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파산 반복하며 20년간 버틴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임직원 스톡옵션 최대 340배 대박

지난 2월 한국의 스타트업씬(scene)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있었다. 바로 영상 메신저 서비스 ‘아자르(Azar)’와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 ‘하쿠나 라이브’로 유명한 한국의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설립 7년만에 무려 17억 2,500만 달러(약 1조 9,330억원) 규모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 그룹(Match Group)’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이퍼커넥트의 지분 100%를 인수한 미국의 매치 그룹은 데이팅 앱 ‘틴더(Tinder)’를 비롯해 약 40여개의 글로벌 소셜 앱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시가 총액만 약 47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이번에 성사된 계약은 지난 2019년, 국내 인터넷 기업 M&A 중 역대 최대 규모(약 4조 5000억원)로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되었던 ‘배달의 민족’에 이어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 합병이다. 하지만 하이퍼커넥트의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99% 정도가 해외 이용자라는 점에서 그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중동을 시작으로 인도, 남미, 동남아 등 통신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왔고, 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사업 초창기부터 흑자를 내면서 2015년 이후로는 추가 투자도 받지 않았다. 또한 서울대 창업동아리 회장 출신의 안상일 대표가 두번의 창업 실패를 겪고 이른바 ‘맨땅에 헤딩’하여 20년만에 이뤄낸 성공적인 스케일 업(scale-up)이라는 점에서도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퍼커넥트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인 알고리즘 기반 랜덤 영상 통화 서비스 ‘아자르(Azar)’ / 출처 = 하이퍼커넥트 제공
하이퍼커넥트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인 알고리즘 기반 랜덤 영상 통화 서비스 ‘아자르(Azar)’ / 출처 = 하이퍼커넥트 제공


- 하이퍼커넥트의 경쟁력은 어디로부터 나왔을까

하이퍼커넥트는 작년 한해 연결기준 매출 2,579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은 전년대비 52.7%, 영업 이익은 24.8%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관련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서비스 시작 이래 매년 약 60%가 넘는 CAGR(연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또한 작년 12월, ‘아자르’를 통해 쌓아온 세계 최정상급의 모바일 ‘웹RTC’ 기술과 노하우를 업무용 영상 솔루션에 적용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만큼, 한동안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성장 가속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퍼커넥트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구글이 2011년 공개한 오픈소스 웹기술표준 ‘웹RTC’를 모바일에서 처음으로 구현한 앱으로, 모바일 앱에서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쉽고 빠르게 이용자간 연결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큰 배터리 소모 없이 끊김 없는 영상 통화가 가능해진다. 이런 이점을 통해 아자르는 서비스 개시 초기부터 중동, 남미, 동남아 등 통신 인프라가 비교적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현재는 전세계 230개국 1억명의 이용자가 19개 언어로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이미 작년 상반기에 누적 다운로드 수 5억명을 돌파했다. 또한 2019년 구글플레이 유럽 전체 비게임 앱 매출 부문 4위에 오른데 이어 2020년 1월 전 세계 구글플레이 비게임 매출 부문 6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미 ‘필수 앱’으로 거듭나 있는 상황이다.
하이퍼커넥트의 또 다른 대표 서비스 ‘하쿠나 라이브’는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실시간 소셜 스트리밍 앱으로, 호스트로 대표되는 BJ가 방송을 시작하면 최대 4명의 시청자가 직접 영상을 통해 소통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한 초등생이 부모의 전세금 일부를 하쿠나 라이브 BJ의 후원금으로 발송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 때 보안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쿠나 라이브는 작년 12월 기준 글로벌 2,0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동 기간 한국 비게임앱 수익 2위를 기록하면서 출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작년 11월, 영상 기반 소셜디스커버리 및 데이팅 앱 ‘슬라이드’를 북미와 독일 시장에 런칭했고 기업을 대상으로 차세대 비디오 콜 및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을 판매하는 ‘하이퍼커넥트 엔터프라이즈’를 올해 중에 런칭할 예정이다. 이번 하이퍼커넥트의 대규모 인수 합병을 두고 ‘곰TV’를 개발한 배인식 키클롭스 대표는 “하이퍼커넥트는 대규모로 상용화된 적이 없는 웹RTC 기술을 뛰어난 서비스로 성공시켰다”고 말하면서,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기업이라면 10조원 이상 받을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결국 하이퍼커넥트의 경쟁력은 압도적인 ‘기술력’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한 미국 매치 그룹은 데이팅 앱 ‘틴더’로 유명하다. / 출처 = mobilemarketingreads.com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한 미국 매치 그룹은 데이팅 앱 ‘틴더’로 유명하다. / 출처 = mobilemarketingreads.com


- 생면부지의 한국 스타트업에 2조원 투자한 매치 그룹의 전략적 인수 배경

이번 2조원짜리 대규모 인수 합병은 매치 그룹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전략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먼저 매치 그룹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인 ‘틴더(Tinder)’는 북미 시장에서 사진 등 이미지에 강점을 둔 ‘데이팅 앱’으로 포지셔닝 되어있다. 웹RTC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 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는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하면서 부족했던 비디오 및 영상 기반 카테고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데이팅 앱으로 포지셔닝 되어있는 틴더의 서비스 특성 상 커플 매칭이 성공되면 이용자의 이탈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아자르’로 대표되는 하이퍼커넥트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데이팅 앱이 아닌 ‘소셜 디스커버리 앱’으로 포지셔닝 되어있어 이용자 유지 측면에서 틴더보다 용이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틴더는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의 절반(48.3%) 가량이 북미 대륙에서 발생한 반면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은 전부터 지지부진 해왔다. 반대로 하이퍼커넥트의 경우 중동,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 비율이 높은 데에 비해 북미 시장 진출에는 매번 난항을 겪어왔다. 이런 측면에서 매치그룹과 하이퍼커넥트는 각사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로 상호보완적인 전략을 펼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강혁모 하이퍼커넥트 커뮤니케이션팀 리더는 “북미는 국내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힘든 시장이어서 아자르의 점유율이 높지 않다”며 “이번 매각을 계기로 매치그룹의 도움을 받아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한 안상일 대표, 정강식 CTO(최고기술책임자), 용현택 CSO(최고전략책임자) 등의 공동 창업자와 임직원들은 최소 수십~수백 배의 스톡옵션 대박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 처음 발행된 95만주 가량의 스톡옵션 금액은 한 주당 500원 가량이었다. 이후 여섯번의 추가적인 스톡옵션 부여를 거듭하여 가장 최근 발행된 2019년 9월 20만 8000주 가량의 스톡옵션 금액은 한 주당 39,800원에 달했다. 지금까지 발행된 약 1131만 주를 매각금액 1조9330억원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주당 가격은 약 17만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2012년 시리즈A 펀딩 당시 22억원을 투자했던 알토스벤처스와 2015년 시리즈B 펀딩에 참여했던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이번 M&A를 통해 최대 13배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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