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의 인수합병, 국내 배달 시장 지각변동 부를까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었다.

지난 13일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며 국내 배달 유통업계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DH는 2011년 베를린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지금까지 독일 리퍼헬트, 영국 헝그리하우스 등 35개 기업을 사들였으며 현재 40개국에서 28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는 40억 달러(한화 약 4조7천500억 원)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해 국내외 투자자가 보유한 우아한 형제들의 지분 87%가 DH에 넘어가게 되며,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등 경영진의 지분 13%가 DH의 주식과 맞교환될 예정이다. DH는 이미 2012년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 업체인 ‘요기요’와 2014년 3위 업체인 ‘배달통’을 인수했다. 사실상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 2, 3위를 모두 인수함에 따라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98.7%를 DH가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에 50대 50 지분으로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는 내용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도 맺었다. 따라서, 이번 인수합병을 놓고 업계는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5천만 달러(약 600억 원)의 혁신기금을 조성해 푸드테크 분야의 한국 기술벤처의 서비스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우아한 형제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로서 배달의 민족이 국내 토종 애플리케이션임을 강조하며 활발한 애국 마케팅을 펼쳐왔기에 이번 합병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는 평이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우아한 형제들이 독일 기업에 인수되는 것에 빗대어 “우리는 게르만 민족이었어”라는 조롱 섞인 비난이 나오고 있다. 배달 수수료 인상과 관련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그동안 배달의 민족이 요기요와 경쟁을 하면서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구도가 깨지면서 수수료 인상 등 배달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국내 ‘토종 애플리케이션’의 색을 지우게 되며 배달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쿠팡’과 ‘위메프’ 또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예정이다.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한정되었던 배달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등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위메프의 ‘위메프오’ 또한 우아한 형제들과 DH의 합병 소식이 발표된 직후 착한배달 위메프오!’ 캠페인을 열고, 최소 2년 동안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위메프 측은 “경쟁 플랫폼이 매달 부과하는 입점 비용과 광고 수수료 역시 받지 않을 것”이라며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대 이커머스 간의 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배달의 민족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의 자리를 지킬지, 배달의 민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틈을 타 후발주자들이 새로운 ‘토종’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지위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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