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여름 대면 공연에 기대 반 우려 반
일각에서는 친환경적인 공연 인프라 마련에 힘써야 한다 주장

싸이가 흠뻑쇼 공연 한 회에 물 300t이 소비된다는 발언에 대해 배우 이엘이 우회적으로 저격하며 SNS 상에 논란이 불거졌다. / 출처: (좌) 인스타그램 (우) 트위터
싸이가 흠뻑쇼 공연 한 회에 물 300t이 소비된다는 발언에 대해 배우 이엘이 우회적으로 저격하며 SNS 상에 논란이 불거졌다. / 출처: (좌) 인스타그램 (우) 트위터

최근 가수 싸이의 ‘흠뻑쇼’를 둘러싼 SNS 상의 논쟁이 뜨겁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축제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한 명의 가수에 전가하는 모습은 과도한 공동체주의라는 주장이 맞붙었다. 코로나 여파로 2019년 이후 중단되었던 공연을 재개하며, 싸이가 방송에 출연해 한 회당 300t 가량 식수가 든다고 발언한 점이 갑론을박의 발단을 제공했다. 2011년부터 이미 10년 넘게 진행한 여름 컨셉의 공연이었지만, 유독 올해는 역대 최악의 봄가뭄이 계속되었고, 특히 배우 이엘이 트위터로 “차라리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렸으면 좋겠다” 언급해 불을 지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199.7mm로 평년(1991-2020년)의 52% 수준에 그쳤다.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며 밭에서 기르는 노지 수확물의 작황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이번 달 초에 내린 비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일부 도서 지역은 여전히 급수 대책이 필요하다. 이례적으로 밀양에는 산불이 발생하고, 섬 지역에서 급수가 제한되며 생수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등 물 부족으로 초래된 극심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에 서울환경운동연합 김동언 팀장은 문제를 더 깊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자연의 현상을 목격하고도 각자가 경험한 생활에 따라 감수성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익숙한 이들은 가뭄으로 직접 피해를 받은 당사자들에 비해 고통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 그렇기에 대중음악계가 오랜만에 공연을 여는 상황에 농가에 도움이 될 방법도 함께 알아보겠다는 진정성을 갖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지속가능한 공연 방식을 마련하기 전까지 월드 투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 출처: BBC 코리아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지속가능한 공연 방식을 마련하기 전까지 월드 투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 출처: BBC 코리아

실제로 세계적인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2019년 11월 월드 투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적인 공연 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2-3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질 예정이라 선언해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단 4명의 멤버이지만, 이들의 공연에 투입되는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비롯해, 5대륙에 걸쳐 이들을 보기 위해 따르는 수많은 관객들이 만드는 탄소 발자국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2년이 지나 지난해 10월 2022년 3월 투어 재개 소식과 함께 지속가능한 공연의 12개 키워드를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태양광과 팬들의 움직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공연장을 마련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야광봉 대신 분해 가능한 식물 재료의 LED 팔찌를 제공한다고 알렸다. 외에도 모든 항공편에 재생 가능한 폐기물로 만들어진 유류를 사용하고, 지상에서의 화물 운송 또한 전기 및 바이오 연료를 사용할 것이라 약속했다. 팬들이 이용한 앱 사용 기록을 통해 탄소 발자국도 계산해 목표치까지 줄인다는 포부를 통해 공연 업계 전반에 환경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상) 문화와 환경의 관련성 인식 (하) 문화향유시 친환경 이슈 고려 의향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상) 문화와 환경의 관련성 인식 (하) 문화향유시 친환경 이슈 고려 의향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싸이의 흠뻑쇼 논란은 한국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대중이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예술이 친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77%가 응답했다. ‘공연 등 문화예술 서비스 이용 시 환경 이슈를 고려할 의향이 있다’는 질문에도 80.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반면 대중의 인식과 달리  국내에는 아직 탄소 절감을 위한 공연 문화의 인프라가 마련되지 못했다. 박지선 독립 프로듀서는 “지원 제도나 정부 정책이 예술가와 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 곤란하다”며, “예술계 전반에서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도록 안팎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 문제를 두고 과학적 조치 외에도 ‘문화적 전환’이 근본적인 해결 방향이라 입을 모은다.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미비한 실정에서 흠뻑쇼로 비롯된 논쟁이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연문화 인식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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