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짧게짧게”, ‘숏(short)확행’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 겨냥

왼쪽부터 지코 'Summer Hate' 챌린지 영상 캡처, 화사 '마리아' 챌린지 영상 캡처 / 지코 공식 유튜브 채널, 마마무 공식 틱톡 계정

지코의 ‘Summer Hate’, 화사의 ‘마리아’, 세븐틴의 ‘Left&Right’ 등 최근 컴백한 가수들의 신곡에 맞춰 간단한 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TIK TOK)’을 통해 공유하는 일명, ‘틱톡 챌린지’가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틱톡 유저들이 틱톡에 올라온 짧은 영상을 통해 신곡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전곡을 찾아 듣게 되면, 해당 노래는 인기 차트에 오르기도 한다. WHO와 질병관리본부는 틱톡을 통해 코로나 19 확진자 수나 단계별 행동수칙 등, 코로나 19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틱톡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며, 각종 챌린지와 홍보성 이벤트, 중요한 정보 제공의 통로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왜 ‘틱톡’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숏(short)확행’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소비 트렌드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숏확행’은 “짧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타내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높은 만족감을 얻고 싶은, 즉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도 적용되어, 기승전결이 명확한 서사를 담고 있지 않더라도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진 영상이라면 소비자들은 매료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반영한 SNS 플랫폼이 바로 틱톡인 것이다.

틱톡 공식 사진 / 틱톡 홈페이지

틱톡의 가장 큰 특징은 단시간 내에 쉽게 영상을 시청하고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공간의 제약 없이, 15초에서 1분가량의 짧은 영상을 보며 간편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상 제작에 있어서도 특별한 스토리를 짜거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된다. 그저 내가 추억하고 싶은 순간을 유쾌하게 기록하고, 가벼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틱톡 챌린지 열풍의 계기가 된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틱톡은 가요 뿐 아니라, 해외 노래까지 다양한 음악을 영상에 무료로 삽입할 수 있다. 이는 저작권을 중시하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노래와 몸짓으로 구성되어 있는 틱톡 영상은 언어적, 문자적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인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틱톡이 150개국에 75개의 언어로 제공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큰 비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좌) 넷플릭스 '브루노라니까!' 포스터(넷플릭스 공식계정) / (우) JTBC '장르만 코미디' 포스터(공식 인스타그램)

MZ세대를 넘어 전 연령층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지금, 유튜브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OTT시장의 주요 기업들 역시 짧은 콘텐츠, ‘숏폼(Short-form) 콘텐츠’ 제작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브루노라니까!’, ‘러브, 데스+로봇’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1회 당 15분의 러닝타임으로 제작했다. TV방송사 역시 ‘숏확행’ 시대에 응답하고 있다. 한 에피소드가 1~2분 정도인 JTBC 숏폼 드라마 ‘장르만 코미디’나, 한 회당 20분 내외로 제작 예정인 카카오M 드라마 ‘연애혁명’ 등이 그 예시다.

넘치는 데이터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숏확행’ 열풍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짧은 영상만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들 역시 존재한다. 아무런 메시지가 없는 틱톡 영상은 웃고 넘기는 영상일 뿐이라며, 한시적인 유행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숏폼 콘텐츠가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유행성을 의식하거나 시간 단축에 급급하여 콘텐츠의 스토리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단순히 오락성 영상 뿐 아니라 짧은 형식에 맞게 구성력이 뒷받침되는 콘텐츠 역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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