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야한다

문제가 된 진로이즈백 외관 / 하이트진로 공식 홈페이지

최근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소주병 전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소비시장에 분 ‘뉴트로 열풍’에 맞춰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진로이즈백은 옛 소주 브랜드인 ‘진로’를 재해석해 출시된 제품으로, 옅은 하늘색의 투명병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진로이즈백의 소주병 외관이 주류업체 간의 갈등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09년 6월, 주류업체들은 새로운 소주병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표준용기를 쓰자고 합의한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을 체결했다. 브랜드가 달라도 각 업체의 소주병 색과 모양이 동일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상표에 따라 공병을 각 브랜드에 돌려주기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번 갈등의 시발점은 진로이즈백이 해당 협약을 통해 맺은 표준용기가 아닌 이형병(모양이 다른 병)을 사용했다는 점에 있다.

롯데주류 측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진로이즈백이 협약과 다른 이형병을 사용하며, 공병을 분류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자된다는 것이다. 이어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한정판으로 출시한다고 했지만, 판매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제품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며 “초반에 공병을 회수해가라고 요청했을 때는 수거하지 않다가, 높은 판매량으로 공병이 부족해지자 이제야 찾아가겠다고 하고 있다.”고 하이트진로의 입장이 당황스럽다 밝혔다. 당시 롯데주류에 쌓인 진로이즈백의 공병만 420만여 병이 넘었다. 이외에도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위 협약을 어기면, 타사들도 어기기 쉬워져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비췄다.

롯데주류에 쌓인 진로 공병들 / 롯데주류 공식 홈페이지

하이트진로의 입장은 달랐다. 롯데주류가 출시한 ‘청하’를 별도로 분리해 10년 이상 반환해왔으니, 진로이즈백도 이처럼 재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청하를 병당 10.5원의 수수료를 받고 돌려주고 있으니, 진로이즈백도 동일하게 시행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어 “소비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라며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 아니겠냐.”라고 반박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롯데주류와의 갈등이 심화되며 공병을 회수하고 있지 못해 출하량이 판매량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고, 롯데주류 측의 잘못된 보관으로 21만여 병이 파손됐다며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달라고 표명했다.

양사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상황이다. 롯데주류 입장에서는 협약을 통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더 적은 비용으로 소주병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하이트진로가 이를 어기며 주류업계에 나타날 변화가 우려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진로이즈백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재활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이트진로 측에 공병을 순순히 넘기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더욱 넓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에 달린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알려달라며 해당 내용을 언론을 통해 밝혔으며, 환경부도 이에 대해 업계의 자율성과 소비자의 선택권도 고려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갈수록 깊어져 가는 갈등에 환경부가 중재자로 나섰지만, 초반에는 협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두 기업은 지난달 초·중순에 진행된 만남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종점이 보이지 않았던 이 전쟁은, 지난 12일 공병 반납 협약을 통해 마무리됐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하이트진로가 롯데주류에 공병 1개당 10.5원의 수수료를 주고 돌려받는 방식으로 협약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또한 오는 2020년 2월까지의 연구 용역을 통해 적정한 수수료 기준과 교환 비용을 바탕으로 추가 정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을 통해 양사의 전쟁은 종결됐지만, 이 협약이 향후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봐야 한다. 본래 주류업계 간의 기준이었던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이 한번 흔들린 이상,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향후에 해당 협약을 체결한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협약의 체결로 모든 문제가 단락되는 것은 아님을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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