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약 34%가 1인 가구이며,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혼자 사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인구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소비 구조와 브랜드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큐레이션 커머스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혼밥과 혼술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다.
과거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외롭고 불편한 상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며, 그에 걸맞은 제품과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혼밥 문화는 단순히 간편한 식사를 넘어, 혼자서도 정갈하고 품질 있는 한 끼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 욕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밀키트 브랜드 ‘프레시지(Fresheasy)’는 셰프 레시피 기반의 요리 키트를 선보이며, 조리 시간, 난이도, 메뉴 테마에 따라 세분화된 구성을 제공한다. 별도의 재료 손질 없이도 혼자서 수준 높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1인 가구의 식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간편식 전문 플랫폼 ‘윙잇(WingEat)’이 있다. 윙잇은 유명 맛집의 인기 메뉴를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재구성해 판매하며, 혼밥족 사이에서 ‘혼자 먹는 외식’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했다. 단순히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맛과 구성, 포장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한 윙잇의 전략은 혼밥을 일상 속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혼술 시장에서도 1인 가구를 겨냥한 프리미엄 큐레이션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통주 구독 플랫폼 ‘술담화(Sooldamhwa)’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취향을 기반으로 매달 새로운 전통주를 선별해 배송하며, 술에 얽힌 이야기와 페어링 가능한 안주 정보, 전통주 소믈리에의 추천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에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소비를 넘어 ‘혼자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으로 혼술을 재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큐레이션 커머스의 핵심은 고객이 일상에서 겪는 수고를 줄이고, 대신 그들의 취향에 꼭 맞는 제안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판매 구조가 아니라, 브랜드가 먼저 소비자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편집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29CM’는 최근 식품, 리빙, 여행 상품까지 큐레이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제품 자체보다는 ‘어떤 장면에 어울리는가’, ‘어떤 감정과 연결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 중심의 큐레이션 방식은 1인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선택을 이끈다.
브랜딩 전략도 이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거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표적으로 도넛과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Knotted)’는 1~2인용 소포장 제품과 귀여운 굿즈, 감성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자율적이고 감각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라는 감정을 전달하며, 관계 중심의 소비 문화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큐레이션 커머스가 앞으로 AI 기반의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 정기 구독 모델의 확장,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고객의 구매 패턴과 취향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하거나, 소비자 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일회성 관계를 넘어서, 장기적인 신뢰와 감정적 유대가 중심이 되는 관계형 소비로 이어진다.
혼밥과 혼술은 이제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다. 소비자는 점점 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며, 그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낸다. 1인 가구의 시대, 브랜드는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말 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주는 브랜드,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과 감정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선택받는 시대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가장 개인적인 소비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