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비율이 74%에 달하는 NBA, 다양한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 보여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4개월간 중단되었던 NBA가 올랜도 디즈니월드 캠퍼스에 모여 리그를 재개한 지 한 달 반이 흘렀다. 폐쇄된 공간인 “올랜도 버블(bubble)”에서 경기를 치르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없이 각 컨퍼런스 별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올랜도 버블의 "BLM"이 새겨진 코트 / 포브스

하지만 불과 2주 전, NBA 플레이오프는 고사하고 리그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었다. 바로 위스콘신 주에서 발생한 흑인 총격 사건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날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 경기를 펼칠 예정이었던 밀워키 벅스 선수단은 곧바로 이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출전을 거부했다.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가 바로 밀워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밀워키 벅스의 홈구장인 파이서브 포럼에서 불과 4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기에 밀워키 선수들은 즉각 이 사태에 대처했다.

기자회견 중인 밀워키 벅스 선수단 / 유튜브 LA TIMES 캡쳐

경기 취소가 결정 나자, 모든 밀워키 벅스의 선수단이 기자 회견에 등장해 총격 사건에 항의 의사를 표시하며 구단 차원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 휴스턴 로켓츠 등 많은 구단이 보이콧에 동참했다.

다행히 선수협회와 리그 사무국, 구단주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향후 NBA 리그 및 구단 차원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가 있었고, 리그가 다시 재개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전 NBA 선수이자 유일한 흑인 구단주인 마이클 조던이 중재자로서 큰 역할을 담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전부터 NBA에서는 인종 차별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뒤로하고 리그가 재개될 때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BLM"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르브론 제임스 / LA 레이커스 공식 인스타그램

이에 모든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 꿇기를 통해 항의 의사를 표출했다. 또한 경기장 중앙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라는 문구를 새겨놓았고, 선수들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 해당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이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유니폼 뒷면에 이름 대신 “Equality(평등)”, “Vote(투표하자)”, “Peace(평화)” 등의 문구를 새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NBA는 흑인 선수 비율이 74%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따라서 다른 종목 선수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BA 내에 만연한 역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흑인 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백인 선수들이 오히려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8월 22일, LA 클리퍼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중, LA 클리퍼스 소속 몬트레즐 해럴(26, 파워포워드)이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 루카 돈치치(21, 포인트가드)에게 욕설이 섞인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백인 선수인 루카 돈치치가 역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몬트레즐 해럴(우)과 루카 돈치치(좌)가 경기전 만나 대화하는 모습 / 유튜브 2020 NBA Playoffs 캡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4차전을 앞두고 해럴이 돈치치를 직접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전히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흑인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에는 즉각적으로 징계를 내리던 리그 사무국이 이번 사건에는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아 많은 NBA 팬들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올 시즌 NBA는 우승만큼이나 인종 차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사회 각계각층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NBA 선수들이 앞으로 인종차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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