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연령에 따른 세대 구분은 희미해진지 오래, 
앞으로 각자가 가진 고유의 맥락에 주목해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오랜 격언은 전 연령대에 걸쳐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말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청년들에게 대단한 경험이 없더라도 목표를 충분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며, 반대로 기성세대에게는 지금 도전해도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최근 들어서는 이처럼 나이다움보다 나다움을 중시하는 경향이 전 연령대에 걸쳐 확인된다. 전국의 만 13세~69세의 남녀 1,200명 대상의 엠브레인 설문 결과, 86.8%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응답했다. 정보의 홍수라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보 접근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덕분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관습적인 연령에 따른 소비 구분이 희미해진지 오래다. 마케팅 방법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되어, 소비자의 역할과 장르를 인구통계학 기반으로 한정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MZ세대, X세대, 베이비붐 세대처럼 성장 과정에서 함께 경험한 특수성을 고려한 명칭이 존재는 하나, 기본적으로 모두가 개인별 고유한 맥락을 가진 소비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이의 장벽이 무너지는 시대 흐름에 맞춰 부상하게 된 에이지리스(Ageless)‘는 대중문화와 소비 트렌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올라 타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친 사례를 살펴보자. 

 

‘젊음’을 파는 이케아

이케아는 누구나 가구를 직접 조립하고 집에 배치하여 집안의 분위기를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 출처: IKEA
이케아는 누구나 가구를 직접 조립하고 집에 배치하여 집안의 분위기를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 출처: IKEA

파란색의 창고 건물에 노란색의 철자로 쓰인 이케아(IKEA)는 ‘젊음’을 판다. “Young people of all ages”로 대표되는 고객 철학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든 그들의 가구를 구매한다면 감각을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가구란 높은 내구성과 함께 집안의 장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고급 상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고, DIY(Do It Yourself)의 조립식으로 직접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칭업자 캄프라드는 “나이를 불문하고 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케아의 제품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조립하는 과정을 즐긴다면 모두 젊은이인 셈이다. 나이가 많더라도 오히려 ‘나는 내 손으로 가구를 만들어 분위기를 바꿀 줄 아는 사람이야’라며 좋아할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이지리스의 만족을 안겨준 이케아는 덕분에 스웨덴의 작은 가구업체에서 전 세계 인기를 얻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 소비자에게도 자신의 취향으로 집을 꾸미는 일이 전문가의 영역만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며, 2014년 광명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명품, 이제는 온라인에서 

중장년층을 홍보 모델로 내세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디지털 소비 시장의 신흥 소비층으로 등장한 X세대를 겨냥했다. / 출처: 각사 홈페이지 (좌측부터 발란, 트렌비, 캐치, 머스트잇)
중장년층을 홍보 모델로 내세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디지털 소비 시장의 신흥 소비층으로 등장한 X세대를 겨냥했다. / 출처: 각사 홈페이지 (좌측부터 발란, 트렌비, 캐치, 머스트잇)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등은 탄탄한 소비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X세대(X-teen 엑스틴)의 심리를 성공적으로 겨냥하며 산업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 X세대는 1965~1979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며, ‘개인주의’라 불리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처음 보여준 세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의 MZ 세대 사이에 끼여, 이제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무렵 IMF 외환위기가 덮쳐, 현실에 순응한 탓에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코로나 19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자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기 시작한 중장년층이 증가했고 자식들의 개성 표현 방식에 영감을 받아, 덕분에 디지털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역시 그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시장을 받치는 기둥이다. 큰 시장을 장악하려면 엑스틴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소비 시장은 엑스틴이 이끌고 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머스트잇은 배우 주지훈을 모델로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손쉽게 제품을 비교하고 배달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발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40대 사용자의 수는 전년 대비 260% 증가했으며, 총 비율은 28%를 기록했다. 업계 거래액 1위의 머스트잇도 3050세대의 구매력이 전년대비 150%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뉴트로의 부상

할매니얼로 대표되는 식품 업계의 복고 열풍은 젊은층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 출처: 빙그레 아이스크림 Youtube
할매니얼로 대표되는 식품 업계의 복고 열풍은 젊은층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 출처: 빙그레 아이스크림 Youtube

젊은층 사이에서는 복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유행처럼 번져,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등산 같은 취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산린이를 검색하면 13만 개 이상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증 문화에 익숙한 2030의 MZ 세대가 도장 깨기를 하듯 등산을 즐기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의 연령별 선호 상품군의 판매 증감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화폐, 주화, 우표 등 수집품은 10~30대 고객에서 50% 이상, 엘피(LP)판과 턴테이블 구입은 61%, 오디오 등의 수요는 25% 증가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할메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의 신조어)’이란 용어로 대표된다. 흑임자와 쑥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건강한 맛을 자랑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들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빙그레, 롯데제과, 배스킨라빈스와 같은 굵직한 식품 기업은 물론, 길거리의 카페에서도 관련한 메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적 교차가 촉진한 에이지리스 소비는 앞으로 시장의 주류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그렇기에 각 브랜드의 목표 고객을 특정 연령층에 맞춰야 한다는 오랜 명제에 의문을 가질 때가 되었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발돋움한 만큼 마케팅 방식 역시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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