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렌탈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 기록

최근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면서 렌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렌탈시장은 매해 15%를 웃도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렌탈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는 최근 ‘소유’를 과감히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유욕을 충족하는 만족감 대신 상품을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면서다. ‘무소유’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최근 렌탈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패션 아이템’이다. ‘똑똑한 소비자’를 타깃으로한 의류 렌탈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렌탈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정장류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왔던 의류 렌탈 서비스들은 은 소비자를 겨냥,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렌탈해줌으로써 장기화된 불황 속에서 의류 구입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패션 렌탈 서비스는 유럽, 미국에서는 2013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서비스로 최근 인도, 일본에서도 패션 렌탈 스타트업들이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처음 시작한 ‘원투웨어’를 기점으로 패션 렌탈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최근에는 거대 유통망과 물품 구매력까지 갖춘 유통 대기업들이 ‘렌탈사업’에 뛰어들면서 ‘렌탈소비’가 일상 깊숙이 자리 내리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셔츠 전문 브랜드 ‘셔츠바이시리즈’는 지난 8일 셔츠 렌탈 서비스를 선보였다. 갑자기 생긴 비즈니스 미팅이나 장례식 등 예의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일이 발생한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에 패션 렌탈 전문 매장 ‘살롱 드 샬롯’을 오픈,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해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패션 렌탈 매장인 ‘살롱 드 샬롯(Salon de Charlotte)’을 열었다. 살롱드샬롯은 드레스, 정장, 주얼리 등 자주 착용하진 않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주는 한국형 패션 렌탈 매장이다. ‘살롱 드 샬롯’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주중에는 30명, 주말에는 50명 수준이다. 

 백화점 측에 따르면 예상보다 120%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드레스, 수트 등 아동용 의류 상품이다. 핸드백, 주얼리 등 잡화 상품을 대여하려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렌탈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패션렌탈을 기획했다”며 “프리미엄 의류를 넘어 일상복, 여행용품 등 향후 상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플래닛은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 앤’을 지난 9월 오픈해 직장인과 대학생 등 젊은층에호응을 얻고 있다.

 SK플래닛은 9월 브랜드 의류ㆍ잡화를 빌려주는 '프로젝트 앤(PROJECT ANNE)'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순히 옷을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처럼 내가 원하는 패션을 마음대로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은 옷을 실컷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다. 단순 렌탈 서비스에서 벗어나고자 패션을 옷장에 가둬 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다채롭게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의 대상으로 접근했다. 즉 음악과 영화를 다운받지 않고 모바일로 스트리밍하는 것처럼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스타일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SK플래닛 측에 따르면 월정액(8만원)만 내면 한달에 최대 4벌까지 대여해 입을 수 있다는 장점에 한달여 만에 다운로드수가 5,000건을 넘어섰으며 이용고객을 중심으로 한 좋은 반응들이 올라면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패션렌탈서비스의 인기는 패션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공급사슬 전체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지닌다. 즉, 유행에 구애 받지 않고 알맞은 상품을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구매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시장의 측면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는 의류 폐기량과 패스트패션의 트렌드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렌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렌탈회사에서 대여되거나 판매되는 의류들의 데이터들은 미래의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렌탈 서비스 제공자들과 더욱 번번히 의사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판매 프로세스보다 패션 산업 발전에 더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패션 렌탈 업체들은 렌탈 상품의 선별, 서비스 특성 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자 간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띄고 있다. 패션 렌탈 사업이 보다 큰 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 소셜 서비스와 큐레이션 서비스, 백화점 등 거대 기업과 제휴하여 이용자를 확보하는 추가적인 사업 영역 확대가 필연적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패션 렌탈 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원단 생산과 사용, 공정, 운송, 보관, 판매와 서비스, 소비에 직결된 모든 과정에 패스트패션이 초래하는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숙제를 던지는 패션 렌탈 산업은 소비자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렌탈소비는 경제적인 부담을 낮추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상품의 카테고리로 렌탈서비스는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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