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에만 22개 벤처기업 시리즈 A 투자 유치…하지만 창업 5년차 생존율은 평균 29.2% 수준

“망망대해에서 표류 중이네요. 그런 대표님들은 둘 중 하나죠. 목말라 죽거나, 살아남거나. 아무리 갈증이 나도 바닷물을 마시면 안되죠. 비가 올 때까지 버텨야 살아남죠.”


지난해 말 방송사 tvn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스타트업> 1화 중 ‘윤선학’이라는 인물의 대사 일부이다. 윤선학은 위 대사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내던져진 초기 창업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끈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극 중 윤선학은 ‘SH 벤처캐피탈(VC)’ 대표이자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액셀러레이터 ‘샌드박스’의 설립자로, 기업가로서의 성공과 투자자로서의 성공을 모두 경험한 이른바 ‘능력자’이다.

드라마 <스타트업> 극 중 기업가와 투자자로서의 성공을 모두 이뤄낸 인물 ‘윤선학’ / 출처 = tvn 드라마 <스타트업> 스틸컷

그렇다면 과연 현실 세계에서는 윤선학이 강조하는 끈기가 창업자들에게 잘 발휘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창업 이후 3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42.5%). 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29.2%에 불과하고 이는 창업자의 3분의 1 이상이 5년 이내에 사업을 접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의 창업 5년차 생존율 평균이 40.9%인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29.2%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개 창업 후 3~5년에 걸쳐진 생존의 갈림길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비해 신규 창업 열풍은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2016년 9만 6000여개에 달하던 연간 신설법인 수는 2019년에 이르러 10만 8000여개로 매년 가파르게 늘어났고, 이 현상은 정부의 창업지원금 증액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8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1조 4517억원으로 창업지원금 예산을 매년 증액하면서 창업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 만큼, 앞으로도 창업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가 16~64세 3000명의 창업인을 대상으로 한 ‘창업벤처 정책인식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벤처기업 CEO들이 겪는 어려움을 여실히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기업 운영을 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은 것은 ‘자금조달 및 운용(56%)’이었다. 결국 사업을 영위하고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현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매년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창업가들이 그들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업가들이 보통 창업 이후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국내 스타트업이 사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데에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크게 투자 유치, 정부 과제, 대출을 꼽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관 투자자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정해진 단계에 따라 투자금을 유치 받는다. 초기 스타트업의 첫 기관 투자금을 보통 씨앗이라는 뜻의 ‘시드 머니(seed money)’라 부르고 시드 라운드 이후의 후속 투자는 보통 시리즈 A, B, C 같이 알파벳 순서로 이어진다. 통상적으로 후속 투자일수록 투자 금액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수익률이 높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보통 회사의 스케일업(scale-up)을 위해 후속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투자 규모를 알파벳으로 구분 짓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관행이 그대로 넘어온 것으로, 이들을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투자금 단계를 뜻하는 피상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시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시장의 검증과 확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소수의 스타트업들이 시리즈 A 투자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훌륭한 아이디어를 기반한 ‘수익’ 창출 가능성이 검증된 기업만이 시리즈 A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시리즈 A에 성공하면 추가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 1~3년 사이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목표로 본인들의 가설을 검증해 나간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더브이씨(thevc.kr)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현재(2월 28일 기준)까지 총 22개의 국내 기업이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는 물론 시장성까지 인정받은 20개의 기업 중 4개의 기업을 임의로 선정하여 이들의 투자 배경과 운영 서비스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공유킥보드 플랫폼 기업 ‘디어(Deer)’

출처 : https://wowtale.net/2021/02/10/deer-raised-funding/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40개 지역에서 킥보드 6천대를 운영 중인 공유킥보드 플랫폼 기업 ‘디어코퍼레이션(이하 '디어')’는 지난 2월 10일,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와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로부터 금액 비공개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공유킥보드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는 이브이패스,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 ‘지쿠터’를 운영하는 지바이크,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에 이어 5번째로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디어는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MaaS(Mobility-as-a-Service) 기술을 기반으로 킥보드를 직접 설계, 제조하고 서비스할 능력을 갖춘 회사로 인정받아 왔다. 또한 2019년 12월 업계 최초로 가맹 개념의 지역 파트너 운영을 시작했으며, 서비스 전체 대비 가맹점 운영 비율이 작년 2월 약 14%에서 올해 2월 약 82%로 5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디어는 올 4월까지 가맹점 수를 50개로 늘리면서 전라, 경상, 충청권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투자에 참여한 쿨리지코너 제갈완 심사역은 “’머니 게임(Money Game)’ 단계를 지난 공유킥보드 시장에서 운영비용 절감과 소비자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디어는 모빌리티 운용, 추적, 주행, 보안 등 기존 킥보드 사업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역 서비스 운영자인 가맹사업자의 만족도가 높아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2. 전 세계 한달 살기 플랫폼, ‘미스터멘션’

출처 : https://platum.kr/archives/158162

국내 최초로 장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미스터멘션’은 지난 2월 18일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NICE 투자파트너스로부터 시리즈 A 투자유치를 받았다.

미스터멘션은 단기보다 중장기 여행을 선호하는 새 여행 트렌드에 맞춰 제주도부터 치앙마이까지, ‘전 세계 한달 살기 문화’를 만들어가는 서비스다. 호스트와 게스트의 직접 계약으로 숙박 단가를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고 현재 중개하고 있는 숙소의 수도 3,0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10월에는 여행 예약 플랫폼 기업 와그(WAUG)에 입점하여 제주도 한달 살기 상품 100여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인 여행 산업이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배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어 이번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와 NICE 투자파트너스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 위기에도 중장기 숙박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여행 시장을 공략해 공격적인 성장과 높은 사용자 만족도를 보인 미스터멘션의 미래를 높이 평가하여 투자했다”라고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3. IT 인재양성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

출처 : http://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41

코드스테이츠는 IT 기업과 연계한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코딩 부트캠프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거나 전환하고자 하는 인재를 위해 교육부터 채용 연계까지 한 번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정 연봉 이상으로 취업 시 소득의 일부를 교육비로 사후에 지불하는 ‘소득 공유’ 제도를 도입하여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현재 코드스테이츠 졸업생들의 누적 취업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코드스테이츠는 수강생 규모 5배 성장, 소득 공유 금액 30배 성장, 매출 2배 성장을 일궈냈으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2월 9일, 총 4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코드스테이츠는 40억원의 투자 유치금 중 15억원을 지난 해 프라이머, 서울산업진흥원 등 4개 투자사로부터 유치 받았고 올해 추가 25억원을 해시드, 스트롱벤처스로부터 유치 받았다.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대표는 투자 자금을 신규 비즈니스 추진, 인재 채용 등 사세 확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코드스테이츠는 ‘개개인의 재능과 역량’이라는 값진 무형자산에 누구나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며, “휴먼 캐피탈 모델과 블록체인이 접목되어 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라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이번 투자의 배경을 밝혔다.

 

4. 국내 웹소설·웹툰 제작사 ‘에이투지’

올 2월들어 가장 큰 금액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기업은 400억원을 네이버 웹툰으로부터 유치한 개업 2개월 차 웹소설, 웹툰 제작사 ‘에이투지’였다. 지난 2월 3일, 네이버웹툰은 웹콘텐츠 제작사 에이투지에 4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6.7%(800주)를 확보했다. 이로써 작년 12월에 설립된 신설 법인 에이투지는 단숨에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에이투지는 웹툰과 웹소설 제작사라고 알려진 사실 외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네이버웹툰 내부적으로 소속된 작가의 뛰어난 웹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소속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을 제작해 왔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투자는 격변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통 큰 베팅’이라고 할 수 있다. ‘픽코마’로 일본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카카오페이지와 문피아 등의 경쟁사를 제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활발한 지적 재산권(IP) 확보와 더불어 내부 및 외부 작가의 영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의 일원으로 지난 1월, 네이버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기업 ‘왓패드(wattpad)’의 지분 100%를 6억 달러(6,654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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