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마케팅, 홈플러스의 새로운 접점

홈플러스 호박엿 광고 사진 / 홈플러스 더클럽 인스타그램 캡처

#. “주말에 바빠요?” 눈도 마주치지 않던 그가 처음 건넨 말은 꽤나 저돌적이었다. 오늘따라 날 쳐다보는 것 같다는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던 것. 그저 같은 타임 알바였던 그와의 사이가 이렇게 변하는 걸까. 그냥 집에 있으려 했다는 수줍은 대답에 그는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대타 좀 해줄래요? 주말에 데이트가 있어서…” 요즘 들어 엿 먹이고 싶은 사람이 많다.

얼핏 보면 단순한 유머 같지만 사실 광고다. 홈플러스가 자사 창고형 온라인몰인 ‘더클럽’에서 판매하는 호박엿을 홍보한 것인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이 광고는 엿이라는 상품에 소소한 유머를 융해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갔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B급 웃음 코드가 작위적인 장치보다 강한 파동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더클럽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간 이 글에는 좋아요 800여개가 눌렸다. 댓글에는 “홈플 미쳤다”, “너무 웃겨요”, “요즘 인싸”, “이 페이지 뭐임”, “명필”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홈플러스 더클럽은 ‘드립 맛집’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29일 홈플러스 더클럽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다. 이 계정은 매주 4회에 걸쳐 더클럽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한가지씩 소개한다. 특정 상품을 패턴 형식으로 배열한 사진 한 장을 올리고 소개 글을 덧붙이는 식이다. 사실상 상품을 소개하는 글은 아니지만 오히려 상품에 대한 주목도가 뛰어나다. 글을 읽고 나면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상품에 대한 획일적 정보만이 나열된 광고는 이제 그 힘을 잃었다. 화려한 장치가 산포된 광고보 보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해졌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경직된 광고는 더 이상 큰 공명을 얻어낼 수 없다. 소비자들은 무겁게 산포된 정보들의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산발적인 정보 보다 은은한 웃음을 자아내는 B급 웃음 코드가 대두되는 이유다. 홈플러스의 B급 마케팅과 같이, 생동적인 광고가 동력을 얻고 있는 것이 그 실례라고 할 수 있다.

홈플러스 더클럽 계정은 입소문을 타며 계정을 개설한지 한달 만에 팔로워가 2000명을 기록했고 두달째에는 2만명을 넘어섰다. 또 책을 출판해달라거나 계정 관리자 월급을 인상해달라는 등의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B급 마케팅은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단기간에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전파력이 빨라 바이럴 효과도 뛰어나다.

이러한 홈플러스의 생동적인 마케팅 자취 속에서, 업계 관계자는 “SNS는 시간적 제약이나 표현의 제한이 적어 B급 코드를 활용하기 좋다”면서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트렌드를 반영한 B급 마케팅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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