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취향저격, '소포장'과 '소량 배달’

과일 한 컵.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판매 단위겠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1인 가구 수의 증가가 손꼽힌다. 최근 몇 년간 1인 가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에 중 1인 가구가 약 614만에 이르며 처음으로 전체 가구에서 30%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인 가구의 수와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비율 / 통계청

1인 가구의 영향력은 더욱 세지며, ‘혼코노미’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혼코노미는 ‘혼자’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신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경제 활동을 의미하며, ‘1인 가구’와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1코노미’라고도 불린다. 혼코노미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기업들은 앞다퉈 1인용 전자제품이나 가구를 출시했고, 정부 역시 ‘무인 택배보관함’, ‘정부공급주택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럼 음식 소비문화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을까?

 

[ 이젠 장 보러 편의점으로 ]

대부분의 1인 가구는 대용량 음식의 섭취와 보관에 어려움을 겪고, 힘들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지양한다. 이런 특성은 조금 비싸더라도 주로 먹을 만큼의 양이나 소량의 식품만큼 구매하는 소비패턴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편의점의 소포장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척 과일과 같은 식품들은 일일이 손질해야 할 필요가 없고 음식물 쓰레기도 최소한으로 발생해 1인 가구로부터 선호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마토, 사과, 포도 등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플라스틱 컵에 담긴 풀무원의 ‘씻어나온 과일 한 컵’이나 바나나 한 송이를 1~2개로 나눈 델몬트의 소포장 바나나가 있다. 

델몬트의 소포장 바나나 / GS리테일

 

1인 가구는 대용량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보다 먹을 만큼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는 CU 편의점의 작년 7~9월 대용량 과일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각 편의점 브랜드는 더 나아가 고기, 야채 등 더 다양한 음식을 소포장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한끼스테이크’, ‘한끼삼겹살’ 등의 소포장 정육 식품을 출시했다.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팩당 1만 원 이하로 형성돼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준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혀 많은 수요가 발생했다. 이마트24 역시 작년 1~10월의 냉동육 매출을 집계한 결과, 2019년 동기대비 301%나 급증하는 성과를 얻었다.

GS25 '한끼스테이크' / 매일경제

 

이렇게 1인 가구를 저격하는 소포장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한 편의점의 매출과 매출 비중은 대폭 상승했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경상 매출) 통계 자료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 매출 비중은 2016년에 비해 약 8% 나 증가한 31%를 기록했다. 이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 매출 비중인 28.4%보다 높으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 비중인 33.4% 유사한 수치이다. 이제 편의점이 대형마트만큼 시장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 이젠 배달도 1인 기준으로 ]

1인 가구의 밀키트나 배달 음식의 소비 정도는 타 가구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3인 이상의 가구가 57.8%인 것에 비해 1인 가구의 63.6%가 배달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서 세 끼를 모두 요리해 먹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1인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배달 식품은 4인 기준으로 많이 조리돼, 1인 가구는 섭취와 보관 문제에 난관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는 여러 배달 앱에서 ‘1인 메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형성됐고 1인 메뉴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 역시 증가했다. 한식 배달 창업 프랜차이즈인 ‘혼밥대왕’은 1인 가구의 니즈를 반영한 성공 사례이다. 작년 3월에 사업을 시작한 혼밥대왕은 비빔밥, 김치찌개, 불백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1인분으로 판매하고 있다. 각 메뉴는 6,900원~9900원대이며 맛이 뛰어나 많은 소비자로부터 긍정적 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혼밥대왕 1호점은 7월 한 달에만 1억7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고, 5개월 만에 가맹점 120호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배달의 민족’은 ‘B마트’를 운영함으로써 1인 가구에 새로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콩나물 한 봉지, 아이스크림 등 초소량의 제품을 단시간 내 배달해, 신선식품을 필요한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1인 가구에 매력점으로 작용했다. B마트는 서울 지역에서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인 2019년 11월 이후 매출이 매달 증가해 지난해 8월에 론칭 초에 약 10배(963.3%) 매출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B마트 /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 혼코노미의 지각 변동이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게 ]

편의점의 매출이 대형마트만큼 상승하고 새로운 식당의 유형과 배달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식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식문화는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를 일으키는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쓰레기 배출이 주목 받고 있는데,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하루 평균 일회용품 배출량이 30개로 다인 가구의 1인당 배출량인 13개보다 2.3배 많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은 ‘일회용품 안 받기’ 옵션을 내걸었고, 각 기업은 소포장 용기를 친환경 제품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에 맞추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진행 중이며, 소비자 역시 ’용기 내 챌린지’에 참여하며 일회용품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인 가구증가에 힘입어, 혼코노미는 앞으로도 음식 소비문화에 여러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이 문화가 환경까지 뒤흔들지 않도록, 개인,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해 새로운 형태의 식문화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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