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웨이브를 살펴보다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을 통합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WAVVE)'가 지난달 18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브는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합성어로 '한류가 파도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가라' 의미를 담고 있다.
 
 웨이브는 다양한 동영상들을 모아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인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OTT가 어떤 서비스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미국의 '넷플릭스'를 생각해보면 될듯하다.

 웨이브의 탄생은 이례적이다. 시청자 유출 등으로 OTT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방송사와 통신사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즉 OTT 시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인기가 커졌다는 것을 방송사와 통신사도 인정한 것이다. 웨이브의 경우 기존의 옥수수 이용자 1000만 명과 푹 이용자 400만 명, 총 1400만 명을 안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미 넷플릭스라는 최강자가 버티고 있는 OTT 시장에서 웨이브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넷플릭스의 자리를 노린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국내에서는 우리(웨이브) 경쟁상대는 넷플릭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산품 사랑해주세요.' 프레임을 만들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넷플릭스와의 경쟁 그리고 비교는 불가피해 보인다.

 웨이브는 출범 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금에도 계속해서 넷플릭스와 비교되며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존 플랫폼들과는 차별성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넷플릭스와 유사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과연 웨이브는 기존 국내 OTT와 무엇이 달라졌고 넷플릭스와 무엇이 같을까?

 첫째로 요금이다. 웨이브 출범 전 옥수수의 경우 통신사 요금에 따라 35가지의 요금제가 존재했다. 웨이브는 이를 3가지로 간소화했으며, 넷플릭스와 동일하게 동시 접속 허용 수와 화질지원 단계 등으로 구분됐다. 가격은 넷플릭스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비교 / 동아일보

 추가적으로 음악 또는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인 'PLAYY'의 영화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과 사업자들을 위한 국내 지상파 실시간 방송, 프리미엄 VOD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웨이브온 서비스'도 존재한다.

 두 번째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존재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자신들만의 수준 높은 콘텐츠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해당 OTT 플랫폼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지금까지 국내 OTT 플랫폼의 경우 해당 플랫폼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웨이브는 이번 KBS를 통해 방송될 '녹두전'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 쏟기 시작했다. 웨이브는 '녹두전'에 100억 원을 투자, 오는 2023년까지 총 3,000억 원을 콘텐츠 제작에만 투자할 계획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녹두전' / 웨이브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계속해서 다양하고 혁신적 시도를 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방송용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위주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의 지상파용 콘텐츠와 차이가 없을 예정이다.

피 터지는 경쟁에 뛰어든 웨이브

 유료 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이탈하여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코드 커팅' 현상과 함께 OTT 시장을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다. 디즈니가 다음 달 '디즈니 플러스'로 OTT 시장에 뛰어드는 등 이제 OTT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치열한 경쟁을 웨이브가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창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웨이브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tvN과 JTBC의 콘텐츠가 빠져있다. 또한 웨이브가 적극적으로 유지해야 할 기존 옥수수 이용자들이 옥수수에서 구매한 소장용 VOD를 웨이브에선 이용할 수 없다.

 웨이브가 내세울 만한 건 '가격'뿐이다. 콘텐츠 면에선 오히려 '푹'보다도 콘텐츠의 양은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제작될 콘텐츠도 차별점을 내세우긴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태현 대표는 콘텐츠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가입자가 늘어나면 웨이브 자체 오리지널 투자 가능하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 장르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즈니의 합류에 대해선  “디즈니의 경우 엄청난 경쟁이 될 것이다. 웨이브는 매주 지상파 콘텐츠 신작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구조인데 디즈니는 매주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는다”라며 꾸준한 콘텐츠 공급을 웨이브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웨이브는 파도처럼 퍼져나갈 수 있을까

 웨이브는 3단계를 통해 차후 해외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는 국내 가입자가 해외 이동 시 그 나라의 통신 환경에 따라 웨이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2단계는 현지 교민 대상으로 웨이브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3단계는 현지 통신사나 드라마 제작사 등과 제휴하는 전략이다.

웨이브의 해외 진출 전략 / 웨이브

 웨이브는 우리의 콘텐츠를 갖고 미국이나 선진국 메인 스트림 미디어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당장의 해외 진출은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이태현 대표는 “정해진 것은 없다. 가장 유리한 시점을 만들 것”이라며 “1년 반, 2년 안에 3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자신했다.

아직 판단은 시기상조

 웨이브가 넷플릭스 등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 대표 OTT 플랫폼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도 불과 한 달이기에 속단은 이르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 명, 매출액 5,000억 원 달성 등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웨이브가 국내에서의 성공, 그리고 더 나아가 해외 진출을 위해선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함은 물론, 꾸준한 양질의 콘텐츠 개발과 함께 더욱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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