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많은 산업군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신기술에 대한 베일이 많이 벗겨진 지금 기술은 더 이상 새롭게 들리지 않으며, 기술에 대한 거품이 제거된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해법에 이르는 통찰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해법을 찾아야 할까?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성공 사례들을 늘어놓고 우리 회사에 접목할 만한 접근들을 찾아 시도하는 중이다. 우리 기업에 맞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솔루션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일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시선은 ‘새로운 것이 들어와도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무엇이 오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업의 본질은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마케팅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선은 ‘새로운 것이 들어옴으로써 기존보다 더 좋아질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 이것은 본질은 유지한 채 더 편리하고 더 새로운 가치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첫 번째 시선을 무시한 채 두 번째 시선에만 관심이 쏠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데 적지 않은 오류를 빚어왔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은 본질에 집중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답을 성공적으로 찾은 멋진 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의료기기 브랜드로 유명한 세라젬이다. 의료기기 사장은 오스템 임플란트와 삼성 메디슨의 양강구도로 시장이 좌우되던 곳인데 최근 세라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해 세라~세라~” 언제부터인지 세라젬 광고가 눈에 띈다. 의료기기 브랜드 같지 않은 광고 비주얼과 메시지가 원인이었다. “집에서. 누워서. 매일.”이라는 문구에서도 뭔가 변화가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제품 카테고리 명칭도 바뀌었다. ‘의료기기’에서 ‘의료가전’으로. 아직은 조금 생소해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변화 뒤에 어마어마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청사진이 있었음을 한국마케팅협회 조찬회에서 세라젬 이경수 대표의 발표를 듣고 알게 되었다. 의료기기 제조사인 세라젬은 어떻게 자기 업에 맞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해법을 찾았을까?

 

세라젬은 정확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두 가지 시선을 통찰하며 답을 풀었다. 지금부터 세라젬이 바라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두 가지 시선을 따라가 보자.

 

첫 번째 시선. 변하지 않은 본질 찾기

영업이 매출을 만드는 일이라면, 마케팅은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돌아가니 마케팅은 곧 ‘수요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수요를 만드는 일은 다름 아닌 ‘고객을 만드는 일’과 같다. (한국마케팅협회 김길환 이사장은 이를 ‘고객 줄세우기’라는 명쾌한 문구로 마케팅의 본질을 풀이한다) 따라서, 마케팅은 ‘시장을 만드는 일 = 수요를 만드는 일 = 고객을 줄 세우는 일’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고객을 줄 세울 수 있을까? 고객이 들게 하려면 고객에게 무엇을 주어야 한다. 고객에게는 항상 많은 대안이 있으니 아쉬움이 있는 브랜드가 먼저 무엇을 주어야 한다. 기업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고객에게 무엇을 주기도 전에 무엇을 얻을까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가 고객에게 잘 어필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고객에게서 매출부터 올리려고 한다. 따라서 마케팅을 잘 하는 사람들은 고객에게서 무엇을 얻을지부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무엇을 줄지부터 생각한다. (김길환 이사장은 이를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의 법칙이라고 표현한다) 고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고객 가치(Customer Value)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세라젬이 먼저 주목한 것은 ‘고객가치’였다. 의료기기는 전문 영역에 속하는 제품이지만 의료가전은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시장에 속하는 제품이다. 세라젬이 의료가전에서 쇼부를 보고자 결정한 이상,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필요와 수요의 지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했다. 제품과 경쟁사를 바라보던 마케터의 시선이 고객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곧장 이동했다. 굳이 환자가 아니어도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직장인, 허리 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계속되는 가사일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가정주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 항상 어깨가 눌려있는 현대인이라면 의료가전은 일상 속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겠다는 판단이었다.

 

생각해 보면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먹고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업무로 지치고 스트레스로 눌린 몸을 집에서 풀 만한 솔루션은 딱히 없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장, 소비자가 고충을 안고 있는 잠재된 시장이었다. 고객의 문제를 살피면 항상 시장이 열린다. 이것은 마케팅의 본질이다. 세라젬은 의료기기에서 갖춘 핵심 역량을 확장된 고객 관점에서 다시 정의 내렸다. “토탈 홈 헬스케어 솔루션”. 업의 본질이 다시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세라젬은 이제 의료기관에서 벗어나 고객의 일상 속에서 헬스케어를 돕는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출발은 언제나 고객이어야 한다.

 

세라젬 광고 (출처: 유튜브, 트위터)
세라젬 광고 (출처: 유튜브, 트위터)

 

필요는 찾았다. 다음은 필요를 수요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어떻게 더 많은 고객들에게 세라젬의 새로운 가치를 알릴 것인가? 세라젬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두 번째 시선에서 답을 얻었다.

 

두 번째 시선. 새로움으로 혁신하기

고객의 수요를 만들기 위한 세라젬의 노력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체험 마케팅과 옴니채널 마케팅. 이 두 가지 마케팅 솔루션은 기존부터 존재해 왔던 것인데, 이를 어떻게 새롭게 풀이해서 4차 산업혁명의 해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① 체험 마케팅

세라젬이 제시한 새로운 제품은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새로움을 알리기 위해 몇 차례 제품 광고를 내보내기도 하였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공감이었다. 제품을 써본 적이 없으니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귀에 걸리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제품은 직접 써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세라젬이 내세운 전략은 제품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객 체험 유도였다. 관건은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매장에 들어와서 제품을 한번 써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고객이 일상으로 돌아가 좋은 체험을 나누기 위해 한 사람의 친구라도 더 데려오게 하는 것이었다. 이 단계에서 판매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체험이 우선이었다. 체험 매장의 목표도 매출이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의 유입이 있었는지로 매장의 성과를 판단했다.

 

세라젬이 취한 체험 마케팅은 디지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디지털에서는 정보보다 고객의 경험이 앞선다. 일상적인 경험이면 더 좋다. 디지털에서는 마케팅의 헤게모니가 ‘정보’에서 ‘경험’으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믿지 않으며 진짜 고객들의 진짜 체험 후기를 믿는다. 그리고 SNS를 통해 전파되는 것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본인의 경험’이다. 이는 바로 추천으로 연결된다. ‘광고’가 아니라 ‘추천’이 강력해지는 디지털 생태계의 생리이다. 세라젬이 취한 체험 마케팅은 과거의 체험 마케팅과는 결이 다르다. 세라젬은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정보가 아닌 체험을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경험이 강력한 설득의 무기가 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경험의 시대이다.

 

② 옴니채널 마케팅

다음 단계는 경험의 확대였다.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새로운 제품을 한 명이라도 더, 한 번이라도 더 경험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세라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매장’에서 소비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 외에 어디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직장인, 어르신, 주부, 학생 할 것 없이 그들의 일상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 외에 집 밖에 머물거나 집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았다. TPO(time, place, occasion)의 부활이다. 일단 구매를 통한 집 안에서의 체험을 위해 ‘온라인 접점’을 활용하고, 다양한 활동 반경 내에 존재하는 집 밖에서의 체험을 위해 ‘오프라인 접점’을 활용했다.

 

지금부터는 소비자의 생활 반경을 둘러싼 옴니채널 전략을 세워야 했다. 세라젬의 옴니채널 전략은 홈쇼핑, 온라인몰, SNS 등의 온라인 접점, 유통매장과 세라젬 체험 웰까페 등의 오프라인 접점, 홈 익스피리언스(Home Experience) 중심의 개인의 생활 접점을 모두 연계해서 전방위로 설계되었다. 고객의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옴니채널을 설계하여 개인의 일상으로 침투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때의 옴니채널 전략은 단순히 판매 접점으로서의 멀티채널이 아닌, 구매와 소비가 통합된 접점으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세라젬의 옴니채널 전략은 고객 중심의 플랫폼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더 나아가 세라젬은 헬스 큐레이터의 정기 방문 서비스, 생체 데이터와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된 맞춤형 홈 헬스케어 서비스 등의 새로운 서비스들을 기획하며 점점 더 신 개념의 라이프스타일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세라젬의 결정적 한방은 ‘제조’에서 ‘서비스’로 업태를 바꾼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정수이다. 바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고객에서 출발한 세라젬은 어느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해법에 다가가 있었다.

 

디지털은 철저히 ‘개인의 공간’이다. 엄밀히 말하면, ‘구매와 생활이 어우러지는’ 개인의 공간이다. 따라서 디지털에서는 고객 중심으로 구매와 소비의 모멘트를 모두 통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주제이다. 고객의 일상은 그 동안 마케터가 다뤄본 적 없는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선례가 없으니 오로지 고객을 바라보며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다. 무주공산의 영역이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혁신. 여기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해법이 있다.

 

시계방향으로 세라젬 웰까페, 매장 체험존, 세라케어 서비스, 홈쇼핑 체험 (출처: 세라젬)
시계방향으로 세라젬 웰까페, 매장 체험존, 세라케어 서비스, 홈쇼핑 체험 (출처: 세라젬)

 

이상으로 세라젬이 보여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도는 통찰을 요구하는 시대에 너무나도 값진 결과물이었다.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움에 도전한 결과였다. 세라젬의 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객 중심’이다. 고객에서 문제를 찾고, 고객에게 솔루션을 경험시키고, 고객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주는 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비즈니스 혁명이라고 하지만, 새로 정의내리는 업(業)을 기업의 돈줄로 보지 않고 소비자의 삶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으로 바라보는 자세. 이는 기브앤테이크의 논리로 돌아가는 마케팅의 본질에 닿아 있는 접근이다. 세상에서 고객에게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세라젬의 정신. 매일 직원들과 함께 “Thank you, CERAGEM!”을 외친다는 이경수 대표의 이야기에 세라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화룡점정이 찍히는 것을 느꼈다. 세라젬의 시도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도 기브앤테이크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테이크앤기브가 아니다. 기브앤테이크이다. 명심하자. 고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고객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본 기고문은 한국마케팅협회 90회 마케팅최고경영자조찬 발표내용과 발표자 간담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의료가전 브랜드로서 세라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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