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0.10.31 토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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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명암②]"뛰는놈 위에 나는놈"…승자독식 플랫폼 세계에 배민의 결단

[편집자주]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4조7500억원의 빅딜을 일궈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국내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이 쓴 성공신화는 신산업 육성의 선순환 물꼬를 텄지만 독과점 문제와 라이더 처우 등 논란거리가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앞두고, 지난 10년 우아한형제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산업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왼쪽)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기업의 시각을 키우는 법은 평균적 사고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 다른 이들의 칭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믿는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책 '배민다움'에서 밝힌 말이다. 배달의민족이 국내 1위 사업자임에도 만족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인수합병(M&A)이라는 세기의 빅딜을 이끌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IT 세계에서 막대한 자본을 업은 IT 골리앗들이 국내 플랫폼 시장까지 장악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음식 배달 시장도 마찬가지다.

배달 시장의 지각변동과 그에 따른 '쩐의전쟁',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치킨게임' 속에서 김 창업자는 배달의민족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가 M&A라는 카드를 선택하고, 배달의민족을 아시아로 확장하고자 다짐한 배경이다.

◇'빅블러' 시대, 영원한 1등 플랫폼은 없다

음식배달 시장은 지난 10년간 고급화·세분화됐다. 배달음식은 곧 중국음식을 의미했던 10년 전과 달리 미쉐린 쉐프의 고급요리를 배달해 먹는 시대가 열렸다.

폭발적인 외식산업·배달시장의 성장으로 우아한형제들은 10년 만에 2000명의 정규직이 근무하는 대기업 못지않은 회사로 성장했다. '배달 중개 서비스'로 문을 연 회사는 로봇을 개발하고 식자재 유통사업을 하는 '푸드테크'(음식과 정보기술을 합친 용어) 기업으로 컸다.

그 사이 세상은 또 빠르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오늘날 전 산업에 사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막강한 가입자 기반의 플랫폼만 일단 구축하면 그 위에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면서 플랫폼은 빠르게 사업 영역을 확대해 몸집을 키우게 됐다. 승자독식의 '쩐의 전쟁'이 성장의 동력이 된지 오래다.

포털 기업인 네이버는 음식 주문하기 서비스를 시작했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음식 배달 사업을 한다. 삼성 광고계열사 제일기획은 '제삼기획'이란 쇼핑몰을 열어 양말, 잼 등을 판매한다.

배달의민족도 인공지능(AI), 로봇, 유통(배민상회, B마트 등)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자본력의 등장으로 쉽게 안주할 수 없었다. 특히 배달 앱은 지자체 주도의 '공공 앱' 출시가 쉽게 언급될 만큼 그 진입장벽이 낮다. 배달의민족의 경쟁자가 단순 '요기요'와 '쿠팡이츠'만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번 M&A도 단순히 음식 배달 앱에 한정 짓는다면 플랫폼 산업 전체의 특성을 간과한다는 문제 생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레드오션 격화라는 국내 환경도 문제지만 기업의 생존,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초석을 다지려면 '경계 넘나들기'가 필수 생존전략이 됐다"며 "이번 딜을 더 넓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제2의, 제3의 배달의민족, 아시아에서 키워보겠다"…김봉진의 의지

김 창업자는 전단지를 줍고 다니며 지난 10년간 배달의민족을 키워냈다. 관련 산업에 내공이 풍부한 그이지만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M&A와 토종 플랫폼의 한계에 회사의 생존전략을 고민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베트남, 일본 등에 진출하며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시아 진출을 보장한 DH의 인수제안은 그에게 '제2의, 제3의 배달의민족'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과제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보통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마친 창업자는 지분을 정리하고 한몫 단단히 챙긴 '캐시아웃'으로 은퇴한다. 그러나 김 창업자의 선택은 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M&A 승인이 완료되면 김 창업자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창업자는 DH 경영진 가운데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는 최대 주주가 된다. 그는 DH 4년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배민을 독일 자본에 판게 아니라 독일 자본이 김봉진의 '재능'을 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창업자는 향후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싱가포르에 세우는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회장직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배달 사업을 이끈다.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로 10년의 경영 노하우를 발판삼아 아시아 배달시장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2019.1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배민 엑시트, 글로벌 자본시장에 K-스타트업 이름 알리는 계기돼"

스타트업 업계는 우아한형제들의 빅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사가 스타트업 M&A 규모상 역대 최대인 4조75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했을 때 예상되는 기업가치(2조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배달의민족 M&A를 두고 "우아한형제들이 국내에서 상장했다면 과연 2조원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싶고, 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 흐름도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M&A를 계기로 국가 스타트업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타트업 1430여 개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23일 "국내 스타트업 정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 육성을 넘어 엑시트 대책 마련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엑시트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생태계 발전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럼은 디지털 시대에 스타트업이 견인하는 산업이 국경이 없는 상태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의 활성화, 해외 엑시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우아한형제들이 해외 대규모 자본의 대규모 투자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지난 몇 년간 지속돼온 창업 열풍 속에서도 엑시트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던 것이 현실이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미국 벤처투자금 회수액의 44.5%가 M&A, 50.2%가 IPO를 통해 이뤄졌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 엑시트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은 벤처투자금 회수액 중 M&A 비중은 2.5%으로 미미했고, IPO는 32.5%, 후속 투자자가 선행 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장외매각이 53.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공식으로 통하는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회수와 재투자에 대한 성공 히스토리는 많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M&A 이전에 해외자본에 매각된 국내 스타트업은 숙박 O2O 업체 여기어때(약 4000억원), AI 스타트업 수아랩(약 2300억원) 정도 뿐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애플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모든 기업의 총합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TOP7 기업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것처럼, 국내 스타트업도 엑시트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창업 10년 만에 4조75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초기투자자인 본엔젤스는 지난 2011년 3억원을 투자해 3000억원의 투자수익을 거뒀고 전략적 투자자로 36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도 6.4배의 수익을 냈다. 알토스벤처스, 힐하우스캐피털, 골드만삭스, 세콰이아캐피탈차이나 등 굵직굵직한 해외 투자자도 높은 수익을 안으며 국내 스타트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글로벌 자본이 국내 스타트업의 '위상'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업계는 국내에서 또 다른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가 나와야 글로벌 자본시장에 K-스타트업의 이름을 알리고 성장단계에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 재투자가 늘어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은 반드시 투자와 연결돼 있고, 이 투자는 엑시트를 전제로 한다"며 "스타트업 엑시트 전략은 글로벌 격차를 따라잡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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