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0.8.10 월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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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재팬' 1년, 日산토리 자리 '곰표 맥주'가 꿰찼다

CU가 5월 대한제분과 함께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곰표 밀맥주'. 첫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캔, 일주일 만에 총 30만캔이 팔리며 편의점 수제맥주 1위에 등극했다.(BGF리테일 제공)© 뉴스1

"일본맥주는 안 들어온 지 오래됐어요. 대신 수제맥주가 제일 잘 나가죠"

지난 2일 서울의 한 편의점은 길가에 냉장고를 내놓고 맥주를 팔고 있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수입·수제맥주가 빼곡했지만, '일본맥주'는 단 한 캔도 없었다. 점주는 "안 팔리는데 뭐하러 내놓냐"며 "일본맥주는 (편의점에)들이지 않은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1년째 이어지면서 편의점 맥주 판도가 180도 뒤바뀌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맥주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일본맥주가 빠진 명당자리는 '국산 수제맥주'가 꿰찼다.

◇오래 못 간다고? 日불매 갈수록 세졌다…일본맥주 91% 퇴출

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맥주 수입액은 29억2558만원(약 244만달러)으로 지난해 1~5월 수입액(322억5700만원·약 2689만달러)보다 91% 급감했다.

일본 대표 맥주 브랜드 '아사히'(Asahi)는 불매운동을 채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사히의 국내 소매 매출은 22억6600만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458억8400만원)보다 무려 95%의 매출이 증발했다.

아사히는 과거 10년간 한국 수입맥주 시장을 호령한 '1등 브랜드'였다. 2017년 병맥주·생맥주 가격을 10%가량 올리고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확산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목할 점은 '일본 불매운동'의 위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거세졌다는 것이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일본맥주 매출 감소 폭은 지난해 3분기(7~9월) 80.9%에서 올해 2분기(4~6월) 97.6%로 악화했다. 불매운동 직후보다 매출이 약 17% 더 쪼그라든 셈이다.

분기별로 보면 CU의 일본맥주 매출은 Δ2019년 3분기 -80.9% Δ2019년 4분기-95.2% Δ2020년 1분기-96.4% Δ2020년 2분기 -97.6% 순으로 급감했다. '일본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세간의 예상을 완전히 깬 결과다.

결국 '없어서 못 팔던' 일본맥주는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CU는 지난달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맥주 12종을 가맹점으로부터 반품받아 폐기 처분했다. 폐기 대상은 Δ아사히캔(6종) Δ산토리캔(2종) Δ에비스캔(2종) Δ코젤라거캔 Δ오키나와캔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수입맥주 전체를 좌지우지하던 일본맥주가 '불매운동'으로 완전히 몰락했다"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국산맥주, 日맥주 '명당' 꿰찼다…매출 전년比 390% '훨훨'

일본맥주의 '빈자리'는 국산맥주가 채우고 있다.

CU에 따르면 국산맥주의 매출 비중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50.3%를 달성, 3년6개월 만에 수입맥주를 앞질렀다. 6월에는 50.5%까지 오르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국산맥주의 호황은 '국산 수제맥주'가 폭발적인 성장 덕분이다. 일본맥주가 진열대에서 빠지자 국산 수제맥주의 매출이 400% 가까이 폭증했다. 올해 1월1일부로 주류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맥주 가격이 쑥 내려간 점도 큰 몫을 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일본맥주 매출이 폭락하자마자 국산 수제맥주의 매출이 3배 넘게 급증했다. CU의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241.5% 뛰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1월 국산 수제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1.8%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도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다. '홈술족'(族)이 불어나면서 올해 1~6월 국산 수제맥주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보다 390.8% 폭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신장률이 전년 대비 40% 수준을 맴돌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시장이 커졌다.

국산 수제맥주가 올여름 '잇템'(it-item)으로 부상하면서 편의점 냉장고에서 가장 목이 좋은 진열대까지 꿰찼다.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43·여)는 "냉장고에도 목이 좋은 위치가 있고 변두리가 있다"면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칸은 전부 국산 수제맥주로 채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급기야 '없어서 못파는' 국산 수제맥주까지 등장했다. CU가 지난 5월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단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캔이 완판됐다. 첫 출시 이후 일주일간 총 30만캔이 팔려나갔다. CU 수제맥주 사상 최고 실적이다. 한 CU 편의점에서는 일본 산토리캔 자리를 뺏은 곰표맥주가 들여놓기 무섭게 품절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 주세법 개정, 코로나19가 중첩되면서 국산맥주의 '전성시대'가 열렸다"며 "수입맥주의 전유물이었던 '4캔 1만원' 행사에 국산맥주가 포함되면서 앞으로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수도권의 한 편의점 주류 냉장고. 일본 산토리캔이 있던 진열대에 국산 '곰표 밀맥주'가 들어서 있다. 곰표 밀맥주는 이날 입고 직후 품절됐다.2020.7.2/뉴스1 © 뉴스1 최동현 기자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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