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통업의 위기 상황 속에서 복합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하다

유통업 몰락 일러스트 / 더 바이어

바야흐로, 전통 유통업 몰락의 시대다. 배달 어플, e커머스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점차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장기 침체의 국면을 맞이하면서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은 속속들이 폐쇄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약 200개나 되는 점포들의 영업 중단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전통 유통업 몰락의 첫번째 이유는 ‘홈코노미 (Homeconomy)’의 성행이다. 홈코노미는 홈 (Home)과 경제 (Economy)의 합성어로 작업부터 식사, 여가, 휴식 등 생활의 대부분을 모두 집 안에서 해결하는 생활 방식을 의미한다. 시작은 어쩔 수 없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훗날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대면 생활방식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두 번째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따른 비대면 배달의 발전이다. 이제는 어떤 제품이든 핸드폰 터치만으로 모두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심지어 자기 전에 집에서 주문하면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통해 아침에 문 앞에서 받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고 집으로 무겁게 직접 들고 올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세계 강남점 / 신세계 홈페이지

즉, 현재 유통업계는 존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기를 직면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기업이 있다. 바로 쇼핑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는 신세계의 이야기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지금은 망원경이 아닌 만화경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시기”라고 표현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이는 신세계가 유통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세계가 지금까지 보여온 변화의 행보를 살펴보자.

 

스타필드 하남 / 스타필드 홈페이지

가장 먼저 시작은 2016년 하남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체류형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였다. 고객들은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만 집중하지 않으며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을 찾아가 오랜 시간 머물며 상품뿐만 아니라 가치를 얻고자 한다. 이는 신세계의 경쟁 상대의 범위가 고객들의 시간을 뺏어 신세계에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모든 여가 활동까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신세계는 고객들이 모든 여가시간을 전부 신세계의 시공간 안에서 소비하게 하기 위해 복합 문화 공간인 스타필드를 개장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 시설에 불과했다면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이를 ‘경험의 장’으로 재정의한 공간이다. ‘쇼핑 테마파크’를 컨셉으로 백화점부터 스파, 놀이공간까지 모두 입점해 있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한 공간 안에서 쇼핑을 하면서 영화, 게임, 스포츠, 레저를 전부 즐길 수 있다.  ‘사기 좋은 곳’에서 ‘가기 좋은 곳’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유통시설에 비해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2배 가량 늘릴 수 있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감도 / 화성시

신세계의 두 번째 행보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이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128만 평, 여의도의 1.4배에 이르는 커다란 부지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신세계는 여기에 무려 5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색다른 체험과 재미의 정수로 꼽히는 테마파크는 전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제놀이공원연합(IAAPA)은 글로벌 테마파크 입장객이 2022년까지 매년 3.8%씩 늘어나고, 테마파크 안에서의 소비자의 지출은 연평균 6.5%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놀이공원과 쇼핑몰, 골프장, 영화관, 리조트 등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 체험형 테마파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스타필드의 거대 확장 버전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을 체험 위주의 놀이 문화로 전환하려는 신세계식 체험 경영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임영록 신세계 프라퍼티 대표이사는 “자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고의 콘텐츠와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 착공을 시작해 단계별로 개장한 뒤 2031년에 공식적으로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SK 와이번즈 야구단 / SK 와이번즈 공식 페이스북

마지막으로 신세계의 가장 최근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라고 불리는 “SK와이번즈 야구단 인수”다. 언뜻 보기에는 유통업인 신세계와 야구단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체험 위주 경영’이란 지금까지의 행보를 고려해보면 이 또한 고객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의 일환임을 유추할 수 있다. 야구팬을 자연스럽게 신세계의 소비자로 유입시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로 연결하는 수익 창출 방식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정이었던 만큼 큰 이슈를 만들며 ‘마케팅 효과’를 일으킴과 동시에 기존 SK 와이번즈의 야구팬들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는 국내의 모든 스포츠 중 '열혈 팬덤’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4년 동안 매 시즌 평균 관중수는 800만명에 달했다. 게다가 종목 특성상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경기가 열리고, 경기 시간이 길며, 중간중간 대기 시간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프로스포츠 중 홍보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학경기장을 야구와 쇼핑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쇼핑공간으로 리뉴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팬,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경기장과 주변 일대를 '스포츠복합쇼핑단지'로 승격해 야구팬은 물론 지역 고객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문학경기장은 스포츠·쇼핑·레저·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낡은 경기장을 '돔구장'으로 현대화하는 인프라 투자도 추진된다. 신세계의 유통 노하우를 살려 식품, 생활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스타필드부터 화성 국제테마파크, SK 와이번즈 야구단 인수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세 가지 모두 “체험 위주의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결국 놀이공원이든 야구든, 모두 즐거운 체험을 통해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는 미끼일 뿐이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신세계의 ‘복합문화공간’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마케팅을 “시간 점유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구매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선행적 체험을 제공하며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특정한 공간 안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세계는 기존의 단순 판매시설에서 다양한 볼 거리, 먹을 거리, 놀 거리를 제공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복합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전통적 유통업이 몰락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유통채널을 문화와 스포츠에 융합하는 생존 전략으로 위기를 타계한 것이다. SK 와이번즈 야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새롭게 조성될 ‘스포츠 복합 쇼핑단지’와 2031년 개장될 화성국제테마파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지 더욱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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