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훌륭한 마케팅 성과를 이룬 “감동란”과 “기발한 치킨”

지난 4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한국 리그에서 DRX 팀의 도란(본명 최현준)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사실 이전까지 그는 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될 정도로 실력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도란 선수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신들린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자 DRX의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란의 멋진 활약에 감동했다’는 의미에서 그에게 ‘감동란(감동+도란)’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한편, 며칠 뒤, 주식회사 감동란이 도란 선수에게 자사의 감동란을 깜짝 선물했다.

감동란을 받은 도란 최현준 선수 / DRX 트위터

선물에 한 번 더 감동한 팬들은 감동란 구매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고, 이것이 화제가 되며 감동란은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보았다. 이처럼 어제 지어준 별명이 오늘의 마케팅이 되는 마법, 애자일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애자일 전략은 신속하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애자일(Agile)은 IT 업계에서 통용되던 말이었으나 현재는 마케팅 업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마케팅 전략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기획 및 제작되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막상 전략을 실행할 때는 이미 트렌드가 바뀌어 있기도 했고, 소비자의 반응이 기대와는 다르게 좋지 못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자일 전략이 등장하였다. 마케팅 활동을 펼칠 때 우선순위의 변화, 고객들의 요구사항 변화, 기술의 변화 등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처리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 원칙이다.

감동란이 도란 선수에게 쓴 편지 / DRX 트위터

감동란은 이 원칙들에 근거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테스트했다. 달걀은 영양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최고의 간식이다. 그러므로 프로 게임 대회를 챙겨보는 사람들은 분명 감동란의 주요 타겟 중 하나였다. 이에 감동란은 이들의 반응을 신속하게 감지하였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펼쳐 많은 게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기발한 치킨” 또한 애자일 전략을 적극 활용하여 이슈가 되었던 기업이다. 지난 2015년, 두 여자 연예인 간의 “욕설 및 다툼” 동영상이 공개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어디서 반말이니?”와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발언은 당시 최고의 밈(meme)이었다.

"기막힌 치킨"의 패러디 광고 / 기막힌 치킨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자 기발한 치킨은 정말 이름값에 걸맞은 기발한 광고를 선보인다. “어디서 반말이니?”는 “어디서 반마리니?”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는 “언니 치킨 마음에 안 들죠?”로 말을 바꾼 패러디 광고를 선보인 것이다.

이 패러디 광고를 본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별다른 비용 지출 없이 동영상 게시 3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돌파,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 수 40만, 관련 기사 373건 게재, 실시간 검색 10위권 지속 유지, 연관 트윗 1,000회 이상 등 단기간 내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는 매출로도 곧바로 이어졌다. 패러디 광고를 선보인 지 15일 만에 모든 매장에서의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기막힌 치킨"의 지면 광고 / 기막힌 치킨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애자일 전략에도 위험성은 따른다. 먼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나쁜 반응을 이끌어낸 콘텐츠나 프로모션도 크게 화제가 되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급하게 완성된 불확실한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테스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자일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빠르게 트렌드를 분석하여 전략을 도출할 뿐만 아니라 해당 전략을 펼쳤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도 파악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이나 실수 등이 빠르게 불매운동,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애자일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기업의 가치관과 윤리의식 등에 반(反)하는 캠페인이나 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애자일 전략을 마케팅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빠르게 내부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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