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자들의 무임승차 문제,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라고 부른다. 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SK텔레콤 등의 통신 사업자(ISP)가 만든 인터넷망, 즉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고 이를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통신망이란 통신의 목적을 위한 통신 설비들의 집합을 말한다.

통신망 이용에는 '망 중립성' 원칙이 존재한다. 이는 이동통신사 같은 ISP뿐만 아니라 CP들도 유 · 무선 인터넷망을 사용할 때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통신망을 누가 얼마나 쓰든 불이익을 주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하지만 ISP는 인터넷 및 CP가 자신들이 투자해 구축한 통신망에 무임승차하여 어떠한 대가도 없이 수익만 얻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 중립성을 설명한 사진 / 인벤

통신업계에서 망 사용료에 관한 분쟁은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결과로 CP가 ISP에게 일정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정리되긴 했지만 최근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트래픽 이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망 사용료 분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ISP는 증가한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망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CP는 그 수준이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나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간 700억 원, 300억 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CP인 유튜브가 ISP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0원대로 알려지며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외국 CP는 일방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기업이 손해를 보는 그림이 연출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에 의해 국내 콘텐츠 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 CP들은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이용자들이 해외 CP들의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려면 ISP 측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출하고 해외 접속용 망을 증설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CP들은 이에 대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해외 CP들이 한국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한국 시장의 규모가 애매하다는 해외 CP들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해외 CP들은 한국의 ISP에 '캐시 서버' 설치를 제안하기도 한다. 캐시 서버란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자주 이용하는 임시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서버다. 캐시 서버를 이용하면 해외 망 접속 빈도를 줄여 전체적인 트래픽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글은 이미 한국의 ISP에 캐시 서버를 설치해 이용 중이다. 하지만 구글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90%를 점유하면서도 망 이용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구글 글로벌 캐시 / 구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경우는 최근 망 이용료 문제에서 가장 조명을 받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000개가 넘는 ISP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근거로  SK브로드밴드에게 캐시 서버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에선 접속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두 주장 간의 의견 충돌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미 국내에 많은 해외 CP들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망 사용료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 '망 중립성 폐지'의 주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망 중립성의 원칙을 폐지할 경우 무임승차 문제는 방지할 수 있겠지만 높은 트래픽을 사용하는 특정 CP들을 선별하여 빠른 인터넷을 제공하고 과도하게 높은 망 사용료를 부담시키는 등의 인터넷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4월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면서 해당 논쟁은 ISP 측에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극단화될 경우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 요금이 인상되거나 소규모 CP들이 망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침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ISP와 CP가 각자의 노력에 의한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되, 사용자의 편익을 등한시하지 않는 기본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작권자 © 소비자평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