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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의 Digital Insight] 소비자 퍼스트의 디지털 경영 시대
  • 김유나 편집장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1.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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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평가 김유나 편집장

"연결성, 이동성, 참여감의 디지털 생태계 열려"

"생산 혁신에 앞서 가치 혁신부터 추진하는 것이 필요"

"제품 생산성에서 소비자 생산성으로 관점의 전환 요구"

 

인류의 탄생이 있을 때, 프로메테우스(앞서 생각하는 사람)는 그의 아우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가 만든 피조물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부여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에피메테우스는 갖가지 동물에게 날개, 발톱, 빠른 다리, 딱딱한 껍질과 같은 용기, 힘, 속도 등의 능력들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 마지막 차례였던 인간에게 돌아갈 것이 없자, 전쟁과 지성의 여신이었던 아테나가 자신의 불을 횃대에 옮겨 주었다. 불을 얻은 인간은 점차 무기, 연장, 거주지, 언어, 운송수단, 거래수단과 같은 기술들을 개발하며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기원을 보면 우리가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으로 불리우게 된 근거가 나온다. 나아가 문명과 산업의 발달에 도구를 든 인간의 변천사가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도구가 점차 진화하면서 1,2,3차 산업혁명을 이루더니 오늘에 와서는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이루는 4차 산업혁명에 이르게 된다. 디지털’이라는 전무후무한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은 세상의 작동원리를 바꾸는 능력을 얻은 동시에, 시간, 공간, 비용의 제약으로부터 자유까지 얻게 되었다.

 

디지털이 세상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기반 기업들은 이미 시가총액의 상한가를 찍으며 세상을 재패하고 있다. 이름도 몰랐던 마켓컬리, 당근마켓, 오늘의집 같은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들도 지금은 디지털을 등에 업고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맘껏 그려볼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디지털이 이 시대에 주는 능력은 이렇게 막강하다.

 

그렇다면,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써야 변화가 요구되는 시장을 선제적으로 리드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무섭게 증가하는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대기업들은 빅뱅 수준의 합종연횡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고, 업의 범위를 규정해 두는 것이 한계가 될 정도로 무한 자유경쟁의 시장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이 가져온 막대한 자유도는 이제 다스리는 자의 몫이 되었다.

 

그 만큼 디지털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론이 아닌 총론으로 바라보는 뷰(View)가 필요하다. 즉, 디지털을 가지고 어떤 경영을 할 것인지 기업운영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목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바뀔 때마다 수익을 만들기 위한 경영 전략도 달라져왔다. 초기에는 제품의 대량생산에 치중한 ① 생산중심 경영’이었다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② 품질중심 경영’으로 옮겨갔다. 그러다니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 지향의 ③ 마케팅중심 경영’으로 변모하다가,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한 화두가 되자 ④ 관계중심 경영’으로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⑤ 기술/지식 중심 경영’이 솔루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기술/지식 중심 경영의 끝자락에서 ⑥ 디지털 경영’이 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경영(Digital Management)’이란 무엇인가? 먼저, 디지털이 가져온 뉴노멀 마케팅 생태계에 대해 살펴보자. 뉴노멀을 설명하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로 재편되는 시장을 설명하는 중심 축으로 다음 3가지를 뽑을 수 있다. 첫째는 ① 초연결(Hyper-connection)이다. 초연결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계가 파괴되고 업종이 탈피되는 현상을 말한다. 초연결의 의미는 절대성이 부활한다는 것을 뜻한다. 비교 대상을 설정하기가 어려우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② 이동성(Mobility)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기업들은 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 추적하는 행위를 한다. 여기서 실시간성(Realtime)이 기업 운영의 중요한 변수로 도출된다. 셋째는 ③ 참여감(Participation)이다. 너무나도 적극적인 소비자들 덕분에 이제 기업 운영은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고객을 일선에 둔 경영 방침과 운영을 도입하지 않으면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뉴노멀 마케팅이 지향하는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궁극적인 모습은 초연결에 의해 마케팅의 4P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그 모든 과정에 고객이 들어온다는데 있다. 이미 4년 전에 필립 코틀러는 이를 예견하고 Co-creation(공동창조)이라는 변화의 흐름을 꺼집어 냈었다. 디지털 경영은 이런 흐름 위해서 설계되어야 한다.

 

그럼 디지털 경영을 좀더 구체화해보자. 새로운 경영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경영의 <목표>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앞서 경영의 목적은 수익창출에 있다고 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걷어들이는 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추진해야 할 목표는 생산과 유통의 과정에서 생기는 ① ‘손실(Loss)의 최소화’로 수익을 남기는 것과, 디지털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② 고객 가치’를 만들어 잠재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 중에서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고객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이미 교훈을 얻은 바 있지 않은가.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어떤 서비스가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의 구상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기술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지금 당장의 아이디어로도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면 굳이 기술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솔루션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목표는 측정 가능한 <성과>로 관리된다. 손실을 줄이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기업이 얻는 성과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① 재무성과 ② 시장성과이다. 재무성과는 더 많이 팔고 더 적게 쓰는 원칙에 근간을 둔다. 재무적인 숫자를 통해서 매출증대와 비용절감을 최대치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재무성과는 항상 투입 대비 과정의 효율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비용구조의 개선에 집중한다. 반면, 시장성과는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쏟는다. 제품 이상의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통해 고객과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둔다.

 

과거에는 재무성과가 궁극적인 목적이고 시장성과가 수단처럼 활용됐었다. 그때는 재무성과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시장성과를 설계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에 도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경영의 끝단인 고객의 접점, 즉 플랫폼에서 고객의 움직이는 동선과 마케팅 활동에 반응하는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쌓여서 실시간 성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재무성과와 시장성과가 연계되어 돌아가야 한다.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4가지 영역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① 제품, ② 비즈니스, ③ 운영 프로세스, ④ 마케팅의 영역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다들 알다시피 제품 개발부터 소비자의 데이터가 반영되므로 이미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고객해결과제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접근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이 가져온 연결성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더 나아가 고객경험을 제안하며 고객을 유인하라고 제언한다. 또한 고객경험으로 설계된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R&D, 생산, 유통, 판매,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연동시키므로 유연하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애자일 방식)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기업운영이 속도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디지털 경영이 지향해야 하는 혁신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① 생산 혁신과 ② 가치 혁신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은 단연 ‘가치 혁신’이다. 고객 가치에 맞게 경험의 서비스가 기획되고, 이것을 충족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이 돌아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런 방식의 디지털 경영을 도입하게 되면 도입 전후로 어느 정도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기술부터 도입하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니라는 말이다.

 

디지털 경영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지금의 패러다임이 되었다. 0과 1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 파워가 기업의 생산성을 배가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데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빅데이터가 경영 관리의 수준을 고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한때 최고의 품질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정량적인 데이터를 활용했던 ‘6시그마’ 라는 경영혁신 방법이 존재했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적확하게 문제를 공략해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접근은 같지만 그 당시의 데이터가 제품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데이터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이라는 것이 큰 차이이다. 이는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모으는 접근이 아니라 소비자가 움직이는 시장으로 제품이 찾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철저히 ‘소비자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고안해 내는 것이 디지털 경영의 골자이다.

 

디지털 경영(Digital Management)은 ‘소비자 퍼스트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회를 창출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앞으로의 경영, 그리고 마케팅은 ‘누가 고객의 삶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적재적소에 침투할 수 있는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마켓쉐어(market shar)’가 아니라 ‘라이프쉐어(Lifeshare)’라는 용어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는 인상이다. 더 이상 경쟁자를 규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은 누가 경쟁자인 판별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가진 절대 가치를 가지고 고객의 삶으로 뛰어들어, 고객과 대화를 시도하고, 고객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디지털 시대를 사는 기업가와 마케터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마케터가 ‘마켓 플래너(market planner)’가 아닌 ‘라이프 디자이너(Life designer)’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명확한 길을 찾기 어려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 우리 회사에 맞는 디지털 경영 원칙부터 바로 세우고 비즈니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때 철저히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함정은 디지털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점이다. 수단이 갖는 능력에 현혹되는 순간, 수단이 목적으로 탈바꿈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영원한 자유에 이르기는 힘들다. 자유를 주는 도구의 사용법을 모르면, 하늘에 닿고 싶은 욕망에 눈이 멀어 날개의 힘을 맹신했던 이카루스의 추락처럼 영원히 자유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김유나 편집장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yunar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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