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0.9.25 금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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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회사 ‘곰표’의 변신은 무죄... 뜬금없지만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팝콘, 패딩, 옷, 화장품, 치약 만드는 밀가루 회사, ‘곰표’

한때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위치한 ‘곰표 패딩’. 사진을 보니 밀가루 포대인 듯, 군부대에서 입는 옷인 듯 다소 어색하지만 단순한 디자인과 함께 ‘곰표’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과 달리 ‘곰표 패딩’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세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곰표 패딩’에 열광했고, SNS에서도 해시태그와 인증샷으로 자연스러운 브랜드 확산이 이루어졌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곰표패딩'. 젊은 세대의 큰 인기를 끌며 '곰표'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 4XR 홈페이지

곰표. 우리가 아는 그 ‘곰표’가 맞다. 제분업계에서 밀가루하면 누구나 ‘곰표’라고 했던 그 브랜드지만 곰표 밀가루를 생산하는 대한제분은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매출액은 연간 약 3000억원이지만, 96%인 약 2900억원이 기업 간 거래 (B2B)에서 발생한다. B2C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약 100억원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대한제분은 그동안 브랜드 마케팅팀도 없었고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파악할 필요도 없었다. 때문에 20-30대를 대상으로 한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곰표’라고 답한 응답자는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수십년 간 제분업계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던 대한제분 관계자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가 곰표를 모른다면 대한제분의 가장 큰 고객인 제과, 제빵 기업도 곰표 대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객에게 인지도와 선호도를 심어주고 브랜드 재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제분은 곰표의 전통적이고 올드한 분위기가 아닌, 젊은 소비자들에게 특별하고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대한제분은 ‘4XR’이라는 의류 브랜드가 자사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가슴 한 가운데 새긴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는 것을 보며 상표권 무단도용이 아닌, 마케팅 기회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신선한 아이디어에 대한제분 측은 4XR측과 협업을 약속했고 앞으로 이런 식의 브랜드 마케팅을 하면 젊은 세대의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콜라보 마케팅’은 현재 ‘곰표’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브랜드로 급상승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기도 하다.

'곰표'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 뉴데일리

곰표의 본격적인 소비자 타겟 마케팅은 지난 해 12월 CGV에서 진행된 ‘왕곰표 팜콘’ 콜라보였다. 20kg짜리 대형 곰표 밀가루 포대에 밀가루가 아닌, 팝콘을 가득 담아 5000원에 판매하는 행사였는데, 대한제분 측의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었고 SNS를 통해 전국에 소문이 나며 새벽부터 ‘곰표 팝콘’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대소동도 발생했다. 곰표만이 할 수 있는 밀가루 포대는 곰표의 오리지널 이미지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고, 예상치 못한 인기에 ‘곰표’상표를 붙인 제품을 생산하며 CU편의점서도 매달 6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곰표 팝콘의 상승세를 이어, 대한제분은 ‘곰표’를 활용한 새 제품을 내놓았다. 밀가루의 하얀 이미지와 어울리는 파운데이션과 치약을 화장품 제조업체인 스와니코코와 협업하여 만들었다. 천연 원료로 화장품을 만드는 스와니코코의 이미지가 곰표의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다는 내부 논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곰표 밀가루 쿠션’을 내놓았다. 다소 올드하지만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디자인과 신선한 충격을 부른 밀가루 회사의 화장품 생산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곰표의 파운데이션에 열광했다.

대한제분 김익규 영업팀장은 “젊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여 재미를 충족시키고 이를 자발적으로 확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비자 모두가 곰표를 재밌게 갖고 놀기를 바란다"며 "일상에서 곰표를 만지고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컬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곰표의 상표를 새긴 다양한 굿즈들이 출시되며 젊은 층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 Steemit.com

밀가루 회사의 상상하지도 못한 마케팅 전략. 뜬금없지만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눈높이를 맞춘 결과 67년 간 쌓아온 밀가루 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넘어 진정성과 즐거움을 담은 자체 브랜드도 만들면서 젊은 층에게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곰표’는 이제 새롭게 변신한다.

한준서 기자  joonseo1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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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곰표#마케팅#밀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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