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로 건강 진단하고 '원격 진료' 받는 세상이 온다
이미 ‘뱅크샐러드’ 이벤트 등으로 실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와

디지털 헬스케어 이미지 / pixabay 제공
디지털 헬스케어 이미지 / pixabay 제공

바야흐로 ‘내 손 안의 세상’을 만끽할 수 있는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가 찾아오고 모든 것이 정보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만으로 지구상의 온갖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이용자들은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개인화 된 서비스들을, 경제·생활·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험하고 있다.

건강 분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개인의 건강 및 의료를 다루는 서비스에 의료 IT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에서는 내 손 안의 믿음직한 주치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이 서비스가 가져올 미래 헬스케어 산업의 변화를 알아본다.

 

과거의 헬스케어는 크게 ‘수동적’, ‘폐쇄적’ ‘집단적’의 세 키워드로 대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헬스케어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식으로 자신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능동적 확인보다는 의사의 처방에 의지하는 수동적 면모를 보인다.

또한, 이렇게 환자가 제공한 정보는 병원 측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며 의사는 이 병원이 가지고 있는 협소한 환자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새로 찾아오는 환자의 처방을 내린다.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는 이전 환자의 증상을 참고하여 진찰받게 되며, 따라서 집단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같은 처방을 받게 된다. 개인화된 건강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와 정반대인 ‘능동적’, ‘개방적’, ‘개인적’ 이 세 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서, 환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 등 개인이 착용한 기기로 건강상태를 기록할 수 있다. 기록해 둔 자신의 건강정보는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이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는 건강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제공된 개인의 건강정보는 모두에게 개방된 ‘의료 빅데이터’에 축적된다. 기존 병원이 수집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량을 기반으로 환자 본인은 직접 전송한 건강 정보와 유전자 분석을 개인화된 의료 솔루션을 제공받고, 이 과정은 빅데이터 표본에 누적되어 더욱 정보의 정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뱅크샐러드의 원격 유전자 검사 / 뱅크샐러드 제공
큰 인기를 끌었던 뱅크샐러드의 원격 유전자 검사 / 뱅크샐러드 제공

이렇듯 기존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실생활에도 도입될 기미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산관리 어플 ‘뱅크샐러드’에서는 개인의 유전 데이터를 분석하여 잠재적 건강 보고서를 전달해 주는 이벤트를 실시하였고, 해당 이벤트가 큰 각광을 받으며 상당수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신청하면 유전자 검사 키트가 자택으로 오고, 키트 검사를 진행한 후 회사측에 보내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해 어플리케이션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가 큰 반향을 이끈 사례이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느덧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 실생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입된 모습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 A씨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는 과정을 준비해 보았다.

 

A씨는 매일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저녁마다 조깅을 하는 직장인이다. 조깅을 하던 도중 유난히 숨이 차던 어느 날, 자신의 심박수 수치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건강 상태에 의심이 들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갈까 했지만, 직장인이라 시간 내기도 쉽지 않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대면 진료도 꺼려지는 상황. 결국 A씨는 스마트 워치에 기록된 건강 정보를 비대면 진료 어플리케이션에 전송하였다. 이렇게 기록된 정보와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 증상을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하자, AI가 빅데이터 기반으로 심장 질환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의사를 매칭시켜준다.

매칭이 되자, 화상통화 화면이 나타나며 의사의 원격 진료가 시작되고 스마트 워치가 청진기 등 측정장치를 대신한다. 의사는 진찰 결과 유전적 심장병이 의심된다고 하며, 유전자 검사 정보를 병원에 보낼 것을 권유하였다. A씨는 최근 유전자 검사의 가격이 많이 낮아졌으므로 흔쾌히 검사 키트를 사용한 뒤 병원에 보낸다. 얼마 후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송되었고, 가족력으로 인한 희귀 심장병 위험이 발견됨에 따라 A씨는 치료를 받게 되었다.

 

지금까지 사례를 통해 실생활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 사례를 보았을 때, 대부분의 의료 활동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이루어짐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환자도 능동적으로 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AI를 통한 증상 분석과 유전자 정보 분석으로 인해 훨씬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듯,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의료 서비스에 비해 다방면에서 혁신적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의료 서비스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대면 진료를 꺼리게 됨으로써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이에 힘입어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10년 전에 비해 투자 규모가 12배 이상 성장하였다. 국내 의료계도 재택의료센터 정책으로 고령층 중심 비대면 진료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는 등, 관련 분야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호의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견제하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고,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는 부실진료와 처방 오남용을 이유로 원래 불법이었으나 코로나 유행 당시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코로나 ‘심각’ 단계에 한해서만 이루어졌으며,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의약 처방 및 배송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했다. 많은 환자를 잃을 수 있는 대형 병원의 반발도 심하다. 결국 시스템의 안전성과 기존 업계와의 갈등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코로나 상황의 특수성으로 이미 크게 성장하였으며 디지털 기술을 등에 업은 혁신적 면모로 기존 의료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엄격한 보안체계 구축과 빅데이터를 통한 정보의 고도화를 통하여 약품 오남용, 부실 진료에 대한 방지책을 내놓는다면 산업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의료 서비스에 있어서 ‘구관이 명관’ 일지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일지는 안전성 보완에 달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족쇄를 풀고 당당히 건강 혁명의 주인공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관련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상황에 맞는 법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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