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무손실 음원·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서비스 시작한 애플 뮤직…본격적인 고음질 음원 시대 개막

애플 뮤직은 FLAC이 아니라 독자적인 ALAC 코덱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 출처 = 맥루머스
애플 뮤직은 FLAC이 아니라 독자적인 ALAC 코덱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 출처 = 맥루머스

 지난 5월 18일, 애플 뮤직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6월부터 현재 서비스 중인 약 7,500만 개의 곡을 추가 요금 없이 최대 24비트/192kHz 무손실 오디오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애플의 H1, W1 칩을 탑재한 모든 에어팟과 비츠 헤드폰 시리즈는 물론 모든 일반 유무선 헤드폰까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여 공간감 있는 오디오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손실 오디오와 돌비 애트모스 기능은 모두 요금 인상 없이 기존 요금 그대로($9.99, 한국 가격 8,700원) 제공하는 것으로, 스포티파이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글로벌 1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구독자 수를 빼앗아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부분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은 FLAC, ALAC과 같은 무손실 압축 음원을 사용하고 있다. 무손실 압축 음원은 원본에 비해 용량은 작지만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음악을 듣기 직전까지 압축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음원 재생 직전에 압축을 풀어(디코딩) 원음으로 재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손실 없이 원음을 최대한 구현해내기 때문에 예전부터 음악 애호가들의 수요가 존재해왔지만, 비싼 요금제와 파일 재생을 위해 필요한 각종 기기의 비용 때문에 주로 소수의 취미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이 개선되고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애플의 ‘에어팟’이 히트하면서 오히려 음질에 대한 갈증이 생긴 소비자들의 수요가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에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마존 뮤직, 타이달의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비교한 표 / 출처 =자체 제작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아마존 뮤직, 타이달의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비교한 표 / 출처 =자체 제작

 2020년 2분기 기준 글로벌 34%의 점유율로 3억 2000만 이용자, 유료 구독자 1억 4400만명을 확보한 업계 1위 스포티파이도 지난 2월 일찌감치 고음질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하이파이(Spotify Hi-Fi)’의 출시를 알렸다. 스포티파이는 ‘Stream On’ 행사를 통해 “스포티파이 하이파이는 음악을 CD품질의 무손실 음원으로 여러분의 기기 및 스포티파이 커넥트 지원 기기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며, 따라서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트랙을 더 깊고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스포티파이 커넥트(Spotify Connect)’를 통해 최대한 많은 기기에서 고음질 음원을 즐길 수 있도록 스피커 제조사들과 협업 중이라고 전하면서 전 세계 음학 애호가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스포티파이 하이파이의 출시는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요금제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애플 뮤직이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지난 5월 글로벌 점유율 15%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 뮤직’도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최대 24비트 무손실 음원 서비스인 ‘아마존 뮤직 HD’를 추가 요금 없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아마존 뮤직 HD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9.99달러의 기본 월 구독료에 5달러의 추가 요금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기존의 고객은 물론 새로운 고객들까지 월 9.99달러의 통일된 금액으로 무손실 음원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경쟁사인 애플 뮤직의 무손실 음원 서비스 출시에 앞서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오고자 단행한 조치로 보고 있다. 아마존 뮤직의 스티브 붐(Steve Boom)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처음 아마존 뮤직 HD를 출시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의 음악 팬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최상의 음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업계를 선도하는 것이었다”면서 “이제 아마존 뮤직 HD를 추가 비용 없이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글로벌 1,2,3위를 달리고 있는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 외에도 타이달(Tidal), 디저(Deezer), 코부즈(Qobuz)같은 서비스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무손실 음원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래퍼 제이지(Jay-Z)가 2015년 런칭한 타이달의 경우, 영국의 메리디안(Meridian)사가 개발한 MQA 코덱을 차용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24비트 384kHz의 마스터 퀄리티 음질을 서비스하고 있다. 월 요금은 19.99달러로 가장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들의 잇따른 무손실 음원 서비스 진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조만간 가격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애플 뮤직, 멜론 Hi-fi, 벅스의 고음질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비교한 표 / 출처 = 자체 제작
애플 뮤직, 멜론 Hi-fi, 벅스의 고음질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비교한 표 / 출처 = 자체 제작

 한국의 경우, 2009년 11얼 최초로 원음서비스를 시작한 벅스를 필두로 현재 멜론, FLO, 지니뮤직 등이 FLAC 무손실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수 국내 1위 업체인 멜론은 12,000원의 ‘멜론 Hi-fi’ 요금제를 통해 최대 24bit/192kHz의 무손실 음원을 서비스하고 있고 벅스 또한 ‘프리미엄 무제한 듣기’ 요금제를 통해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약 1,000만 여곡의 무손실 음원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애플 뮤직이 8,700원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무손실 음원 제공을 시작하면서,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음질 음원 수요가 해외에 비해 높지 않은 국내 음원 시장 특성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애플 뮤직은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한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의 잇따른 고음질 서비스 출시, ‘돌비 애트모스’ 같은 입체 음향 기술의 상용화로 점점 ‘듣는’ 음악에서 ‘경험하는’ 음악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방향이 변화하는 ‘공간 음향(Spatial Audio)’ 기능을 작년에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드웨어 기기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가볍게 즐기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아이폰 이용자들이 고음질 음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별도의 외장 DAC와 유선 이이폰이 필요하다. 무선 이어폰, 헤드폰과 같은 블루투스 기기들은 무선으로 음원을 전송하기 때문에 음원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애플의 에어팟 시리즈가 완전히 잠식한 이어폰 시장의 특성상, 무손실 음원의 무선 전송 기술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진정한 상용화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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