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포차 트랜드 : 코로나, 그리고 청춘

올 상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한 드라마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포차 브랜드를 만들어낸 청춘을 그린 드라마, ‘이태원클라쓰’가 주인공이다. 평론가들이나 네티즌들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가 흥행한 이유는 국민정서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전과자, 중졸에서 시작해 CEO가 된 박새로이의 자수성가, 잘못된 방법으로 쌓은 명성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권선징악을 모두 담은 것이다. 자칫 뻔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태원이라는 트랜디한 키워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배우들 때문에 해당 드라마는 종영 시점 15%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이태원클라쓰 / JTBC 제공

한편 드라마의 화제와는 달리 국내에는 ‘코로나 사태’가 번지기 시작했었다. 드라마 특수로 이태원이 붐빌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외출 통제에 심지어는 이태원 클럽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태원의 현실은 드라마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는 사실 이태원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어디에 있든 포차의 현실은 이때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암울했다. 손님은 줄고 월세는 올랐으며 최저임금도 상승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자유롭게 붐비던 이태원 거리도, 홀에 사람이 가득해 바삐 움직이던 포차 내부 풍경도 이제는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환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차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태원클라쓰’의 성공을 꿈꾸는 청춘들이 존재한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 포차 전성기가 올 것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포차를 찾는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늘 밤도 포차의 불을 밝힌다. 그 중 ‘1943’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차 프랜차이즈이다. 특히 작은 포차에서 사장과 알바생들이 시작했다는 점은 ‘이태원클라쓰’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물론 작년에 긴 줄이 이어졌던 장면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1943은 코로나 시대를 잊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또한 이들은 ‘인쌩맥주’라는 자사 프랜차이즈도 개업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을 공략한, 청춘포차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출처 : 1943 classic

한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역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포차로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도 늘었다. 일반 요식업에 비해 포차가 시국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 이렇듯 업종변경을 희망하는 점주들을 통해 브랜드 확장을 시도한 ‘한남동 그집’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포차에 비해 더욱 퀄리티가 좋은 수제안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해당 사례 역시 2020년의 포차 트랜드에 부합하는 듯 보인다. 청춘들이 단순히 술을 먹기 위해 포차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안주를 원하는 것에 대응한 것이다.

출처 : 한남동 그집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로 격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외부 활동이 전면 금지되는 조치이므로 포차 업계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올 한해는 포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전례 없는 사회 위기였으며 이 때문에 사회의 분위기 전체가 변했다. 이렇듯 정말 힘겨운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일터를 지킨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년에는 우리가 일상으로 여겼던, 맛집에서 밥을 먹고 저녁에 포차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살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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