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슈퍼볼 우승은 톰 브래디의 버커니어스...생중계 시청자 수 14년 만에 최저치 기록

올해도 어김없이 매년 1억명이 넘는 시청자가 TV 앞에 모여 시청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선데이(Superbowl Sunday)’가 찾아왔다.

개인 통산 7번째 슈퍼볼 우승을 달성한 리그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가 빈스 롬바르디(Vince Lombardi)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출처 = AP Photo/Lynne Sladky

지난 2월 7일(현지 시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이벤트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제 55회 슈퍼볼’이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의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Raymond James Stadium)에서 개최되었다. 올해 결승전은 ‘불혹의 사나이’ 톰 브래디(44)가 이끄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Tampa Bay Buccaneers)가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 치프스(Kansas City Chiefs)를 31-9로 완파하면서 18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특히 팀의 에이스 톰 브래디는 3개의 터치 다운 패스를 포함한 총 29번의 패스 시도 중 21회를 정확하게 적중시키며 버커니어스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브래디는 1977년 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45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며 통산 10번째 슈퍼볼 진출 및 총 7회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년간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한 팀에서만 슈퍼볼 6회 우승의 업적을 달성했던 톰 브래디는 2020 시즌을 앞두고 만년 꼴찌 팀인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로 이적했다. 이적 당시만 해도 다수의 미국 언론들은 ‘만년 하위팀’인 버커니어스에서 그가 전성기의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브래디가 18년만에 홈에서 버커니어스의 우승 트로피 ‘빈스 롬바르디(Vince Lombardi) 트로피’를 안겨주고 경기 MVP를 차지하자, 뉴욕 타임스와 ESPN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들은 그를 ‘미식축구계의 영원한 히어로’라 치켜세웠다. 뉴 잉글랜드 시절 동료이자 미식축구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이트 엔드로 평가받는 롭 그론코우스키(Rob Gronkowski)와도 이번 경기에만 2개의 터치다운(14득점)을 합작하며 여전한 호흡을 보여줬다. 롭 그론코우스키는 지난 2019년 3월, 브래디와 함께 일궈낸 뉴잉글랜드에서의 3번째 슈퍼볼 우승을 뒤로하고 미식축구리그에서 은퇴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탬파 베이로 이적한 브래디에 부름에 그론코우스키는 은퇴를 번복하고 필드로 복귀하여 함께 우승을 이끌어냈다. 

 

-올해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은 그래미 후보 놓친 ‘위켄드(The Weekend)’
올해 슈퍼볼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상당 부분 축소되어 개최되었다. 미식축구리그(NFL) 협회와 탬파시는 방역을 위해 경기장 전체 관객 수의 3분의 1인 25,000여명만 입장을 허용했다. 그중 7,500명은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이 초청되어 경기를 관람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난달 제 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식에서 22살 최연소의 나이로 단상에 올라 자작시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하여 주목을 받은 어맨더 고든(Amanda Gordon)은 이번 슈퍼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사전 녹화된 영상 속에서 자작시 ‘영웅들의 코러(Chorus of the Captains)’를 낭송했다. 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한 3명의 영웅을 기리는 내용으로, “지역의 영웅에 걸맞는 찬사를 보내기 위해선 정확한 단어가 필요했다”며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어맨더 고든이 적임이었다”고 NFL의 관계자가 밝혔다.

제 55회 슈퍼볼 펩시 하프타임쇼의 주인공인 위켄드는 약 14분간의 공연을 위해 사비 70억원을 들였다. / 출처 = 워싱턴포스트

올해 ‘펩시 슈퍼볼 하프타임 쇼(Pepsi Super Bowl LV Halftime Show)’를 장식한 가수는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위켄드(The Weekend)’였다. 90년대 이후부터 그 시대 최고의 팝스타들이 펼치는 축제의 장으로 인식되어 온 하프타임 쇼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비욘세, 콜드플레이, 브루노 마스, U2, 마룬 5 등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하프타임 쇼를 거쳐갔다. 지난해 발매한 <After Hours> 앨범으로 현재까지 48주째 빌보드 탑 10 차트에 머물러있는 위켄드는, 2020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노래(약 19억 회 이상)인 ‘Blinding Lights’를 비롯해 자신의 커리어를 빛내준 7곡의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경기장에 찾아갈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신선한 카메라 앵글과 특유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무대를 가득 채웠고, 현재 NFL 유튜브 공식 계정의 위켄드 공연 조회수는 2천 500만 회(2월 12일 오전 기준)에 달한다.

지난 해 11월에 진행된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 발표에서 위켄드는 2020년 최고의 상업적, 음악적인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단 한 부문도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서 격분한 바 있다. 당시 ‘그래미는 부패했다’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큰 상실감을 내비쳤던 위켄드는 이번 하프타임 쇼를 통해 보란듯이 홀로 자신의 영향력을 증맹해냈다. 오롯이 개인의 서사를 녹여내는 데에  집중하며 스페셜 게스트를 초대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또한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사비 700만 달러(약 78억원)를 들여가며 무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볼 이후에 일어날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거액을 투자한 셈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슈퍼볼을 후원하던 코카콜라, 아우디 같은 대기업들이 스폰서 리스트에서 빠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치열하게 펼쳐진 슈퍼볼 시즌 마케팅...TV광고 30초에 62억원
2021년 제 55회 슈퍼볼의 중계 방송국 CBS는 슈퍼볼의 TV광고 단가를 30초당 550만 달러(약 62억원)로 책정했다. 해당 금액은 2020년 560만 달러(약 63억원)보다는 10만 달러 저렴하지만, 2019년의 530만 달러(약 59억원)보다는 약 20만 달러 높게 책정되었다. 총 55개의 광고가 상영된 이번 슈퍼볼에는 코카콜라, 펩시, 현대차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불참하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IT관련 스타트업들이 채웠다. 특히 벨기에의 거대 주류 기업 엔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산하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는 슈퍼볼 광고 상영을 시작한 이래 37년만에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 상영을 포기하면서, 대신 자체 채널을 통해 백신 접종 홍보 영상을 배포했다.

대신 2021년 슈퍼볼 광고 슬롯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증한 IT관련 스타트업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틱톡(Tik Tok)의 라이벌로 떠오른 AI기반 영상 공유 플랫폼 ‘스릴러(Thriller)’,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 ‘브이룸(Vroom)’, 프리랜서 구인 사이트 ‘파이버(Fiverr)’ 등 미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IT 스타트업들이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 대전에 참전했다. 이들을 비롯해 아마존의 알렉사(Alexa), 프리토레이 사의 과자 브랜드 도리토스(Doritos), 지프(Jeep) 자동차 등 총 55개의 기업들이 광고 각축전을 벌였고, 이들이 선보인 광고에 대한 갑론을박은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SNS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 미디어 CNBC는 4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은 올해 슈퍼볼에서 이전에 본 적 없던 많은 광고를 보게 될 것”이라며 “슈퍼볼 광고 시장에 세대교체가 벌어지고 있다”고 자체 기사를 통해 분석한 바 있다. 올해 첫 슈퍼볼 광고를 선보인 프리랜서 구인 사이트 ‘파이버’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갈리 아르논(Gali Arnon)도 “브랜딩과 마케팅 관점에서 슈퍼볼 보다 큰 행사는 없다”며 “슈퍼볼만큼 전 세계에 파이버를 창의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없다”고 이들의 참전 이유를 밝혔다.

ListenFirst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사 ‘티모바일(T-Mobile)’이 슈퍼볼 직후 가장 많은 소셜 미디어 반응을 이끌어 냈다. / 출처 = AdAge.com

그 와중에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ListenFirst는 지난 11일,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하나 내놓았다. 슈퍼볼이 진행된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던 브랜드 탑 10을 분석한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다. 2021년 슈퍼볼 광고에 참여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소셜 스코어를 기록한 브랜드는 통신사 ‘티모바일(T-Mobile)’로, 이번 슈퍼볼 우승을 이끈 톰 브래디와 롭 그론코우스키가 광고에 등장한다. 2위는 펩시코(Pepsi Co.)의 음료 브랜드 ‘마운틴듀(Mountain Dew)’로, WWE 스타 존 시나(John Cena)가 신제품 멜론 맛 마운틴듀를 브라인드 테스트로 맞춰야 하는 퀴즈쇼 형식의 30초 광고를 선보였다. 그 뒤로는 펩시, 지프, 터보택스(Turbotax)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이처럼 소셜 스코어 상위를 차지한 브랜드 광고의 공통점을 분석해보면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가 등장하고, 소소한 유머 요소를 가미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그 광고를 회자하도록 했다. 브래디와 그론코우스키가 등장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티모바일의 슈퍼볼 광고는 현재(12일 기준) 유튜브 3,9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약 46만 건의 소셜 미디어 반응을 이끌어냈다. 

 

슈퍼볼 생중계의 30초 TV 광고 금액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 출처 = AdAge 유튜브, <Is the Super Bowl Still Worth It?> 캡쳐

-14년 만에 최저시청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슈퍼볼 시즌’의 영향력
지난 10일 올해 슈퍼볼을 생중계한 CBS는 이번 미식축구리그 결승전을 지켜본 시청자가 9천 640만명으로 집계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1억 1,300만명보다 15% 감소한 수치이고 2007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이다. 정부가 다수 인원이 모일 수밖에 없는 슈퍼볼 시청 자제를 권고했고 경기가 초반부터 버커니어스의 승리쪽으로 급격히 기운 영향도 있어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슈퍼볼을 지켜본 사람들은 크게 증가해 지난해보다 65%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여겨지는 슈퍼볼의 시청률이 예전같지 않자, 일부 매체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슈퍼볼 광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잡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기자 데릭 톰슨(Derek Thompson)은 지난 2019년 자신의 칼럼을 통해 “슈퍼볼은 두가지 측면의 위기에 빠졌다”며 “첫째로 사람들은 미식축구 경기 자체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고, 둘째는 슈퍼볼의 정체성이 광고 문화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식축구 경기보다는 경기 전후로 공개되는 값비싼 광고들과 하프타임 쇼에만 이목이 집중되어 그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식축구는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고 그 중에서도 슈퍼볼은 단기간에 최대 시청자 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에게 있어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AdAg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생중계된 모든 스포츠 이벤트 시청률 상위 100개 중 75%를 미식축구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CBS에 따르면 2019 시즌 미식축구리그 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약 260만 명이었고, 가장 비싼 지역 광고는 모두 미식축구 경기 중계 전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츈 지의 켄 위튼(Ken Wheaton)은 “광고와 TV 시장의 커다란 변화에도 불고하고 슈퍼볼은 마지막 남아있는 진짜 매스 마케팅 이벤트 중 하나”라면서 “그것이 주요 브랜드들의 마케터들이 슈퍼볼의 값비싼 TV 광고 슬롯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독일 헨켈(Henkel) 사의 접착제 브랜드 록타이트(Loctite)는 그들의 1년 마케팅 예산을 전부 슈퍼볼 광고에 쏟아부으며 초강수를 두었다. 목공용 접착제 특유의 딱딱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록타이트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 음료를 들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록타이트 댄스(Loctite Dance)’를 광고에 담아 냈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이들의 광고를 ‘가장 웃긴 광고 어워드’에서 뽑아달라 호소하는 #WinAtGlue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록타이트는 슈퍼볼 직후 수많은 소비자들의 SNS 계정에서 버징(Buzzing)이 일어났고, 30초짜리 짧은 버젼 광고와 1분짜리 긴 버젼 광고 도합 수백만 회에 달하는 유튜브 조회수를 달성했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슈퍼볼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천문한적인 비용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수천만명에 달하는 고객에게 자사의 신규 서비스나 신제품, 새로운 블록버스터 영화를 동시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올해 하프타임쇼에 가수 위켄드가 자비 78억원을 들인 것도 슈퍼볼 직후 자신에게 집중될 스트리밍 횟수와 소셜 미디어 버징, 그 외 수많은 기대 효과들을 고려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슈퍼볼 시즌에 공개되는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광고들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입에 꾸준히 오르내린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스포츠 이벤트지만, 이 행사에 한 번 쯤은 관심을 가져볼만 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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