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새해가 되면 통과의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다짐이다. 1월은 어느 때보다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한 해를 미리 그려보기 좋은 시간이다. 마음 속으로 “올해는 반드시 운동, 다이어트, 금연, 영어공부 등등에 성공하리라”를 외치지 않은 이가 없으리 만치, 기업들도 이때 새로운 마음으로 사업을 재정비한다. 1월은 기업의 시무식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올해 많은 기업들은 어떤 다짐으로 새해를 열었을까.

 

기술이 일상을 고도화시키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언제부터인가 한 해를 일굴 청사진을 얻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연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방문한다. 올해의 화두는 뭐였을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어느 새 7년차에 이르니 기술의 흐름이 예측되어서인지 이번 CES에서는 눈에 띄는 새로움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우리에게 어느 새 새로움에 대한 높은 민감도가 생겼기 때문이리라.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메타버스, NFT 등 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세상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익히 짐작하고 예견하기를 반복해 왔다. 그러는 동안 세상의 판은 여러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그 모습이 그려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여전히 모호하며, 당장 올해 말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상상이 잘 안된다.

 

지금은 ‘새로운 기술 찾기’보다 기술이 가져오는 삶의 혁신, 즉 ‘기술에 대한 해석’이 필요한 시기이다. 고객경험 차원에서 새로운 사용성을 찾는 것으로 DT의 차기 과업이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부와 기술의 사용성에 대한 연구. 기술이 거듭 등장할수록 우리의 초점은 온통 신기술에 집중되어 풀어도 끊이지 않는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최근 몇 년간 벤치마킹하기 좋은 성공 사례들이 차곡차곡 나오고 있지만 ‘올해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여전히 DT는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인다.

 

산업의 근간이 바뀌는 시대, 업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하는 시점에 우리가 몸을 맡겨 성장하기 좋은 틀이 있다. 바로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골든서클(Golden Circle)이다. 그의 말을 빌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문제를 접근하는데 what-> how-> why의 흐름을 따르는데,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은 거꾸로 why-> how-> what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솔루션을 찾는 접근이 아닌,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물음으로서 근본적인 목적 달성에 이르게 해주는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지금은 시대 변화에 따라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명확히 하여 업을 재조명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기술이 아닌 가치의 시대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업의 가치를 규정했다면 이를 이행하는 문제가 따른다.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에 좋은 귀감이 될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서클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서클

 

지난 1월 14일 한국마케팅협회 디지털마케팅CEOⅡ 과정 중 원우사 방문 코너로 세라젬 본사를 다녀왔다. 일전에도 세라젬의 옴니채널 마케팅에 대한 성공사례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번 방문은 올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경수 대표의 성공담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세라젬은 최근 글로벌 홈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다. 이경수 대표는 ‘Innovative Total Home-Healthcare Solution Provider’를 비전 삼아 2023년 한국 매출 1조를 목표로 세라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총사령관이다. ‘세라젬 마스터’라는 자동척추온열 의료기기 단품으로 출발한 회사가 철저한 고객 중심의 ‘라이프케어 의료가전’이 되기까지 이환성 회장과 이경수 대표의 높은 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었다. 40대의 젊은 대표가 일구고 있는 ‘홈 헬스케어’라는 불모지에서의 혁신.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한국마케팅협회 세라젬 원우사 방문
한국마케팅협회 세라젬 원우사 방문

 

① 탄탄한 DT 전략 : 옴니 플랫폼 구축

세라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중심이다. 비즈니스의 관점과 프로세스를 모두 제품이 아닌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세라젬 DT 전략의 정수이다. ‘대한민국 의료기기 업체 1위’라는 수식어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통합 홈 헬스케어'로서 코어 케어(core care), 써큘레이션 케어(circulation), 릴렉스 케어(relax care), 엑서사이즈 케어(exercise care), 리빙 케어(living care), 뉴트리션 케어(nutrition care), 멘탈 케어(mental care), 뷰티 케어(beauty care) 등 고객의 필요에 맞닿은 서비스로 솔루션 라인업을 구축한다.

 

고객의 필요 관점에서 나온 헬스케어 솔루션들은 고객 서비스의 경험 단계별로 철저히 관리된다. 대외적 고객관리는 ‘CS 매니저’를 통해, 매장 체험은 ‘서비스 매니저’를 통해, 의료가전의 설치와 안내는 ‘헬스 플래너’를 통해, 제품 사용과 AS는 ‘서비스 마스터’를 통해, 지속적 건강관리는 ‘헬스 큐레이터’를 통해 각 터치포인트에 적합한 전문가들의 섬세한 관리로 서비스가 구현된다. 고객가치가 강렬한 서비스 경험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물샐틈없는 옴니채널 서비스로 짜여지게 된다.

 

세라젬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1:1 맞춤형 정기방문 서비스인 ‘세라케어 서비스’를 통해 고도화 된다. 건강만큼 개인적인 것이 없으며, 건강만큼 전문적인 것도 없다. 누구나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번 세라젬의 서비스를 체험해 본 사람은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신 개념의 홈 케어 서비스에 놀라움을 느끼며 자발적 행동들을 이어간다. 꾸준히 사용하고 알아서 추천한다. 놀라움에 대한 경험만큼 알리고 싶은 것은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웰라이프 멤버십으로 플랫포밍 된다. 이는 세라젬이 제품 ‘판매’가 아닌 경험의 ‘구매’로 비즈니스의 방항타를 잡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② 철저한 고객 중심 마인드와 시스템 : 고객 문제해결의 7가지 질문

세라젬에서는 비즈니스를 ‘판매자’의 관점이 아닌 ‘구매자’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제품에 대한 전문성은 우리가 가지고 있을지 언정, 시야는 항상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세라젬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고객 중심 서비스에 사활을 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홈 헬스케어 솔루션을 창조하는데 핵심 역량을 쏟는다.

 

그들은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객 문제해결을 위한 7가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이 문제를 끈덕지게 풀어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땡큐, 세라젬!” 이라는 외침을 듣는 것을 소망한다. 세라젬이 목숨 걸고 사수하는 고객문제의 7가지 질문. 이것이 세라젬 DT의 마스터키다. 이 과정을 통해 세라젬의 시스템과 직원들은 홈 헬스케어 영역의 독보적인 고객문제 해결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_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문제(불편함)을 가지고 있는가?

_ 그 문제의 본질과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_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_ 이 문제를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가?

_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_ 회사와 동료의 어떤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가?

_ 이것이 최선인가? 무엇을 또 해야 하는가?

_ 그리고.. 내∙외부 고객의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의 반복

 

③ 행동을 위한 실천 강령 : ‘땡큐 세라젬’의 7대 행동원칙

비전은 비전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만으로도 완결되지 않는다. 행동하는 비전만이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며, 종국에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다. DT가 어렵사리 실패하는 이유도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해서인 경우가 다반수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다 같이 홈 헬스케어 서비스라는 신대륙에 착륙하기 위해 세라제머십(Ceragemership)이라는 행동 원칙을 선포하고 이를 따르게 한다. 세라제머십의 목표는 ‘땡큐 세라젬’이라는 고객 피드백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땡큐 세라젬’이라는 고객 감동을 이끌어낼 것인가? 어떻게 고객들로부터 ‘땡큐 세라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고객의 건강한 삶에 조력자가 될 것인가? 질문이 명확하면 행동도 명확해진다. 비전을 실천하는 세라젬의 행동 강령에는 ‘내부∙외부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가득하다.

 

④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꿈’의 원동력

완벽히 짜여진 DT 전략, 확고한 고객중심 마인드.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 강령까지. 세라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떤 시대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공고해 보였다. 이는 그 주춧돌에 다른 것도 아닌 고객을 괴어 놓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고객 마인드는 제조업체들이 참으로 내재화하기 어려운 역량이다. 제조의 출발은 제품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제품을 보는 시야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에 내노라 하는 선배들이 많은 가운데 40대 젊은 대표의 패기로만 보기에는 세라젬의 행보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대체 저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경수 대표의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마지막에 던진 질문에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 대표가 한국 비즈니스의 총대를 매기 전 중국 지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 당시 회장님의 부름으로 한국으로 넘어와 홈 헬스케어 시장의 애플이 되겠다는 그의 원대한 꿈을 지지하고자 하는 이경수 대표의 의지가 에너지 근원이 되었다. 꿈의 릴레이다.

 

‘가족이, 동료들이, 고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소박한 말과 더불어 “꿈을 크게 꾼 덕분이예요. 그러면 중간에 생기는 작은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라며 빙긋이 웃는 모습에 그가 꾸는 꿈의 크기를 과연 가늠할 수 있을까, 그게 갖는 꿈에 대한 확신과 신념은 얼마나 단단한 것일까 하는 탄성과 존경이 우러나왔다. 꿈에 대한 순수성, 이것이 바로 골든 서클의 정점에 해당하는 부분이자, 디지털 시대의 핵심 가치인 ‘진정성’이다.

 

최근 세라젬은 본사 위치를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센터필드(WEST)로 이주했다. 센터필드는 작년 초 준공된 건물로 글로벌 IT 기업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입주(EAST)해 있는 프라임급 업무 빌딩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마주보며 홈 헬스케어 시장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고객들에게 인정받겠다는 세라젬. 헬스케어 시장 내의 애플을 꿈꾸는 세라젬은 이경수 대표 같은 인재들의 꿈의 릴레이를 통해, 1조를 넘어 10조, 100조 기업으로의 성장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제조가 중심인 시대에는 공장을 돌릴 수 있는 힘이 기계와 전기에서 나왔지만, 창조적 자본주의의 시대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문제를 볼 수 있는 창의적 인재가 힘이 된다. 그리고 창조적 인적 자원을 갖추기 위해 기업이 먼저 셋팅해야 하는 것은 '어떤 꿈을 꿀 것이냐'의 비전의 설정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사람들을 모으고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멋진 꿈’이기 때문이다. 최근 골든 글로브에서 한국 최초 수상의 영광을 안은 79세 배우 ‘오영수’는 수많은 광고와 작품을 고사하고 차기작으로 연극 무대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이 눈부신 이유는 연기 인생 55년 만에 처음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 임에도 그의 진중한 결정 밑으로 연기에 대한 꿈의 동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변화의 바람이 거셀 것 같다. 지금까지가 현실 세계에서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현실과 가상이 어떻게 어우러져서 승패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화두가 될 것이다. 어떻게 이 파고를 넘을 것인가. 부디 꿈의 동력을 잊지 말길 바란다. 지금은 다시 꿈을 꾸어야 할 때이다.

 

* 세라젬 홈페이지 : https://www.ceragem.co.kr/

* 한국마케팅협회 홈페이지 : http://www.prideofkorea.com/?c=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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