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승부하다.

인간은 지구의 바이러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자연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주범이기 때문에 지구를 아프게 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류가 유일하게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사실이다. 혹자는 지구온난화를 인체에 세균이 들어오면 이를 물리치기 위해 체온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지구의 생존전략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전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비율 / CNBC

인류의 존재가 지구에게 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현재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플라스틱은 버려진 이후에 땅에 묻어도 길게는 몇 백 년까지도 썩지 않으며, 태울 경우에는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성 물질이 배출된다. 이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고는 하나 인류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3억 6천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산되지만 그 중에서 재활용 되는 비율은 14~18%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한데,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8.4%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그 수치마저도 매년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

 

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바다 위에서 언제까지고 계속 둥둥 떠다니며 만약 이를 먹이로 착각한 해양생물들이 먹는 경우 소화되지 않고 내장 기관에 그대로 남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에 무게 20t정도의 향유고래가 플라스틱 컵과 빨대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100kg정도 섭취한 후 이를 소화하지 못해 스코트랜드의 한 섬 해안가에 밀려와 죽은 사건이 미국 CNN 방송에 보도된 적 있었다. 게다가 영국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인도양과 태평양 섬 두 곳에서 매년 약 58만 마리의 소라게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죽는다고 한다.

 

브랜드 일러스트 / 리퀴드 데쓰

이렇게 플라스틱 사용으로 지구 환경을 파괴시키는 인간들을 저주하는 “악마”를 컨셉으로 내세운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생수 판매 스타트업 회사 리퀴드 데쓰(Liquid Death)다. 브랜드 일러스트를 보면 해골무늬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악마 리퀴드 데쓰가 인간들의 목을 자르며 벌을 내리고 있다. 인간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낸 탓에 악마들이 사는 지옥에까지 플라스틱이 가득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옥을 아름답게 / 리퀴드 데쓰 영상 광고

리퀴드 데쓰의 광고 영상에서는 악마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집인 지하 세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침범해왔다며 투덜댄다. 이들은 악마 세계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플라스틱 병 사망 선고’를 내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에비앙과 같은 다른 생수 판매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다 물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리퀴드 데쓰는 재활용을 위해 캔에 물을 담아 판매한다. 겉 포장에 해골 무늬의 강렬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캔 용기의 모습은 에너지 드링크나 맥주가 담겨 있을 것만 같지만 사실은 물이 담겨있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하다. 영상 마지막에서는 언젠가 너희가 죽었을 때 너희의 아이들을 위해서 동참하라며 인간들에게 참여를 독려한다.

 

귀여운 오여미들 (Cutie Polluties) / 리퀴드 데쓰

작년에는 인간들이 지구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귀요미 오여미 (Cutie Polluties)”라는 이름의 인형들을 출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인형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귀엽고 깜찍한 모습이지만 귀요미 오여미들은 피를 흘리고 죽어가는 끔찍한 모습이다. 인형들은 총 세 마리인데, 쓰레기 거북이는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히고 등껍질 사이에 병뚜껑 들이 잔뜩 끼어 있다. 폐기물 고래는 먹이인 줄로 착각하고 먹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소화되지 않아서 결국 배가 터져버린 채로 피를 흘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범은 온몸에 비닐이 칭칭 감겨 있고 심장에는 페트병이 박혀있다. “인형들을 잃어버려도 걱정하지마! 어차피 플라스틱은 재활용도 안돼서 널 위해 해양동물들을 계속 죽여줄 거야~! ”라는 광고 영상의 나레이션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리퀴드 데쓰는 인간들의 환경 오염 실태를 충격적인 모습의 인형들로 풍자해 비판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였다. 실제로 인형의 한 구매자는 “이 인형을 제 7살 딸에게 사줬더니 울음을 터뜨리면서 인형을 던졌지만 그 뒤로 플라스틱 컵은 절대 사용 안하더라구요”라는 리뷰를 남겼다.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결과, 작은 스타트업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펀딩을 통해 총 3천 3백만 달러나 유치할 수 있었다.

 

다만, 악마라는 컨셉은 이목을 끌기에는 매력적이지만 아주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바로 리퀴드 데쓰가 창립된 미국의 국교가 기독교라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70%가 넘게 전부 독실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악마를 표방하고 인간들에게 저주를 내린다고 말하는 리퀴드 데쓰가 절대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리퀴드 데쓰는 출범 이후로 브랜드 컨셉부터 슬로건, 광고 영상까지 모든 행보에 엄청난 비판을 받아왔다.

 

악플로 만든 헤비 메탈 락 음악 앨범 / 리퀴드 데쓰

하지만, 리퀴드 데쓰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 돌파를 선택헸다. 회사와 같은 이름의 락 밴드를 결성해 자신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악플들을 이용해 강렬한 헤비메탈 곡들을 발표한 것이다. 앨범은 “이 쓰레기야 말로 진정한 악마다” “이따구의 컨셉을 제안한 마케팅 담당자를 해고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곡들을 포함해 총 10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포티파이에 정식으로 음원 발매까지 해서 스포티파이를 통해 스트리밍 할 수 있다.

 

음료 업계에는 코카콜라 에비앙과 같이 거대 자본을 가진 막강한 대기업들이 시장을 대거 장악하고 있다. 이런 거대한 음료 사업 시장에서 작은 생수 스타트업이 새롭게 진출할 때,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이름을 알리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미 대부분의 회사들이 환경 오염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하는 등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환경 보호라는 컨셉도 리퀴드 데쓰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극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만, 그 컨셉을 한결같이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뜻을 끼워 맞추기만 한다면 참신하고 독특한 컨셉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극적인 이미지로 이슈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관심에만 그칠 뿐이다. 

 

그러나, 리퀴드 데쓰는 참신한 컨셉을 무기로 성공적인 마케팅을 펼쳐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평을 받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바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악마라는 신선한 컨셉을 “일관되고 한결같이 유지”했다는 점에 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캔 용기를 사용하는 패키징부터 슬로건, 광고 영상, 인형 출시까지 모두 ‘플라스틱에게 죽음을’이라는 하나의 동일한 메세지에 귀결된다. 

 

이처럼 리퀴드 데쓰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통해서라면 엄청난 기술력이나 자본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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