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찾아온 두번째 황금기

1979년, 영국의 밴드 버글스는 싱글 앨범으로 'Video killed the radion star'를 발매한다. 이 노래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비디오의 등장으로 인한 라디오의 몰락에 매우 비판적인 가사와 상징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TV의 등장은 라디오의 쇠퇴를 암시했으며, 본격적으로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라디오를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는 비디오가 없는 곳에서나 들을만한 차선책으로 밀려났다. 이마저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수요가 줄어들며 더 이상 오디오 콘텐츠만을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경쟁력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오디오 콘텐츠 시대의 끝이었다.

그런데 최근 오디오 콘텐츠가 부활했다.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라디오에게 패배를 안겼던 스마트폰이었다. 여전히 스마트폰을 통한 비디오 콘텐츠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기능은 오디오 콘텐츠에게 새로운 기회를 선물했다. 이는 단순히 비디오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이 청취자로 돌변하여 오디오 콘텐츠로 향한 것은 아니다. 21세기,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은 오디오 콘텐츠는 개성 넘치는 콘텐츠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 그리고 부담 없는 쌍방향 소통을 무기로 그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즉, 오디오 콘텐츠는 이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1979년 출시한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라디오 세대의 끝을 보여준다./discogs 앨범 캡처

◈ 멀티태스킹 장점을 살린 독자적 콘텐츠

MP3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오디오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시민들이 콘텐츠 공급자가 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그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그리고 이는 오디오 콘텐츠의 장점을 활용한 독자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최근 몇 년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인 'ASMR'도 오디오 콘텐츠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ASMR 콘텐츠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나 편안한 소리를 들려줘 콘텐츠 소비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거나 명상을 하는 등, 비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는 할 수 없는 활동들을 병행한다. 물론 ASMR은 비디오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동시에 주기도 하지만, 오디오 만으로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유튜브에는 많은 종류의 ASMR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얻으며 소비되고 있다./'공부의신 강성태'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자기개발을 돕는 오디오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팟캐스트 어플 1위인 '팟빵'에서는 시사, 건강 정보, 운동 방법 등을 알려주는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일을 하면서 자기 개발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플랫폼을 통해 선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들은 자기개발 열풍에 힘입어 소비자들이 오디오 콘텐츠를 수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세상이 오디오 콘텐츠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청취자와 소통하는, 보다 가까워진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이전까지 콘텐츠 생산자가 수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라디오나 TV 콘텐츠는 대부분 일방적으로 생산되었고, 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역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2000년대 중반 유행했던 '인터넷 음악 방송'이다. 비록 신청곡을 받으면서 소통을 하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러한 음악 방송은 주력 콘텐츠가 음악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소통은 부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음악 방송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반면, 최근의 라디오 콘텐츠는 '소통'을 중시한다. 특히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쌍방향 콘텐츠 소비에 익숙해진 'MZ 세대'는 음악이 없더라도 적극적인 소통과 독특한 콘텐츠로 무장한 방송에 주목한다. '스푼라디오'는 이러한 MZ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해 채팅을 기반으로 한 라디오 스트리밍 어플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러한 성공에는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MZ 세대의 요구가 반영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방송을 하는 DJ와 청취자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매우 짧은 것이 이 서비스의 특징이며, 현재 스푼라디오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푼라디오는 라디오 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스푼 라디오 광고 캡처

◈ 잠재력이 큰 오디오 콘텐츠, 그 미래는?

많은 기업들이 오디오 콘텐츠로 성공을 거두자, 많은 기업이 해당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넷플릭스'는 라이브 라디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네이버' 역시 '오디오클립'을 통해 '오디오북', 'NOW' 등을 서비스해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가운데, 오디오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은 것으로 예측된다. 음성 인식 AI, 스마트 스피커 기술 등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쌍방향 소통과 콘텐츠 다각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오디오 콘텐츠가 이렇듯 다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비록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의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40년전 버글스가 노래한 라디오 스타의 몰락,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이제 시대는 라디오 스타와 비디오 스타의 공존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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