 프로모션을 넘어,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가치관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특히 캠페인 영상에서는 사람들이 중고 물건을 손에 쥔 채, “Bye-Bye”라는 인사를 건넨 후 공항으로 향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이 연출은 곧 ‘물건과 작별하고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자에게 소유로부터의 해방을 감정적으로 설득한다.
이는 단지 가격이나 이동 편의성이 아닌, 여행을 통해 삶의 공간을 확장하고 불필요한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는 경험 자체를 제안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트랜스아비아를 저렴한 항공사가 아닌, 경험을 지지하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
에어 프랑스(Air France) HOP - 'Run to Mum' 캠페인
에어 프랑스 HOP은 에어 프랑스의 지역 항공 자회사로, 에어 프랑스 산하 세 지역 항공사의 합병으로 설립되었다. 이 항공사는 프랑스 국내선과 유럽 내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이다.
에어 프랑스 HOP은 2017년, 젊은 세대와 감성적으로 연결되기 위한 시도로 'Run to Mum'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특히 청년층을 겨냥해 '가족과의 재회'라는 감정을 중심 테마로 설정한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캠페인의 방식은 독특했다. HOP는 신발 한 짝은 자녀에게, 나머지 한 짝은 부모님에게 보내는 이벤트 박스를 제작했다. 자녀가 받은 상자에는 빠진 신발 대신 청년 할인 항공권이 동봉되어 있었다. 이 유쾌한 반전은 곧 '엄마를 만나러 가라'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장치였다.
영상과 SNS 콘텐츠 역시 ‘Run to Mum’이라는 다소 유쾌한 표현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혼자 자취하는 청년의 텅 빈 방, 생일을 놓친 문자, 직접 전하지 못한 안부 같은 작은 일상의 순간들이 감정을 자극하며 '이럴 때 엄마에게 가야 한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경험 중심 소비 시대, 항공사 마케팅의 방향
트랜스아비아와 에어 프랑스 HOP의 사례는 항공사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전략으로 삼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감정과 삶의 맥락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함을 보여준다. ‘Bye-Bye’는 비움과 이동의 연결, ‘Run to Mum’은 그리움과 만남의 연결을 통해 감정 기반의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캠페인을 통해 트랜스아비아는 당시 저가항공 라인에서 예약율이 45% 증가하는 큰 수익을 거두었으며, 에어 프랑스 HOP는 캠페인 실행 일주일 만에 166%의 매출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현대 소비자들이 물건보다 순간, 할인보다 맥락, 이동보다 감정을 중요시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항공사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정서적 여정을 함께하는 브랜드로서,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야 한다.
국내 항공업계와 여행 플랫폼 또한 이러한 감성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매출 상승보다 더 깊은 브랜드 충성도를 원한다면, 소비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