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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명암①] 남들은 버리던 '광고 전단지'으로 성공신화 쓴 배달의민족

[편집자주]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4조7500억원의 빅딜을 일궈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국내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이 쓴 성공신화는 신산업 육성의 선순환 물꼬를 텄지만 독과점 문제와 라이더 처우 등 논란거리가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앞두고, 지난 10년 우아한형제들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산업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2019.1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요즘 누가 전단지 찾아서 주문해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메뉴도 사진으로 보여주고 배달이 어디까지 왔는지 클릭 몇 번이면 알 수 있는데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종이 전단지가 전부였던 배달시장은 이제 '배달 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커피 한 잔까지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일상이다.

2007년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탄생시킨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도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카카오톡'은 우리 일상의 소통방식을 바꿨다. 같은 해 등장한 '배달의민족'은 우리의 식생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남들이 버린 전단지 주워모아 모바일에 담았더니…'대박'

우아한형제의 김봉진 창업자는 명문대에서 경영이나 기술을 전공한 여타 경영진과 달리 '디자인'을 전공한 인물이다. 그는 이모션, 네오위즈, NHN(현 네이버)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배달의민족은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국민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중 기획됐다. 당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IT업계에서는 '개인 앱 개발' 열풍이 불었다. 당시 이용자가 포털에 식당을 검색하면 내 주변 식당이 아닌 전국 식당결과가 노출됐다. 김 창업자는 '내 주변 식당 정보'를 알려주는 위치기반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개발자인 친형, 친구들과 함께 개발한 앱 중 하나가 '배달의민족'이다. 초기 배달의민족은 '배달 주문' 서비스가 아닌 '배달음식 전화번호'(전단지) 모바일 안내 서비스에 가까웠다.

김 창업자는 전단지 데이터(DB)를 모으기 위해 창업 초기 한 달 가까이 강남, 한남 등 서울 주요 지역 건물을 돌며 전단지를 주웠다. 재활용센터, 충무로 인쇄소까지 직접 발로 뛴 그는 전단지 단가부터 유통구조까지 시장의 모든 것을 섭렵한다.

그렇게 모인 데이터(DB)는 앱에 쌓였다.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본 국내 벤처캐피털 본엔젤스의 초기투자로 지난 2010년 6월 배달의민족이 출시됐다. 배달의민족은 '포털에 검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식당 정보가 있는 서비스', '동네 맛집을 알려주는 서비스'로 입소문을 타며 앱 출시와 동시에 단숨에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다.

당시 모바일 배달 중개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태동하고 있었다. 오히려 배달의민족은 국내 경쟁 서비스(배달통 등) 대비 출발이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10년 이상 디자이너로 산 그에게 '디자인' 노하우에 기반한 마케팅 능력은 강력한 무기가 됐다.

배달의민족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접근하기 쉬운 이용자경험(UI)·이용자환경(UX)이 꼽힌다. 여기에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용어), '패러디'를 브랜딩에 접목한 'B급감성'은 인터넷에 눈을 뜬 신세대를 사로잡았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의 모습. 2020.9.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만년 적자에서도 '존버'…'없던 시장' 키워낸 배달의민족

과정은 험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시장 형성 초기,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만년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매출은 연평균 7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중개수수료 논란으로 지난 2015년 '건당 중개수수료 0%'를 선언한 회사는 오히려 이듬해인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에는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외식산업 진흥 시행계획에 따르면 외식산업은 최근 10년간 평균 8%씩 성장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외식업 매출액은 128조원으로 전년(119조원) 대비 7.9% 성장했고, 같은 해 사업체 수는 69만개로 이 중 종사자수 5인 미만의 영세 외식업소 비율이 과반수(86.4%)였다.

배달 앱의 성장은 영세 상공인의 수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아한형제들 측에 따르면 업주 한 명이 배달의민족을 통해 올린 월평균 매출액은 지난 2017년 약 500만원에서 2018년 약 650만원으로 약 30% 증가했다. 배달로 인한 오프라인(홀) 매장 외 부가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홀 규모를 줄이고 '배달'로만 먹고사는 소상공인도 늘었다. 창업에 자신은 있지만 창업비용이 부족한 소상공인도 목이 좋지 못한 곳에 가게를 내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주방을 여러 명이 나눠쓰는 '공유주방'이라는 새로운 산업도 열렸다.

배달 책자가 전성기였던 시절과 비교해 소상공인의 광고 부담도 줄었다. 배달 중개 서비스 출시 전 책자 광고료는 평균 20만원 수준으로 앞장 노출을 위해서는 최소 40만원~50만원을 내야했다. 전단지와 책자 광고비로 월 500만원 가까이 지출한 점주도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업주로부터 광고비를 8만8000원(정액제)~6.8%(정률제) 수준으로 받고 있다. 이는 해외 업체가 10%~30% 사이의 수수료를 받는 것과 대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평균 수수료는 13.1% 수준이다.

서비스로만 치부받던 배달산업도 성장했다. 소상공인은 직접 고용했던 배달원을 외주화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용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에 직접 고용돼 배달하거나 배달 대행 앱을 통해 배달하는 라이더는 13만명에 달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배달 종사자의 월평균 수입(배달대행업체에 내야하는 수수료와 세금, 보험 등 포함)은 300만원~500만원(98%)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배달량 증가와 배달원 부족에 따라 '억대 연봉'의 라이더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독과점 논란 등 우아한형제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유독 '인프라' 측면에서 강한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처럼 글로벌로 성장한 토종 IT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배달의민족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토종 플랫폼이 국민에게 편리성을 가져다주고 여러 순기능을 낳은 것은 사실"이라며 "유통, 금융 등 외산 플랫폼이 모든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이 없었다면 우리도 외산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배달의민족은 경영진이 지분을 매각한 뒤 사업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DH와 지분을 교환을 통해 토종 서비스를 키우고자 했다"며 "코로나19로 DH 주가가 2배 이상 뛰면서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는 9조5000억원까지 뛰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0조 규모의 글로벌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투자의 물꼬를 텄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메이드바이코리아로 전 세계가 쓰는 IT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토종 플랫폼을 공격하고 규제로 막는 구시대를 고집한다면 10년 후 모든 것을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길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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