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와 생활이 어우러진 디지털 생태계는 마케팅 원시안으로 바라봐야”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해 고객 일상을 서비스하는 요즘 뜨는 플랫폼들”

“고객지향적 시야로 일상의 행동에 숨겨진 본질을 찾아 업을 재조명할 것”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위에, 즐기는 놈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뛰는 놈’은 하수이고, ‘나는 놈’은 중수이며, ‘즐기는 놈’은 고수라는 뜻이다. 초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나은 무엇이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더 나은 무엇이 되는 방법. 여기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시야(field of vision)’를 넓히는 것이다.

 

가끔 이기는 사람들의 전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수를 넘어 두 수를 보고, 심지어는 세 수까지 보기도 한다. 판(field)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판을 짜는 것이다. 이기는 사람의 노하우는 대체로 미련하게 똑똑하거나 부지런을 떠는 곳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시야가 넓은 사람은 판이 보인다. 특정 스팟(spot)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그곳을 중심으로 상황이 돌아가는 동선이 보인다. 현재의 대응도 적절하고 미래의 대비도 가능하다.

 

지금 디지털 마케팅에서 절실한 것은 ‘시야의 확보’이다. 일찍이 하버드 대학의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교수는 1960년대부터 ‘마케팅의 근시안적 관점(marketing myopia)을 경계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의 말은 업(業)의 개념을 기업의 관점에서만 규정하면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고견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들은 어떤 새로운 시야를 가져야 마케팅의 근시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날 같은 네트워크의 시대에 디지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디지털 시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즉, 디지털에서 거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이룰 수 있는 기본 구조를 갖춰야 한다. 오프라인 시장이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시장(market), 거래의 대상인 상품(product), 상품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거래(transaction)로 구성되듯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인 양면시장(Context), 거래의 대상인 교차보조 도구(Content), 거래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상호작용(Community)의 3C가 있어야 플랫폼이 형성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과 디지털 시장은 그 구성에서 유사함을 보이나, 거래되는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판매와 구매의 접점으로서 유통 채널의 의미가 크지만, 디지털 시장은 구매 뿐만 아니라 생활의 전반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거래되는 내용도 유통채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에서는 생활의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된다. 말이 거래이지, 그냥 생활 자체이다. 정보를 찾는 것도, 친구와 채팅을 하는 것도, 일상을 사진으로 스크랩하거나, 영화를 보고, 뱅킹을 하고, 택시를 타고, 헬스 트레이닝을 받고, 교육을 받는 것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로 교환된다. 디지털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 보통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우리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에 진열해 놓은 뒤에 고객들을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이는 디지털을 판매와 구매의 접점으로만 보는 접근이다. 디지털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인데, 근시안적 관점으로 보니 디지털이 유통 채널로만 보이는 것이다.

 

최근 뜨는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에서 제품을 팔지 않는다. 생활을 판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다. 그들은 어떻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요즘 뜨는 스타트업 플랫폼 기업의 행보를 보면서 디지털에서 어떻게 마케팅 근시안을 탈피할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살펴보자.

 

작년 겨울 한국마케팅협회 제84회 마케팅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당찬 포스의 여성 대표님이 재미있는 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Z세대를 위한 뷰티 놀이터 ‘잼페이스(Zamface)’였다. 잼페이스는 화장을 즐기는 Z세대들이 궁금한 화장법과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찾고 즐기며, 뷰티 찐친과 공유하며 놀 수 있는 뷰티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일단, 잼페이스에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가 가득하다.

 

사진 출처: Youtube
사진 출처: Youtube

 

시작은 소비자의 고충에서 출발했다. 유튜브에도 많은 메이크업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지만, 뷰티 크리에이터 수도 만만치 않았고(당시 활동 크리에이터 4,000명), 매일 업로드 되는 영상도 어마어마했으며(총 100,000여 편),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1회 이상 사용제품 10,000여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피부와 얼굴 모양과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화장법과 화장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주로 동영상을 통해 화장법을 익히는 Z세대들의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비자의 메이크업 생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들은 긴 뷰티 영상을 빨리 훑어보거나, 원하는 부분을 쉽게 골라서 보고, 영상에서 추천하는 제품을 찜한 뒤에 바로 구매하고 싶어했다. 고충이 해결되면 솔루션이 된다. 바로 잼페이스가 그 솔루션으로 세상에 나왔다.

 

잼페이스의 핵심 솔루션은 ① 검색 편의(동영상 중 원하는 부분만 골라보는 타임점프 기능, 영상 내 사용된 화장품 리스팅), ② 큐레이션 서비스(유저 액션이나 페이스 매칭을 통한 개인화 된 영상 추천), ③ 영상 시청에서 구매까지 원스톱 서비스(영상을 통한 메이크업 노하우 획득, 맘에 드는 화장품을 찜해서 구매까지 제공)로 이루어져 있다. 잼페이스는 AI 얼굴인식 기술과 AI 객체인식 기술 등 고도의 IT 테크놀로지를 도입하여, 개인 취향별 화장법을 쉽고 빠르게 제공해주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탄생되었다. 전에 없던 고객경험의 창출이었다. 고객경험이 훌륭하니 소비자들이 안 올 수가 없다. 또한 잼페이스로 유저 트래픽이 몰리다 보니 뷰티 판매자들도 덩달아 잼페이스로 몰려든다.

 

사진 출처: 잼페이스
사진 출처: 잼페이스

 

잼페이스의 AI 기술력이 집약된 타임점프 기능은 ‘뷰튜버 영상 내에서 특정 메이크업 단계로 구간 이동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순간 이동 기능’이다. 타임점프 기능으로 인해 잼페이스는 서비스 런칭 후 1년 2개월 만에 6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잼페이스가 들었던 최고의 찬사는 다음과 같은 고객의 찐 리뷰였다. “화알못이었던 제가 잼페이스를 만나 뉴페이스 됐어요.” 과장 조금 보태서, 화장 어플 하나로 인생이 달라졌다. 잼페이스는 개인화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슷한 취향의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 뷰티찐친과 소통하는 즐거운 뷰티 소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서 오가는 고객들의 메이크업 고민과 노하우는 다시 즐거운 뷰티 플랫폼을 위한 아이디어로 반영된다.

 

잼페이스의 서비스 기획력에서 마케팅 근시안을 벗어버릴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소비자의 메이크업 일상을 돕는 서비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새로운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고 제안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상품을 제조하는데 집중해왔다. 마케팅의 긴 역사 동안, 생산 경쟁, 품질 경쟁, 서비스 경쟁, 브랜드 경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지만, 지금만큼 고객의 일상을 다뤄왔던 적은 없었다.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원시안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고객의 삶을 바라보는 원시안적 관점,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마케팅의 대상이 ‘제품’에서 ‘일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잘 보자. 제품은 ‘명사’이나 일상은 ‘동사’이다. 제조사가 만든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독특한 판매 제안인 USP(Unique selling point)나 차별성을 나타내는 POD(Point of Difference)가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보다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개인 소비자를 둘러싼 네트워크로 일상의 모든 순간(every moments)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디지털에서는 우리 제품이 누구와 경쟁을 하고 있는지 보다, 소비자가 지금 우리 제품을 가지고 어떤 맥락(Context)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객 지향적인 시야’이다. 고객 지향적이란 말은 ‘우리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객들이 봤을 때 ‘이 회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업(業)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팔고 있는가? 소비자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왜 사야 하는가? 그것이 고객 지향적인 시야에서 내리는 업의 규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만, 정확히 고객 지향적인 시야에서 업을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업은 실제로 얼마되지 않는다. 업의 본질이 뭘까? 영화관 사업을 한다고 치자.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기 위해 깨끗하고 청결한 외관에 편안한 쿠션을 장착한 좌석으로 영화관을 보수한다. 이 정도면 고객들이 올만 한가? 아직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동안 입이 심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맛있는 팝콘과 프레즐을 판매할 수 있는 스낵코너를 신설한다. 이제는 되었는가? 결론은 ‘아직 안 되었다’ 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영화관에 왜 오는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영화관에 즐겁기 위해 간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설레이는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다. 영화 비즈니스의 본질은 ‘영화를 관람하게 해주는 일’ 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일’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 좀 이해가 간다. 고객지향적 시야에서 업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것은 ‘고객이 왜 우리 브랜드를 사야 하는지를 고객의 관점에서 풀이하는 것’이다. ‘무엇을 파는 것(What to sell)’이 아니라 ‘왜 사는지(Why to buy)’를 고민해야 답이 나오는 문제이다.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세련된 이미지와 멋진 스타일을 파는 것이고,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안락함과 자부심을 파는 것이며,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유익한 지식과 즐거운 시간을 파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과 좋은 느낌, 꿈과 자부심과 일상의 행복을 파는 것이다. What은 시스템을 다루는 기업 지향적인 시야이고, Why는 경험을 다루는 고객 지향적인 시야이다.

 

잼페이스를 다시 보자. 잼페이스의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잼페이스는 쉽고 재미있게 화장을 즐기는 곳인가?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MZ세대들은 왜 잼페이스를 즐겨 찾는가? 기억하는가? 잼페이스로 뉴페이스를 얻었다는 찐팬의 후기를. 그렇다. 잼페이스는 나를 ‘되고 싶은 나로 변신시켜 주는 곳’이다. 잼페이스는 마법 같은 곳이다. 멋진 마법을 부리기 위해 잼페이스를 찾고, 마법의 결과물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자랑하고 즐기기 위해 오는 곳이다.

 

이제 알겠는가. 시야가 달라지면 업의 개념이 달라진다. 서비스 내용도 달라지고 고객이 그 서비스를 찾는 이유도 달라진다.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 지향적인 시야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고객이 일상 속에서 무슨 경험을 하길 원하는지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의 본질을 살펴야 한다. 그 안에 고객이 원하는 기대가 숨겨져 있다. 그것을 꺼집어 내야만 마케팅 근시안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시야로 고객의 판을 볼 수 있고, 고객의 판을 짤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소비자의 일상 속에는 무수히 많은 Why 지점들이 존재한다. 제품에서 눈을 돌려 고객의 일상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 안에 숨겨진 행동의 본질을 찾을 때 디지털 생태계를 살고 있는 소비자의 기대 속에 우리 브랜드를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마케팅에도 높이 나는 지혜가 필요하다. 브랜드 뉴노멀이 필요한 시대, 마케팅 근시안을 버리고 우리도 이제 높게 올라 탁 트인 시야로 고객의 일상을 바라보자.

 

*잼페이스(Zamface)는 여성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중소벤쳐기업부장관상 수상, 제8회 대한민국브랜드대상 단체부문 수상을 한 우량 스타트업 ㈜작당모의(대표: 윤정하)의 뷰티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K-화장품과 K-뷰튜버의 글로벌 동반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잼페이스의 야심찬 글로벌 시장재패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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