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에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은행을 가고, 택시를 타고, 영화를 보고, 옷을 사고, 내일 아침 식탁에 올릴 식자재를 사는 방법이 예전과 달라졌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친구와 이야기하는 방법도, 친구 또는 혼자서 노는 방식도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모두 디지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다. 어느 새 디지털은 우리의 친숙한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에서 생활하고 있을까? 디지털에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돕는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버티컬(Vertical) 앱이라고 불리는 카테고리 전문 앱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버티컬 앱들은 특히 MZ세대들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MZ세대들은 지그재그에서 옷을 고르고,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고, 오늘의집에서 내방을 꾸밀 인테리어 아이템을 득템하고, 올리브영에서 오늘드림으로 화장품을 주문하고, 주말에 놀거리를 야놀자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디지털 라이프를 즐긴다.

 

가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대다. 디지털은 오프라인의 제조 시스템과 달라서 비즈니스의 설계와 운영이 자유롭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버티컬 플랫폼들이 디지털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플랫폼만 만들면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니다. 디지털에서의 승패는 고객 유입에 달린다. 고객이 우리 플랫폼에 계속 찾아올 수 있도록 트래픽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 과업이다. 매출은 그 다음 이야기이다. 고객이 와야 우리 비즈니스가 노출되고, 그래야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에서의 주요 과업은 우리 플랫폼까지 유입되는 채널들의 백저니(back journey)를 설계하고,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을 우리의 반경 안으로 유입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유입된 고객이 우리 플랫폼에 머물게 하기 위해 계속 고객과 소통하며 그들의 니즈를 맞춰 주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고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그들의 불만과 니즈를 데이터라는 형태로 플랫폼에 쏟아낸다. 앞으로는 얼마나 정교하게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고,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비즈니스의 사활을 결정하게 된다.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 과정을 보면 성공하는 플랫폼이 걸어왔던 발자취를 알 수 있다. 이들은 통상 ‘미디어’로 시작해서 ‘커뮤니티’가 된 후에 ‘커머스’로 진화한다. 오늘의집이 처음부터 인테리어 소품을 팔았던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던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기억해보라. 미디어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하는 최적의 비즈니스 포맷이다. 이때 미디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래서 광고가 아닌 콘텐츠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고객에게 선택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디지털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개성껏 살아가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이를 고객에게 제안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과거에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초식은 제품이 가진 장점을 소비자의 필요와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마케터가 관리해야 할 영역은 구매 이전에 광고를 내보내거나, 구매 시점에 유통 전략을 짜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마케팅 메시지는 제품에 포커싱 되어서 설계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가 모바일 폰을 들고 하루 종일 생활하는 그들의 일상을 따라 갈 수 있어야 마케터가 치고 들어갈 시간 점유(time share)를 확보할 수 있다. 제품이 아니라 일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브랜드 전략은 브랜드의 가진 가장 멋진 모습을 매력적인 이미지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삶에 놓였을 때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살 수 있도록 고객의 일상과 브랜드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고객이 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브랜드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경험의 아이덴티티를 브랜드라는 큰 그릇에 담아 규정하고, 이를 디지털 경험으로 풀어내야 한다. 우주와도 같은 끝없는 디지털 공간 안에서 우리 브랜드의 생태계로 고객들을 불러모으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브랜드 유니버스(brand universe)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유니버스는 브랜드를 구심점으로 해서 고객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우리만의 브랜드 생태계, 우리만의 브랜드의 놀이터를 만드는 설계도이다. 이것은 제품 이상으로, 우리의 브랜드 생태계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소비자와 함께 소통하며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창조의 영역이다. 디지털은 더 이상 퍼포먼스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우리 고객들의 삶의 현장이다. 디지털을 성과 중심의 필드로만 보지 말고, 고객의 삶을 도울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자. 살아 숨쉬는 유기체와 같은 디지털 생태계, 무수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개개의 소비자와 함께 우리만의 브랜드 유니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만큼 마케터가 할 수 있는 멋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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