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3대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가 국제사회에서 바닥수준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믿을 사람이 없다’(OECD 35개국 중 23위), ‘사법시스템도 못믿겠다’(34위), ‘의지할 사람 없다’(34위)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신뢰’의 자본을 북유럽 수준만 쌓아도 4%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한국의 사회적 자본 축적실태와 대응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이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경제 선진국 도약의 결핍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신(新)성장동력으로 활용해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제시한 신성장경로는 ‘신뢰자본 확충 → 규제 감소 → 기업가정신 고취 → 투자증가 → 경제성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정부, 국회, 근로자에게 신뢰의 자본을 쌓아가야 하고, 노조도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역시 ‘이건 하라, 이건 하지 말아라’는 식으로 일일이 규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바꾸고, 국회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때 경제재도약을 일궈낼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보고서는 경제주체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사회규범’과 ‘사회네트워크’ 확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적 규범의 작동은 신뢰제고의 필요조건 이지만 한국의 사회규범지수는 100점 만점에 86.6점(17위)으로 조사대상평균(88.2점)에 미달하는 수준이다(국제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일본이 93.8점으로 가장 높았고 스위스 92.6점(2위), 네덜란드 92.2점(3위), 이탈리아 92.0점(4위), 캐나다 91.4점(5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OECD가 평가한 한국의 사회네트워크 수준도 회원국중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설문에 ‘그렇다’는 한국국민의 응답은 77.5%에 불과해 35개국중 34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이스라엘이 97.3%로 1위를 차지했고 아일랜드 96.7%(2위), 덴마크 95.8%(3위), 영국 95.2%(4위), 스위스 95.0%(5위) 등으로 나타났다. 사회네트워크가 활성화될수록 일자리와 투자 등 경제활동기회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사회자본으로 인식하고 확충하는 노력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자본축적의 열쇠는 ‘소통’

대한상의는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해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이 최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낡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만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관련 법안들은 경제주체간 불신으로 국회에 표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규제의 근본틀을 바꿀 규제개혁특별법은 2년째 미제이며, 청년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민영화 가능성’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5년째 장기미제인 상태이다.

국회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이후(9월15일기준) 경제관련 입법발의 중 3분의2가 규제입법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경제가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이행된 만큼 자율규범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운신을 보장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윤리규범을 만들어 책임경영의 관행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성장, 사회복지 확대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과 참여를 넓혀야 국민적 지원이 뒤따를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본과 노동 같은 경제적 자본만으로는 성장판이 갈수록 닫히는 것을 막기 어렵다”면서 “신뢰와 규범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 경제활동의 새로운 기회가 활발하게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출처: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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