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구조 개선으로 뒤바뀐 용산 상인들과 소비자의 운명

용산전자상가는 예전부터 대한민국 전자기기의 메카로 불려왔다. 온라인 유통이 활발하지 않던 20세기에서는 작은 오락기부터 보급형 컴퓨터까지 모든 제품들이 용산에서 취급되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용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했다. 용산을 찾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품이나 물건을 빼앗는 불량배들이 많이 있었고, 상인들은 물건을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21세기 들어 용산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에서만 살 수 있는 해외 전자기기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상인들의 폭리에 그들을 ‘용팔이’라고 부르면서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봐온 것이다.

이들의 행패는 사실 기존에도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이 많았다. ‘동물의 숲 대란’ 때 그들 주 일부가 재고를 일부로 숨겨놓고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폭리를 취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있었고, 주변 상가끼리 담합을 해 관행처럼 비싼 가격을 부르는 일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구입하기 힘든 해외 그래픽 카드나 부품의 경우에는 높아진 가격인 ‘용산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용산에서 밖에 구매할 수 없었다. 국내의 유통구조가 도/소매업자를 거치는 복잡한 형태를 가졌었기 때문이다.

판매처의 직판으로 화제가 된 NVIDIA RTX 3080 / 출처 : NVIDIA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번에 RTX 3080이 출시하면서 소비자와 용산 상인들의 관계는 완전히 역전된 모양이다. 국내에서 해당 그래픽카드의 수입을 담당하는 ‘인택앤컴퍼니’가 도/소매업자를 거치지 않고 재고를 모두 쿠팡 등과 같은 온라인쇼핑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볼까?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용산 프리미엄 없이, 상인들의 횡포 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제조사나 판매처 입장에서도 용산 프리미엄 때문에 구매의사를 접었던 소비자들이 다시 구매를 하게 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다. 결국, 이번 유통구조의 변화로 인해 울상을 짓는 쪽은 용산전자상가 상인들뿐이다.

과거 전자기기의 영광을 함께 한 용산전자상가 일대 / 출처 : 플리커

해당 사태 이후 용산의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대기업의 횡포, 자영업자 죽이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부 상인들의 ‘횡포’가 너무 심했던 탓일까. 소비자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과응보라는 입장인 것. 사실 기존의 폭리나 횡포에 대해 일부 상인들에게 잘못이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시장 경제 체제 하에서 소비자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 역시 일견 타당하다. 그럼에도 용산 상인들과 소비자, 제조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이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난 세월의 앙금’을 푸는 행위일 수 있지만, 보다 이성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존재할 지도 모를 횡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그들의 갈등을 원만히 조정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용산 상인들 역시 기존의 잘못을 인정하고, 경쟁 환경을 받아들여 자신들 역시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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