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지난 달 28일 카카오 지갑 서비스 이용객을 대상으로 ‘멀티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기본 카카오톡 프로필 외에 복수의 프로필을 추가하는 기능이다. 

카카오톡의 멀티프로필 / 카카오톡

얼핏 들으면 여러 프로필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운 서비스 같다. 하지만 베타 버전을 출시함과 동시에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째서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의 멀티프로필 서비스를 반겼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사람들, 이하 MZ세대)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1. 또 다른 나를 표현합니다, 부계정

오픈서베이에서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소비행동 등을 조사한 리포트에 따르면, 그들은 관심사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다른 세대가 취미를 킬링타임(Killing time, 시간 때우기)용으로 여기는데 반해, MZ세대는 취미를 다루는 행동에 깊이 몰입한다. 또한, 한 사람당 흥미있어 하는 관심사의 개수도 많다. 이러한 성향은 SNS에서 이용 행태에서도 나타난다.

글로벌웹인덱스에서 2019년 소셜미디어 이용 행태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당 소셜 미디어에 갖고 있는 계정은 8.1개고 이 중 MZ세대는 9개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세대별 보유 소셜미디어 계정 개수 / 글로벌웹인덱스

복수의 SNS 계정을 만든 후, 각 계정마다 자신의 취미 중 하나를 주제로 연관 콘텐츠를 모으고 작성한다. 인스타그램 A계정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사진을, B계정에는 직접 그린 그림을 업로드하는 식이다. 

 

2. 취미 나눌 지인 찾습니다, 느슨한 연대

MZ세대는 ‘느슨한 연대’를 추구한다. 느슨한 연대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같이 끈끈한 관계를 맺기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연결된 관계를 뜻한다. 이러한 관계는 MZ세대가 목적 지향적이며, 개인주의적인 특징을 가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에는 배그(배틀그라운드), 고양이집사, 강아지, 그림쟁이 등 다양한 키워드가 등록된 채팅방들이 존재한다. 각 방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공통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유료 모임도 등장했다. ‘트레바리’, ‘버핏 서울’과 같이 독서, 운동 등 특정 취미만을 다룬 소모임부터 구분 없이 다양한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살롱 문토’까지 있다.

 

MZ세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이와 관련한 활동을 즐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부계정을 만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같은 내용을 본계정에서는 다루지 않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스타 웹툰이나 캘리그라피를 올리는 부계정 중 개인의 신상정보를 게시한 경우는 드물다. 느슨한 연대는 애초에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깊은 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생긴 용어다.

이러한 MZ세대의 양면적인 특징은 플랫폼 서비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콘텐츠를 게시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부계정이 있다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는 멀티프로필이 있다. 덕분에 MZ세대는 어느 플랫폼에서나 주변의 관계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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