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의 소비 트렌드 '의식있는 소비(conscious consumerism)'

2050년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종될 수도 있다는 북극곰 / 출처 WWF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 환경 파괴의 증거들을 보면서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자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구매 결정요소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구의 고통에 대한 결과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 시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메뚜기떼의 습격, 한반도 강설과 한파, 멸종위기의 북극곰 등 지구의 변화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이 어느 때보다 더 피부로 느껴진다.

이러한 가운데 MZ세대 중심의 '미닝아웃' 트렌드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닝아웃'이란 기업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등을 확인한 후 소비하는 것이다. 미닝아웃의 큰 주체인 MZ세대는 같은 가격의 제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착한 제품을 선택하며 종이컵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당연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세대이다.

지난해 말 자유기업원이 전국 대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은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도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영향력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소비 주체 'MZ세대'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소비 주체 'MZ세대'를 알아보자.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합친 세대이다. MZ세대는 다른 그 어떤 세대보다 가장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가진다. 단순히 물건을 구입한다는 생각보다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의미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하기도 한다.
기자가 생각하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만족을 최우선시 하여 소비하는데 사용되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다.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강하여 사회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미 이들로부터 시작된 문화들은 사회 전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신념 표출 소비행위 '미닝아웃'
그렇다면 이번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닝아웃'에 대해 알아보자.
의미를 뜻하는 ‘Meaning’과 드러내기를 뜻하는 ‘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 활동을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을 소구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을 알리고 이를 사회문제로 환기시키는 일종의 소비자 운동이다.
전통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에 비해 다양한 형태로 나뉘며, 놀이나 축제와 같은 특징을 가지며 이전에는 드러내지 않았던 정치적, 사회적 신념 등을 거리낌없이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쉬운 예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 기능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여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거나, 옷이나 가방 등에 메시지가 담긴 문구를 넣은 슬로건 패션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가치소비 관련 인식 설문조사에서 70%이상의 응답자가 가치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엠브레인 트렌드 보니터 '2019 착한소비 활동 및 SNS 기부캠페인 관련 조사'

사실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는 '미닝아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과 같이 사회적 경제 주체가 등장하며 나름 시장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조금 다르다. 과거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주도권을 가진 형태이다. 그 중심이 바로 MZ세대라고 할 수 있다.

 

계속되는 친환경 제품, 윤리적 생산 방식 행렬
MZ세대를 필두로 달라진 소비 경향은 시나브로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미 채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포장을 바꾸는 화장품 업계, 윤리적으로 채취한 동물 털이나 인공 충전재를 사용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는 패션업계, 채식이나 대체육 제품 개발에 나선 식품 업계의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이 뷰티 콘텐츠 플랫폼 셀프뷰티와 함께 여성 소비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화장품 구매 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8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올리브영 매장에서 판매한 클린뷰티 12개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8% 성장했다. 기업이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결과이다.

 

'착한소비'에 주목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통한 '업사이클링' 가방
'미닝아웃' 소비 취향을 저격한 기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을 꼽으라면 프라이탁(Freitag)이라 할 수 있다. 프라이탁은 화물차 덮개와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의 고무 튜브로 만든 가방으로 연간 수백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위스 가방 브랜드이다. 일정기간 이상 사용한 재활용 소재를 가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의식있는 소비(conscious consumerism)'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폐품으로 만든 가방이 수십만 원을 호가하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 출처 프라이탁

프라이탁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만큼 공정과정 모두 친환경 사고가 묻어있다. 먼저 프라이탁의 본사가 있는 취리히의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는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졌다. 또 공장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재활용하는데, 공장 50%는 재활용열로 운영되며, 연간 140일 이상이 비가 내리는 스위스 특성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가방제작에 필요한 물의 30%를 빗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탁은 친환경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진정한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외국인 이민 노동자들도 꾸준히 채용하면서 사회 취약 계층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취리히에서만 생산을 고집하는 것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런 프라이탁의 '착한 기업' 이미지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도록 만들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착한 소비’에 대한 가치에 공감했고, 응답자의 약 70%는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실제로 유럽 젊은이들 50명 중 1명이 프라이탁 가방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비자 니즈에 가장 민감해야 할 스타트업 역시 이런 변화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분야의 한 관계자는 “최근 창업 경진대회 심사에 나가면 절반 이상이 ‘가치 소비’와 관련된 아이템을 들고 나온다”면서 “친환경, 농촌활성화, 동물복지, 소수자 인권, 공정무역, 기부·나눔연계 비즈니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치있는 소비 운동 '미닝아웃'이 기업을 움직였고, 환경파괴를 늦추는 것에 힘이 되고 있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MZ세대에서 전 연령층으로 뻗어갔듯이, 계속해서 힘있는 '미닝아웃'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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