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구독경제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구독이라는 전통적인 형태가 신기술을 앞세운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여 개인 맞춤 서비스로 발전한 소비 트렌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글로벌 투자기관 크레딧 스위스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 시장은 2020년 작년 5,3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기관에 따르면 구독경제 시장은 2000년 2150억 달러 규모에서 20년 만에 두 배 이상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달러 쉐이브 클럽 / 공식 홈페이지

구독경제 성공 케이스 ‘달러 쉐이브 클럽’
115년 동안 세계 면도기 시장을 장악해온 질레트는 최근 5년간 미국시장 점유율이 20% 포인트나 줄었다. 2011년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이 등장하면서다. 이 회사는 월정액을 내면 매달 4~6개씩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매번 면도날을 사러 가야 했던 남성들이 열광했다. 2011년 창업 5년만에 320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고 7월 20일 유니레버에 10억 달러(1조1천억)에 매각됐다. 뉴욕타임즈 스티븐 다비도프 솔로몬에 따르면 유니레버의 달러 쉐이브 인수는 어떤 기업도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달러 쉐이브 클럽이 성공하면서 수많은 제품에 정기배송모델을 적용한 시도가 잇달았다. 미국 전동칫솔 스타트업 ‘큅’(Quip)은 매달 5달러를 내면 석 달에 한 번 칫솔모를 보내주는 모델로 6000만 달러(670억원) 투자를 받았다. ‘허블(Hubble)’은 월 30달러 내면 일회용 콘택트렌즈 60개씩 매달 보내주고, ‘롤라(Lola)’는 탐폰,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한 달에 한 번씩 배송한다. 초기 정기배송모델은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상품들이 많았다.

정기배송모델은 개인맞춤 서비스와 결합 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등으로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다. 영양제를 정기 배송하는 스타트업 ‘케어오브(Care/of)'는 고객이 설문에 답하면 전문의가 최적의 영양제 조합을 만들어 매달 배송한다.

 

구독경제가 부상하는 이유 
사실 구독경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신문배달, 우유배달 등의 구독이 있었다. 그런데 구독경제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성향 강화이다. 저성장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자는 가성비를 구매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구독 서비스는 개별 구매에 비해 합리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구독 서비스가 합리적인 이유는 고가의 상품 가격을 구독료 지불 방식으로 분산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구독 서비스는 이용 횟수가 늘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커진다.

두 번째는 개인화된 서비스 요구 증가이다. 최근 소비트렌드는 물건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물건과 서비스를 ‘경험’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소비 주도권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구독 경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사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데, 구독 서비스는 장기에 걸친 구독 기간동안 고객으로부터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유리한 모델이기도 하다.

 

‘구독경제’ 용어를 만든 사람이 본 구독경제의 미래
구독경제의 창시자로 불리는 주오라의 티엔 추오 대표에 따르면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향후 지배적인 경영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7년간 구독 모델을 선보인 기업은 평균 300% 이상 성장했고, 미국 S&P 500 일반 기업보다 구독 모델 기업의 성장 속도가 5배 더 빨랐다고 한다. 주오라가 2019년 전세계 1만 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71%가 이미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는 5년전 조사(53%)보다 늘어난 결과였다.

SEI 구독경제지수 / 주오라 홈페이지(https://www.zuora.com/resource/subscription-economy-index/)

이 트렌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기업들의 혁신과 맞물려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오라가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측정하기 위해 직접 개발한 ‘구독경제 지수’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구독경제 지수는 S&P 500 판매지수의 9배, 미국 소비판매지수의 4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구독경제는 지난 2012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미국 소매 매출보다 420%, 미국 경제보다 500%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구독경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지에서 구독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매출도 지난 7년동안 약 350%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유통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걸음마 단계이지만 나날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유통 흐름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경영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년 전 미국에서 정기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1100만명 넘어섰으며, 전체 전자상거래 중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이나 상품에 한정적으로 쓰이던 구독경제가 이제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베이커리, 커피, 햄버거와 같이 구독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식당업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유의 개념이 사용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구독경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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