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서 "80년 전 기억 못 해" 언급해 논란이 된 유니클로

유니클로 메인 로고 /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제작한 광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 중간에 등장하는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발언이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시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후리스(플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유니클로의 광고가 지난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고, 12일부터 TV를 통해 국내에 방영됐다. 백발의 98세 외국인 여성과 13세 소녀가 패션 컬렉터와 디자이너 역할로 등장하는데, 소녀가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질문하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 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영어로 답한다. 하지만 한국 광고에서 해당 대사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고 의역된 자막이 달린다. 이로 인해 일제 강점기 시절인 80년 전을 굳이 표기한 것이 일본군 위안부에 피해자 문제를 빗대어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된 유니클로 광고 속 한 장면 / 유니클로 공식 유튜브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일제강점기로 위안부와 강제징용 동원이 이뤄지던 시기다. 때문에 국내 일각에서는 '위안부 등 일제 전범 피해자를 조롱한 것'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힘써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80년'이란 부분이 논란인데 1939년은 일본이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라며 "이건 의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광고다. 유니클로가 선을 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7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한국 네티즌이 문제로 삼으며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굳이 80년 전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라며 자막이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유니클로 꼭 사야겠니. 위안부 모독이다"라며 올린 트위터 글은 리트윗(공유) 수 2만 2000여 회를 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영상이 올라온 미국·일본 유니클로 유튜브 채널엔 한국어로 "한국에서만 일제강점기 때인 '80년 전'이라는 자막을 삽입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항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문제의 '80년' 한국어 자막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측이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법인 측은 18일 공식 입장을 통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모델이 모두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글로벌 광고와 별도로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유니클로는 광고 논란에 대해 20일 입장문을 내고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시리즈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연관 관계가 없다"면서 "하지만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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