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3억 톤 발생한 못난이 농산물
개인, 기업, 정부의 적극적인 푸드 리퍼브
못난이 농산물, 약일까 독일까

 

작년 이마트의 못난이 감자, 못난이 왕고구마가 전국적 품절 대란을 일으켰었다. 이런 현상에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방송을 통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강릉 못난이 감자 30t,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 300t의 물량을 맡긴 것이 발단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백종원 대표는 왜 직접 정용진 부회장에게 위 농산물의 판매를 부탁했을까?

그 이유는 규격에 있다. 정상적으로 수확돼 맛에는 문제가 없으나 규격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비규격품으로 규정돼 시중 판매가 힘들다. 흔히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식품은 환경보호에 도움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그린슈머가 증가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 /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쉐

 

못난이 농산물, 왜 문제인가?

못난이 농산물은 실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첫 번째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못난이 농산물들이 그대로 버려지고 썩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두 번째로 인류의 식량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2013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이 13억 톤 정도 발생했으며, 과일과 채소의 45%가 버려졌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음식 소비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9년 전 세계 극빈층 비율이 8.4%이고 올해 예상치가 9.4%임을 고려하면, 이들 모두에게 식품을 공급하고도 남는 물량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다. 각 농가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팔지 못하고 버림으로써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고, 이는 고스란히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푸드 리퍼브로 재탄생한 못난이 농산물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문제가 주목받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푸드 리퍼브(Food Refurb)’라고 한다. 푸드 리퍼브란 음식을 의미하는 푸드와 재공급품이라는 리퍼브시드(refurbished)의 합성어로, 기존 공산품을 재손질해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리퍼브를 음식에 적용한 단어이다.푸드 리버프는 개인, 기업, 국가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먼저, 개인은 못난이 농산물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에코테이블’, ‘어글리박스’등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이 중 에코테이블은 감자 2개, 마늘 100g, 양파 2개 등과 같이 여러 채소를 일주일 동안 먹을 적당량으로 제공한다. 또한, 생분해 봉투, 친환경 테이프 등을 활용한 패키징을 택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서비스가 구독 형식으로도 등장하며 소비자의 구매 정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못난이 과일의 가구당 연간 구매액 변화 / 농촌진흥청

 

기업들 역시 푸드 리퍼브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못난이 채소를 들여 일반 채소보다 30~5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각국의 정부 역시 못난이 농산물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고안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5월, 농산물 비규격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코파(KOPA)등의 수출 관련 회사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기획재정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못생겨도괜찮아', '#푸드리퍼브’의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못난이 농산물, 식품계의 새로운 골칫거리?!

그러나 일각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기존 식품업계에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먼저, 못난이 농산물이 기존 식품의 가격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내용물은 같지만, 외관상 하자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못난이 농산물만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기존 식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전체적인 가격 인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생산자가 일부러 못난이 농산물처럼 작물을 생산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역시 농산물 가격을 압박하고, 다른 품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폐기의 주요 원인인 엄격한 정부규제와 슈퍼마켓의 높은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농산물 비규격품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정부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군 부식 농산물 납품 규격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푸드 리퍼브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고 경제적인 가정생활의 영위에 도움을 준다. 또한, 농민이나 소상공인을 도우며 지역공동체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다방면에 성급하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과 소비자, 기업 그리고 정부의 꾸준한 관심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모든 농산물이 버려지지 않고 식탁에 올라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