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주로 SNS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단순히 SNS 유저를 넘어 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산한 콘텐츠들이 특정 제품 혹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들의 파급력은 강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플루언서들과 AI 기술이 만난 가상 인플루언서인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가 등장했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

사진=릴 미켈라(Lil Miquela) 인스타그램
사진=릴 미켈라(Lil Miquela) 인스타그램

 

버추얼 인플루언서 산업은 해외에서부터 빠르게 성장해왔다. 304만 명이라는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가진 ‘릴 미켈라(Lil Miquela)’는 미국 스타트 기업인 ‘브러드(Brud)’에서 2016년 출시한 가상 모델 겸 뮤지션이다. 그녀는 브라질계 미국인 여성이며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녀는 샤넬, 프라다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고 보그(VOGUE)의 커버를 장식하는 등 모델의 입지를 다져왔다. 또한 그녀는 싱글 앨범 ‘Not Mine’으로 영국 스포티파이에서 8위를 기록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로 인간의 외부활동은 위축됐지만, 대신 가상세계 인간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패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단가는 약 8,500달러 (한화 939만 원)”이라고 보도했다.

2019년에는 이케아가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며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이마는 하라주쿠에 있는 이케아 전시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와 청소를 하는 등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하라주쿠 매장에선 이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어 가상 모델이 이카에 가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줬다. 그녀의 팔로워 수는 33만 명으로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익만 우리 돈 7억 원이 넘는다.

 

◇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인기비결은?

사진=이마(IMMA)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이마(IMMA) 인스타그램 게시물

 

이들이 이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 시대에 매우 적합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야외 활동에 지장을 받는 기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와는 다르게 이들은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아무리 오랜 시간 활동을 하더라도 체력의 문제가 없다.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두 번째는 사생활 문제없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최근 연예계 내 다양한 사생활 문제가 모델 활동에 걸림돌이 되었고 이에 대한 피해는 그 모델을 기용한 회사가 고스란히 입었다. 과거 대중들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면 이해해 주었지만, 현재의 대중들은 그렇지 않다. 여러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세웠더라도 사생활이 문제가 된다면 대중들은 외면한다. 하지만 이러한 버추얼 모델은 사생활 문제와는 별개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이미지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로지의 개발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관계자는 “Z세대가 좋아하는 셀럽의 얼굴을 분석해 3D 기술로 로지의 비주얼로 완성했다”라며 “기존의 완벽한 미인형 얼굴 가상 모델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동양적인 얼굴로 디자인하고 남다른 감성 표현력을 추가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문제점

하지만 이러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긍정적인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미의 획일화’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활동 중인 세계 최초 가상 패션모델 ‘슈두(Shudu)’는 짙은 색 피부가 매력적이며 남아프리카 출신의 모델로 완벽한 비율과 대칭형 얼굴을 자랑하며 디올(Dior), 발망(Balmain) 등 각종 패션 및 뷰티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또한 한국의 첫 번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키 171cm, 몸무게 52kg으로 설정되어 있고 인스타그램 개설 3개월 만에 1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끌어모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둘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 인간들의 체형과는 다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다방면에서 모델로 활동하면 이들이 ‘미의 기준’이 되고 그렇지 않은 일반 모델과 대중들은 자신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가혹한 기준에 대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몸이 오답이라는 상처와 이러한 허상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딥페이크 기술로 가상 인플루언서를 합성한 음란물이 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존하는 인물의 얼굴에 합성을 통해 영상을 제작하고 이러한 영상들이 대부분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다. 현재 법으로는 실제 사람으로 딥페이크 영상 제작 및 유포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으나 가상 인플루언서를 합성한 음란물은 실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마땅히 처벌받지 않는다.

 

기술의 발달로 점차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완벽한 모습의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인간과의 간극을 좁히기는 어렵다. 더욱 인간과 소통하고 마땅한 스토리를 구상해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해야한다. 또한 악용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한 법 개선도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인간과 함께 나아갈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시점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