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대세로 떠오른 '할매 입맛'

향토적이고 예스러운 이미지로 '할매 입맛'이라고 불리던 전통 식재료들이 식품업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마라·흑당같은 자극적인 맛이 인기였던 지난해와 달리, 흑임자·쑥·단호박 같은 삼삼하고 고소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할매 입맛’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할매 입맛’을 태그한 게시물이 1.6만 개에 이르며 이러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새싹 보리 라떼' / 투썸플레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할매 입맛’의 열풍으로 흑임자·쑥·인절미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가 대거 출시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쑥 라떼와 흑임자 카페 라떼는 출시 한 달 만에 총판매량 20만 잔을 돌파했다. '인절미 클라우드 생크림'과 '흑임자 튀일 생크림'은 출시 2주 만에 약 6만 개가 팔렸다. 지난 달에는 새싹보리를 활용한 ‘디카페인 새싹 보리라떼’를 선보이며 디카페인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겨냥에 나섰다.

빙그레의 '비비빅 더 프라임 단호박' / 빙그레 아이스크림 공식 인스타그램

빙그레에서는 기존 인기 제품인 팥 맛 아이스크림 '비비빅'에 인절미와 흑임자를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2018년 출시된 '비비빅 더 프라임 인절미'는 1년 만에 250만 개 이상 팔렸으며, 지난해 3월 출시된 '비비빅 더 프라임 흑임자'는 약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비비빅 더 프라임 단호박'을 추가로 출시하며 할메니얼의 입맛을 사로잡는 중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흑임자죽, 단호박죽, 통단팥죽' / CJ 제일제당 공식 홈페이지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이 ‘할메니얼’의 지갑까지 열고 있다. 기존의 주 소비층인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출시된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죽'은 판매량의 절반이 2030에게 팔렸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cj 제일제당에서는 ‘비비고 흑임자죽’을 출시했다. 이와 더불어, 여름에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죽을 시원하게 먹는 '아이스 디저트' 레시피를 선보이며 '할메니얼'을 공략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할매 입맛'의 인기를 코로나 19로 대두된 건강에 관한 관심과 레트로 열풍으로 인한 것이라 설명한다. 건강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재료가 첨가된 식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층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맛과 재료가 이들을 사로잡은 모습이다. 또한, 꾸준히 이어져 온 복고 열풍이 식품의 맛에도 반영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추억을 소환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보는 재미를 선사했던 복고 열풍이 맛을 바꾸는 단계까지 다다른 것이다.

흑임자·쑥·단호박과 같은 전통 식재료를 밀레니얼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신제품들은 계속해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재료들이 젊은 층까지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할메니얼’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제품들로 ‘할매 입맛’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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