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코로나19에 기업들은 ‘비상사태’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후로부터 약 2달이 지난 지금, 코로나는 여전히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 이후로 급속도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국가에서는 되도록 밖에 나가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인 편이다. 사원들이 서로 접촉할 일이 없도록 철저한 규칙들을 만들어 사내에서 실행하고, 재택근무도 활발히 시행 중이다.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달 26일부터 최소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구로구 콜센터 사태로 인해 현재 시행중인 재택근무를 2주간 추가 연장할 계획이며, LG 역시 초•중•고 개학 시기가 미뤄진 점을 고려해 재택근무 연장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11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기업 1089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 실시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기업은 60.9%, 중견기업은 50.9%로 각 절반 이상이 재택 근무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비율은 36.8%에 불과했다. 재택근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이유로는 ‘업종 특성상 현장 근무가 필수여서’가 56.9%로 제일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해서’란 응답이 25%로 뒤따랐다. 

재택근무 중인 sk텔레콤 직원의 화상회의 모습 /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실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도 다양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 문제다. 재택근무의 특성상 직원들을 ‘감시’할 방법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CEO들이 직원들이 나태함에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불안해한다. 디지털 혁신가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지난달 27일 "내일부터 회사는 50% 재택근무. 사무실이 조금 썰렁하게 되었다. 내가 집집마다 돌면서 제대로 근무하는지 확인할 거야"라는 농담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직원들은 기업의 CEO들이 표출하는 ‘불신’에 분노를 표하며 사내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뢰 문제는 사내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 IT 기업은 재택근무를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원상복귀를 결정했다. 기업 홈페이지에 `재택근무 중`이라는 내용을 공지했더니 프로젝트 문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신 3사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확대하기 시작하자 일부 고객들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에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다.

생산성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면 업무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 문화 탓에 조직원이 서로 떨어져 일하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면서 사무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확실한 명과 암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면이 부각될지는 기업의 현명한 선택과 구성원들 간의 신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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