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부활? 그저 빈곤 포르노?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반지하나 짜파구리와 같은 한국적인 요소가 잘 반영된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14일 ‘서울 관광 활성화 대책’에서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를 대표 투어 코스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속 돼지쌀슈퍼(우리슈퍼)와 기택 동네 계단 등 마포구 일대를 한류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찾는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관광업계가 입는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의도는 시의적절한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반지하의 의미가 그러했듯, 이들에게 가난의 상품화는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의 계획은 ‘빈곤 포르노’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빈곤 포르노는 자극적인 빈곤의 민낯을 포르노처럼 연출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이끌어 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거주민들을 동물원의 동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진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다음

실제 촬영지인 마포구 아현동 일대는 2003년 이래, 뉴타운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렇게 빈곤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전락하고 나면, 더욱 재개발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영화 <조커>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조커 속 빈민가 계단은, 조커의 흥행 이후 전세계 팬들의 방문으로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골머리를 앓으며, 통행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볼 때, 영화 기생충을 이용한 ‘빈곤 마케팅’은 분명히 재고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의 관광 활성화 대책이 골목 상권을 부활시킬지 혹은 지역주민을 한낱 구경거리로 만들지 알 수 없지만,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님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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